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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시간을 내, 봄을 즐겨야 '내 봄'이 된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시간을 내, 봄을 즐겨야 '내 봄'이 된다.

오월의 마지막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다. 지난 주는 비가 자주 와서 계절의 여왕 5월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월의 마지막 주는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이런 자연을 연출할 것이다. 나는 이 좋은 한 주를 잘 즐길 생각이다. 예정된 일들은 많지만, 하나씩 해결하면 된다. 사는 게, 문제가 많아야 즐겁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나는 어른들이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라는 말을 늘 듣고 자랐다. 그때마다 이렇게 하고 있는 '이것'은 부정되고 내 인생에서 배제되었다. 그렇다고, 내 삶이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그리고 '지금'이라는 현재도 '이것'과 함께 배제됨과 동시에 텅 빈 상태가 된다. 위의 말은 '중요한 지금'은 '이것'보다도 더욱 중요한 '무언가'가 어울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이 '이것'을 대신한 '다른 무언가'에 의해 충족되는 경우는 좀처럼 드물다. 충만하고 행복하게 살려면, 지금-여기서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지나치게 '준비 사회'이다. 젊은이들에 목표를 강요하고 그것을 위하여 '지금'을 희생하도록 종용한다. 그러면서 요즈음 젊은이들은 '충실한 오늘을 살고 싶다'거나 '잃어버린 지금을 되찾고 싶다'고 말한다. 나도 너무 나의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시키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지금 좋으면 그만이야'와 같은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삶에 대한 진지하지 못한 태도는 아니다.

나의 지금-여기에서의 현재가 미래에 담보로 잡히면, 오늘 아침 시를 즐기지 못한다. 소쩍새 소리, 금낭화, 개미딸기, 하늘 높이 뜬 솔개를 보지 못한다. 다 때가 있다. 이번 주가 지나면 다들 사라지고, 녹음이 짙어 질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걸 잘 실천하지 않는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무언 가에 대해 질문을 하고 대답을 구하지만, 그 대답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는 그 자체에만 의미를 두고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문제를 쫓아가기에만 급급해 정작 중요한 '지금'을 소홀히 한다. 지금이라는 시간 속에는 과거도 미래도 별개의 것이 아니라, 그대로 함께 녹아 들어 있다. '대답을 실천하는 삶'은 미래에 얽매이지 않아야 지금 현재를 살 수 있다. 그래 나의 만트라가 "내일은 없다. 오늘이 좋습니다"이다.

여러 생명들이 서로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생명 공동체 안에서, 모든 것은 순환할 뿐, 어느 한 곳을 지향해가지 않는다. 그곳에 그냥 있으면서 현재를 살며 삶을 영위해갈 뿐이다. 오늘도 현재 나에 주어진 일들에 몰입하고, 틈틈이 봄날의 하늘과 들판을 즐기리라. 문제 제기를 대답이라고 착각하지 말고, 문제만을 제기하고 자신은 그 대답과 괴리된 삶을 살지 말고, 문제 제기에 대한 대답을 '지금-여기'에서 하루 하루 실천하며 살고 싶다. 그러려면 현재의 삶의 속도를 늦추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즐길 시간을 내야 한다. 산다는 것은 시간이 들이는 것다. 봄이 다 가기 전에, 시간을 내, 봄을 즐겨야 '내 봄'이 된다.

봄/오탁번

소쩍새는
밤 이슥토록 울고
조롱조롱 금낭화
붉은 꽃잎이 짙다

너비바위 틈에 피어난
개미딸기
오종종 오종종
노란 꽃잎이 여리다

하늘 높이 뜬
솔개 눈씨에
참새도 오목눈이도
찔레넝쿨 사이로 숨는다

하느님이
수염에 묻은 황사를 턴다
붕어들이 알 낳느라
몸을 떨며 피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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