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살다 보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개인적으로 만나면 답답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다. 눈과 귀를 닫고, 오직 내 갈 길만 가겠다는 행동을 심리학에서는 '주의력 착각'이라고 한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착각이다. 착각(錯覺)이란 어떤 사물이 사실을 실제와 다르게 자각하거나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유튜브에서 "투명 고릴라 실험"을 본 적이 있다.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에 집중하는 순간, 다른 진실을 보지 못한다. '기억력 착각'도 있다. 세월이 지나면 사람들의 기억력은 무뎌진다. 그래서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거나, 기억 자체를 왜곡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자신감 착각'도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실력이 없는 자일수록 이런 과대평가가 더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좋은 사이트 하나를 소개한다. 재단법인 <여시재((與時齋)>이다. 이곳은 국가미래전략을 위한 싱크탱크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미래 변화를 위한 정책개발, 그리고 세계를 이끌어 나갈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2015년 12월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출연해 설립된 공익법인이다. 이 이름은 ‘시대와 함께하는 집’, ‘시대를 어깨에 짊어진다’라는 뜻으로 ‘시대와 함께 가면(여시해행與時偕行) 이롭지 않은 것이 없다’고 했던 『주역』의 풀이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영문명 Future Consensus Institute는 동시대인들의 지혜와 협력을 통해 미래를 만든다는 뜻이라고 한다.
5월 14일부터 15회 인문학 강의를 준비하던 중, 나는 이 사이트에서 좋은 기사들을 만났다. 이번 15회 특강의 주제는 "초연결 시대의 인간을 말하다"로 르네상스 시대의 인간 대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할 계획이다. 세익스피어의 『햄릿』,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그리고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를 중심으로 두 시대의 인간을 재조명해 볼 생각이다. 학창 시절에 읽었던 『햄릿』과 『돈키호테』를 60살이 되어 다시 읽으니 느낌이 다르다.
본격적으로 강의 하기 전, 전반부는 우리들이 하는 생각에 대해 생각해 볼 생각이다. 착각하며, 자신의 생각을 의심해 보지 않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기 때문이다. 데카르트가 말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에서 "생각한다"는 말은 내가 하는 생각을 의심하라는 것이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 가지고 태어나지 않은 생각인데 어떻게 그 생각이 나의 것이 되었는가 질문해 보는 것이다. 인문학에서는 질문이 매우 중요하다. 칼 포퍼에 의하면,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라 했다. 문제 없는 삶은 없기 때문이다. 문제해결을 위한 문제들은 답을 요구한다. 답은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찾나? 그 답을 찾으려면 질문을 해야 한다. 질문이 중요한 이유를 네 가지 경우로 나누어 본다.
▪ 질문이 없으면 답이 없고,
▪ 질문이 잘못되어도 답이 없다.
▪ 게다가 잘 보이지 않던 답도 질문을 바꾸면 길이 보이고,
▪ 같은 듯 보이는 문제도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에 따라 다른 답에 이른다.
질문 이야기 나왔으니까 말이지만, 학문한다는 것은 질문하는 것이다. 학문(學問)이란 한자의 의미는 지식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물음(問)을 배우는 것, 즉 질문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훌륭한 학자는 남들이 보지 못했던 질문을 던진 사람들이다.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1시간 있고 그 해결책에 내 인생이 달려 있다면, 나는 우선 어떤 질문을 제기하는 게 적합한지 판단하는데 55분을 쓸 것이다. 일단 적절한 질문을 알기만 한다면 문제 해결엔 5분도 걸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
이런 생각을 하며, 나는 일찍 일어나, 유발 하라리의 <호모 사피엔스>를 정리했다. 그러나 봄빛이 유혹을 해, 점심 먹기 전에 주말 농장에 걸어 갔다 왔다. 길가의 풀꽃들이 반겨주었고, 밭의 상추도 키가 쑥 자랐다. 그런데 고라니가 조금씩 채소들을 먹는다. 차려 놓은 밥상처럼 즐긴다. 얌전하게. 그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쫄 대를 세우고 그곳에 헝겊을 매달았다. 이런 식으로 혼자 놀다 왔다. 그리고 나무 그늘 아래에서 레슨 받고 있는 노래도 큰 소리로 연습을 했다, "케벨라 꼬 자 나흐르나떼에 솔레 ~~~"
혼자 논다/구 상
이웃집 소녀가
아직 초등학교도 안들어 갔을 무렵
하루는 나를 보고
ㅡ 할아버지는 유명하다면서?
그러길래
ㅡ 유명이 무엇인데?
하였더니
ㅡ 몰라!
란다. 그래 나는
ㅡ 그거 안좋은 거야!
하고 말해 주었다.
올해 그 애는 여중 2학년이 되어서
교과서에 실린 내 시를 배우게 됐는데
자기가 그 작자를 잘 안다고 그랬단다.
ㅡ 그래서 뭐라고 그랬니?
하고 물었더니
ㅡ 그저 보통 할아버진데, 어찌보면
그 모습이 혼자 노는 소년 같아!
라고 했단다.
나는 그 대답이 너무 흐뭇해서
ㅡ 잘 했어! 고마워!
라고 칭찬을 해 주고는
그날 종일이 유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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