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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자신이 누구인지를 모르는 사람의 삶은 엉망진창이다.

지난 번 읽은 <아Q정전> 이야기를 할 기회를 잃었다. 그래 오늘 아침 좀 정리를 해본다. <아Q 정전>의 주인공 아Q는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 본적이 어디인지 성씨도 알려지지 않고 이름도 알 길이 없다. 그런 아Q는 동시에 스스로 자신이 누구인지도 잘 모른다.

아Q를 보면, 자신이 누구인지를 모르는 사람의 삶은 엉망진창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 자신을 향해서 걷는 일을 할 때의 의식 활동이 바로 생각이다. 자신을 모르는 자는 생각이 없거나 생각을 할 줄 모른다. 그리고 생각은 자기를 벗어나려는 충동인 호기심이 동작하는 한 형태이므로 반드시 앞을 향한다. 그러나 아Q처럼, 생각이 없으면 지난 일을 파먹는 데 골몰한다. 생각이 없으면 대답에 빠지고, 생각을 하면 질문을 시작한다. 그리고 생각을 멈추면, 확증편향이나 자기 확신에 빠진다. 그러다가 자기 확신이 무너지면, 자신의 존재성이 희미 해지므로 억지로 자존심을 내세우게 된다. 예컨대, 눈앞에 구체적으로 자신보다 더 강한 자가 서 있어도, 애써 외면하며 사실은 자신이 더 강하다고 심리적으로 위로해버린다.

그리고 자기 확신에 빠지면, 자기 진리에 도취 되어 자기와 다른 것은 적대시하는 것 이상으로 넘어가지 못하니 무엇인가를 받아들여 더 풍부해질 일이 없다. 당연히 성장도 멈춘다. 여기서 아Q 식 '정심 승리 법'이 나온다. 이는 심리적 기대와 객관적 사실을 혼동하는 것이다. 패배를 승일로 바꿔버리는 심리적 자아도취에 빠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본다. "동네 건달들은 아Q를 놀리다가 결국 때리기까지 했다. 아Q는 형식적으로 졌다." 그런데 그는 잠시 서서 생각했다. "아들놈에게 맞은 셈 치지. 요즘 세상은 정말 개판이라니까……" 그리고 나서 그도 아주 만족스럽게 승리한 기분이 되어 돌아갔다.

생각이 끊기면 이 지경이 이른다. 객관적 패배를 심리적 승리로 바꿔버리는 정신승리에 빠지는 한, 객관적으로 패배하는 정도는 점점 더 심해진다. 그러면서 자신이 알아서 자신을 버린다.  그러다 보면, 객관적 사실에 자신을 맞추지 모하고 분열된다. 생각은 분열된 의식을 통합시키지만, 생각이 끊기면 통합된 이식도 바로 분열된다. 그러다 보면 사는 일이 무엇이고 죽는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아Q는 자신의 사형을 결정짓는 문서에 서명을 할 때, 글을 몰라 동그라미를 그렸는데, "동그라미를 동그랗게 그리지 못한 것"에 더 신경을 쓴다. 이것은 여유가 아니라, 자신을 잃은 자기 분열이다. 그러나 사실의 전개는 심리적 위안으로 변경되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으면 인생은 엉망진창이 된다.생각하지 않으면, 내가 무엇을 바라는지 모른다. 어쩌면 바라는 것이 없으니 생각이 없는 것인 줄 모른다. 무엇인가 바라는 주체가 자기 자신이다. 자기 자신을 향해 걷는 사람만이 자신이 무엇을 바라는지 안다. 자신이 향해 걸을 줄 모르고, 자신이 누구인지 물을 줄 모르고, 자신이 무엇을 바라는 모른다면, 그 가 곧 아Q이다.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