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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2년 전 오늘 아침 인문 일기-"당신은 누군가로 하여금 당신을 사랑하게 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늦기 전에 말이예요."

"4월은 가장 잔인한"이라는 시구가 나오는 T S 엘리엇의 <황무지>라는 시를 다 읽으려면 무지 길다그런데 그 시를 요약하면 이런 말이다. "살아도 죽은 상태로 어정쩡하게 있지 말고 아예 죽으라. 그럼으로써 부활하라." 내가 좋아하는 담론이다. '주님'을 모시는 이유도 죽기 위해서이다. 왜? 그래야 다시 부활하니까. 이 시는 본격적인 시가 시작되기 전에 다음과 같은 글귀로 시작한다. "나는 쿠마이의 무녀가 항아리에 달려 있는 것을 내 눈으로 보았소/아이들이 시빌레에게 "소원이 뭐냐?"고 물으니, 시빌레는 그리스 말로 "죽고 싶소"고 대답하더란다."

 

태양신 아폴론의 사랑을 받던 무녀 시빌레가 있었다. 신에게 오래 사는 것을 소원으로 말해 얻어 냈지만, 늙지 않고 오래 살기를 말하지 않아, 그 무녀는 한없이 늙어가면서 죽지도 못하고 끝내는 쪼그라들어 항아리에 들어갈 정도가 되었다. 아이들이 무녀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묻자, 그 무녀는 "죽고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죽어야만 재생의 희망이 있다. 죽음은 정화를 가져온다. 정화라는 말에 방점을 찍는다. 서양어로 말하면, '카타르시스'이다. 마음의 때, 영혼의 때를 벗기는 일이다. 봄의 부활은 땅의 때를 벗기는 일이고, 예술을 통해 때를 벗기는 것은 사람의 영혼의 때를 벗기는 일이고, 신의 죽음과 부활은 세계를 정화하는 일이다. 우리는 신의 죽음으로 세계가 정화되고, 신의 부활과 함께 새로운 풍요가 찾아온다고 믿는다. 그리고 신은 죽을 때 세상의 모든 때, 재해와 죄악 등 모든 나쁜 것을 짊어지고 죽었다고 믿는다.

 

엘리엇은 부활을 위해서는 먼저 죽어야만 한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반쯤 죽은 채 계속 살아가는 것은 무녀의 쪼그라드는 삶과 다를 바 없다. 그는 정신의 완전한 죽음과 부활은 결국 극도의 고통을 동반한 성찰과 기존의 패러다임의 전복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는 이어서 <황무지>라는 시를 이렇게 시작한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추억과 욕정을 뒤섞고/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 “ 4월은 "잔인한"가? 미세먼지 때문에, 꽃샘추위 때문에. 시인 엘리엇은 4월이 잔인한 것은 마치 겨울잠을 자듯 자기 존재를 자각하지 않으려는 인간들을 뒤흔들어 깨우는 봄 때문이라고 본다. 시인은 봄비가 잠든 식물 뿌리를 뒤흔드는 4월이 가장 잔인한 달이며, 망각의 눈(雪)으로 덮인 겨울이 차라리 따뜻했다고 본다. 얼어붙은 현실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에게 약동과 변화를 일깨우는 봄의 정신이 숭고하면서도 잔인하다고 보는 것이다. 어쩌면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유혹과 그 유혹을 견디어 내야 하는 시련의 아픔 때문에 잔인하다고 했을 수도 있다. 봄이 오면 처녀와 총각들의 마음이 괜스레 싱숭생숭해지는 것도 사랑의 여신의 손짓 탓일 게다.

 

4월은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의 달’이다. ‘4월’을 뜻하는 영어 April 여기서 나온 말이다. 온갖 화사한 꽃들이 만발하고 아지랑이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4월이 아름다움의 여신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은 당연한 것 같다. 아직도 자기가 겨울이라면, 빨리 4월의 약동과 함께 눈을 떠야 한다. 오늘은 노래 곡과 시같은 가사를 공유한다. 1972년 Eagles가 발표한 노래, 이다. 오랜 세월동안 사랑을 등진 탓에 속죄 받지 못하는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 악당(데스페라도)에게 말한다. "당신은 누군가로 하여금 당신을 사랑하게 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늦기 전에 말이에요."

 

YouTube에서 '이글스(Eagles) - Desperado' 보기

https://youtu.be/3-bwXhts8Zg

 

데스페라도

정신 좀 차리는 것이 어때요.

오랫동안 당신은 중립적인 입장만 취하고 있었잖아요.

 

오, 당신은 어려운 사람이예요.

당신에게도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난 알아요.

당신을 기쁘게 했던 이러한 것들은 당신에 상처를 입혔죠.

여왕의 다이아몬드를 잡아 빼앗지 않았나요.

그녀가 할 수 있었다면 당을 때렸을거예요.

여왕의 심장은 항상 당신의 최선의 내기라는 것을 알잖아요.

이제 그것은 당신의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던 그 어떤 좋은 것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당신은 오로지 자신이 소유할 수 없었던 것들을 원했지요.

 

데스페라도

당신은 더 젊어질 수 없어요.

당신의 고통과 당신의 갈망의.

그러한 모든 것들이 당신을 안식처로 몰아 갔지요.

오, 자유

몇 사람들은 예기하고 잇어요.

당신의 마음의 감옥은 바로 이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겨울에는 당신의 발을 차갑게 하지 않았나요.

하늘에는 눈이 내리지도 않았고.

태양도 빛나지 않았어요.

낮 동안 밤을 얘기하는 것은 어려워요.

당신은 모든 사람들을 잃어 버렸어요.

어떻게 그런 기분이 사라져버렸는지 우습지 않나요.

 

데스페라도

중립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문을 활짝 열어요.

비가 오고 있을거예요.

당신 위에 무지개가 뜨면,

당신은 누군가로 하여금 당신을 사랑하게 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늦기 전에 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