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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실현은 최선을 다해 노력한 사람에게만 허락된다.

공지영 작가의 책 제1부의 제목 "우리는 수많은 갈림길에서 헤어지고 다시 만난다"가  여러 가지 지혜를 준다. 헤어진 사람을 그리워하고, 다시 만날 사람을 기대해 본다. 내 관계 철학은 '가는 사람 안 잡고, 오는 사람 안 막는다'는 것이다. 공 작가도 이렇게 말한다. "삶은 긴 순례 같은 것이겠다. 출발선은 어쩌면 같지만, 우리는 수많은 갈림길에거 헤어지고 다시 만난다. 가는 사람을 축복해주고 오는 사람을 반기면 되겠지."

그리고 책 몇 장을 넘기다가, 다음과 같은 문장을 만났다. "인생이 좋은가, 나쁜가의 문제는 결정의 시점을 어디서 잘라 바라볼까의 문제일 뿐이다. (…) 어느 시점에서 돌아보느냐에 따라 삶의 색깔이 바뀌는 것이다." 큰 위안이 되는 문장이다. 내 삶을 되 돌아보니. 나 또한 좋았던 때도 있었고,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우리들의 삶은 죽을 때 평가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 책은 섬진강 가에 있는 집에 찾아오는 공 작가 친구들의 이야기가 서사의 줄거리이다. 첫 번째 이야기는 이거였다. "살아보니까 세상에 나쁘기만 한 일은 없어. 어차피 100% 좋은 일은 없어. 100% 좋기만 하다면 거짓일 확률이 많아. 모든 일에 있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은 하루 동안 밤과 낮이 있듯 있는 거야, 하지만 결국엔 말이야 둘 다 나쁘지는 않아, 나만 생각을 조금 바꾸면 좋지." 이 문장을 읽을 때, 나도 '맞아' 하며 밑줄을 그었다. 세상에 나쁘기만 일은 없다.

나는 피아니스트 김두민 이야기가 생각났다. "1 을 잃었지만 3 을 얻었어요."(김두민) 2016년 프랑스 음악대학 '에꼴 노르말 드 뮤지끄(Ecole Normale de Musique)' 회의실에서 긴급회의가 열렸다. 만 18세 이상만 입학할 수 있는 학칙을 오직 13세의 한 소년 때문에 바꾸냐 마느냐 하는 중대한 회의였기에 긴 회의를 해야만 했다. 48시간의 논의 끝에 마침내 13세 소년의 입학이 결정됐다. 더욱 놀라운 것은 회의의 주인공이 바로 대한민국의 영재 13살 '김두민' 군이었다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 있는 피아노 영재를 발굴 중이었던 '블라드코스키 교수'는 김두민 학생의 음악적 재능을 한눈에 알아보고 이렇게 말했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학생은 많지만, 김두민 학생은 기술뿐만 아니라 아주 뛰어난 음악성을 갖고 있습니다."

김두민 학생은 여느 아이들과는 다르게 한 손 씩 연습을 마치고서야 양손으로 건반을 치고, 건반을 천으로 가려놓고 오직 손끝의 감각으로 건반을 익힌 후 천을 걷어 완벽한 선율을 그려냈다.그렇게 해야 하는 사연이 있었다. 김두민 학생은 태어나서 얼마 후 '선천 백내장'이라는 판정을 받고 생후 7개월 때부터 백내장 수술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무려 5번의 수술을 했지만, 왼쪽 눈의 시력은 찾을 수 없었다.

사실 김두민 학생의 노력과 재능의 열정 뒤에는 음악을 전혀 모르지만, 아들의 시련에 주저앉지 않았던 부모님이 있었다. "엄마, 해는 어떻게 떠요?" 잠자리에서 뜬금없는 질문에 엄마는 당황했지만, 더 황당한 것은 아빠의 대답이었다. "두민아 빨리 옷 입자!" 그리고는 밤새 차를 타고 강릉으로 달려가 해 뜨는 모습을 직접 보여줬다.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준 교육관이 아들의 가장 약한 감각까지 깨어나게 한 원동력이었다.

김두민 학생은 말한다. "저는 눈이 안 보이지만, 청각이랑 촉각이 예민해요. 1을 잃었지만 3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세상에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 물론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실현은 최선을 다해 노력한 사람에게만 허락된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내일 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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