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오늘 글이다.
세상에서 가장 악랄한 이데올로기란 ‘나이에 맞는 정상적인 삶과 성취가 있다는, 생애주기 개념이다”라고 임의진은 말한다. 나도 그것에 동의한다. 그러나 ‘제 때 안 풀린 인생’들이 많다. 억울한 감옥살이, 지혜 없이 방황했던 시간,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망친 겨우, 의미 없는 인간관계에 집착했던 시간, 한 창 일할 때 찾아 온 질병 등등
그래 보아야, ‘뒤쳐진 인생’이란 결국 타인에게 뒤쳐졌다는 이야기인데, 다른 이들도 똑같이 뒤쳐졌으므로 덜 괴로워해도 된다. 더구나 우리 시대의 자본은 나에 맞는 지위가 아니라, 어린 나이에 지위를 초과 달성한 이들을 원한다. 어차피 웬만한 사람들은 다 ‘루저’이다.
뒤쳐지지 않으려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길을 잃지 않으려고 마스터플랜을 쥐고 태어난 사람은 없다. 인생의 진리 중 하나는 남들은 나를 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결국 자신과의 투쟁이다. 삶은 할 일로 채워지는 것이지 안정과 성취는 실상 존재하지 않는 관념이다. 내 길을 가는 것이 내 삶을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읽은 정여울 작가의 나이에 맞는 high-end 삶을 다시 읽다보니 그래도 아름다운 삶의 나이는 있다.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을 아름다움의 대상으로 바라볼 줄 아는 마음의 여유와 탐미적인[아름답게 보려는] 시선이야말로 ‘제 나이에 맞는 삶’을 가꾸어 나갈 수 있는 최고의 비결이라고 정여울은 말한다. ‘예쁜’(충청도는 ‘예뿐’이라고 말한다.)이라는 말이 좋다. 무엇이 되려고 하기 보다는 그때 그때의 나이에 맞는 ‘예쁨’을 잃지 않고 살아나가는 것이 ‘고품격(high-end) 삶’이라고 생각한다.
- 예쁜 어린아이: 무언가를 잘 모르는 모습과 무언가를 어떻게든 아려고 애쓰는 모습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룰 때의 모습
- 아름다운 젊은이: 열정과 수줍음이 충동해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 열정을 표현하려면 필연적으로 자기를 드러내야 하는데, 이럴 때 ‘내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너무 나서는 게 아닐까?’하며 걱정하는 수줍은 마음이 섞이면 그 모습이 참 예쁘다. 자기만 돋보이려고 하지 않고, 함께 하는 사람들의 수고로움을 배려하는 사람, 자신도 힘들면서 어려운 사람을 도우려고 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더욱 멋져 보인다.
- 아름다운 중년: ‘저 사람은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구나.’하는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모습. 일 중독에 빠져 인생의 아름다움을 누릴 줄 모르는 얼굴, 어떻게든 한 살이라도 젊어 보이려고 야단법석을 떠는 얼굴보다는 ‘지금 내가 놓치고 있는 인생의 소중한 순간이 무엇인가?’하며 성찰하는 사람들의 고뇌 어린 얼굴이 훨씬 더 아름답다.
- 아름다운 노년: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지혜를 젊은이에게 전해 주는 메신저’의 모습. 훈계 조나 명령조로 젊은이들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인생 그 자체로 빛나는 모범을 보이는 노년이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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