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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봄날은 간다.

1577.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 (2021년 3월 25일)

 

시인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가사를 가진 가요로 백설희가 부른 <봄날은 간다>를 꼽았다. 이 노래의 작사는 손로원이고 작곡은 박시춘이다. 이 곡은백설희 노래로 녹음되어 한국전쟁 이후 1954년에 새로 등장한 유니버살 레코드에서 첫 번째 작품으로 발표되었다.

 

화가였던 손로원은 6,25 전쟁 때 피난살이 하던 부산 용두산 판잣집에 어머니 사진을 걸어 뒀다. 연분홍 치마에 흰 저고리 입고 수줍게 웃는 사진이었는데, 판자촌에 불이 나서 타버렸다. 손로원은 황망한 마음으로 가사를 써 내려갔다 한다.

 

봄날은 간다/손로원 작사, 박시춘 작곡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유튜브에 <봄날은 간다>를 치면, 이 노래를 부른 가수 20명의 노래를 묶어 놓은 사람이 있다. 나는 장사익이 부른 것이 마음에 든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을 마음껏 만나지 못하고,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못하니 더 서럽게 봄날은 간다.

https://youtu.be/MT7esX2n3Js

 

지난 3월 22일에 나는 다음과 문장을 쓴 적이 있다. "'자존감'은 '나는 소중하다'하면서 자신을 존중 하는 마음이다. 반면 '자존심'은 '나는 잘났다'면서 자신을 지키는 마음이다." 오늘 자존감 이야기를 좀 더 해보고 싶다. <장자> 제4편 8장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自事其心者(자사기심자) 哀樂不易施乎前(애락불역시(이)호전)

知其不可奈何(지기불가내하) 而安之若命(이안지약명) 德之至也(덕지지야)

 

이 문장을 우리 말로 풀면, 다음과 같다. "스스로 자기 마음을 섬기는 사람은 슬픔과 즐거움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습니다. 모름지기 사람의 능력으로 어찌할 수 없음을 알았을 때는 순순히 운명을 따르는 것이, 최상의 덕이 됩니다." 오감남은 좀 다르게 해석했다. "자기 마음을 섬길 때 슬픔과 기쁨이 눈앞에 엇갈리어 나타나게 하지 말고, 불가능한 일은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기고 운명으로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덕(德)의 극치입니다."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참 인간이란 (1) 늘 탁월함을 생각하고, (2) 자신과 이웃을 성찰 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여기서 탁월함이라는 말이 탁 와 닿지 않는다. 최진석 교수의 표현에 따르면, '가장 높은 시선을 지닌다'는 것 같다. '탁월(卓越)하다'는 '남보다 두드러지게 뛰어나다'로 사전은 정의한다. 탁월함을 동양적 사유로 말하면, 덕(德)이다. 내가 알기로 '덕'은 도(道)가 실제 삶에 구현된 것이다. 이를 그리스어로는 아레테(arrete)라고 한다. 각자에게 주어진 잠재력을 최대로 발현된 것을 아레테, 탁월함이라고 이해하면 될 듯하다.

 

플라톤에 의하면, 이 탁월함은 그냥 아무렇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 각각에게 해당되는 (1) 짜임새 있는 배열(taxis)-질서 (2) 올바름 (orthotes) (2) 기술(techne)을 통해서 탁월해 진다고 한다. 탁월함에 왜 질서가 필요한가? 질서에서 절제가 나오기 때문이다. 탁월함은 절제에서 나온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아레떼(德덕)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것으로, 극단을 피하고 그 중심을 잡는 일이라고 했다. 용기는 만용과 성급함의 중간 어디며, 절제는 낭비와 인색의 가운데이다. 그 가운데를 찾으려는 마음이 중용(中庸)이다. 중용의 존재를 배운 적도 없고, 중용을 자신의 삶에 적용한 적이 없는 사람들은 극단의 유혹에 빠진다. 왜 유혹에 빠지냐 하면, 자신의 보 잘 것 없는 정체성이 보상 받기 위해서는, 자화자찬이 특징인 극단적인 무리에 속해, 자신의 쓸모를 끊임 없이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좌도 없고 우도 없다. 왜냐하면 나에게 우가 상대방에겐 좌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좌와 우 같은 명칭을 가지고 네 편과 내 편을 가르는 행위는, 열등감과 이기심으로 가득한 인간들의 속임수일 뿐이다.

 

공지영 작가로 부터 얻은 생각으로, 나는 올 초부터 지금-여기 그리고 나 자신을 존 더 사랑하는 길을 걷자고 다짐했다. 특히 나 자신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다루자고 다짐했다. 그래야 존재가 풍성하고 행복하다는 것을 알았다. 한 마디로 자신을 섬기는 일이다. <노인과 바다>의 노인이 그러했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다. 헤르만 헤세가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자기 자신을 만나는 일이다. 자기 자신을 향해 걷는 일이다. 거기서 필요한 것이 자존감이다.

 

자존감은 '자신의 가치에 대한 평가 혹은 믿음'이다. 자존감은 다른 이와 비교를 하기 시작하면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으로 지적되는 것들은 이렇다. 실력을 쌓는 것, 작은 성공을 누적 시키는 것,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제대로 구분하는 것, 자신이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외부에서 긍정적 피드백을 요청하는 것 등 여러가지가 있다. 그러나 이런 것보다 자신을 '위대한 존재'로 믿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니까 자신의 가치가 더 높은 수준에 있음을 믿는 것이다.

 

<행복공장 챔빛>이라는 이름을 쓰는 분의 '티스토리'에서 만난, "인간 관계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당당한 자존감의 10가지 원칙"을 갈무리하여 공유해 본다.

 

(1) 남과 비교하기를 멈추어야 한다. 비교하는 것은 평가하는 것이고 상대적인 것이다. 존재의 차원에서 우리는 각자 다 소중하다.

 

(2) 외모에 대한 지나친 집착보다 인격을 갖춘다. 감성이나 삶의 기쁨, 자기 존중감 같은 내적 가치들을 더 많이 가지고 있으면 있을수록 인성은 자연스럽게 밖으로 드러난다. 품격 있는 인성(인간성)이야말로 진짜 나를 빛나게 하는 것이다.

 

(3) 항상 나 자신에게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온전히 집중해 보는 것이다.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꿈과 목표에 감각과 의식을 집중해야 한다. 나머지는 모두 부수적인 것일 뿐이다.

 

(4) 몸의 신호를 존중한다. 자기 몸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면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들을 받아들이고 수용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원인을 파악하고 그 원인이 박혀지면 개선해 나가야 한다. 몸이 무겁고 힘들면 매사에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어진다. 몸이 피곤하면 푹 쉴 줄 알아야 한다.

 

(5) 자기를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그건 무조건적으로 자기를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길이다. 자책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 자존감은 자신이 가진 모든 장단점과 더불어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인정하는 데서 형성된다.

 

(6) 단순하게 그냥 존재하는 그 자체로 만족감을 느껴야 한다. 인간 본연의 자연스러운 상태는 긴장이 완화된 상태이다. 긴장이 풀린 여유 있는 상태에서만 우리는 긍정적이고 유익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7)다른 사람의 평가와 의견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인정할수록 외부의 존중과 인정이 필요 없어진다. 그러면 우리는 훨씬 더 자유로워지고 내적으로도 훨씬 독립적이 될 것이다. 가슴의 소리를 듣고 마음의 말을 들을 필요가 있다.

 

(8) 진정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찾도록 노력한다. 진정한 자기 모습으로 사는 사람들은 모든 상황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가장 나 다운 나가 될 때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고 누릴 수 있다.

 

(9) 매일 거울 보면서 연습한다.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다정하게 들여다 보고 미소를 지어본다. 공지영 작가는 '지금, 여기 그리고 나 자신을 사랑'하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지금-여기'보다 먼저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에 우선 순위를 두자고 말했다. '나 자신'을 더 사랑하고, '나 자신'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말이다. 이건 죽는 그날까지 지켜야 하는 명제라고 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거울 앞에서 자기 자신을 정면으로 보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외치라고 한다. "사랑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소중한 너!"라고. 이게 처음에는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 연습을 하라고 했다. 그리고 나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나는 건강하고 행복하고 나아지기를 원합니다"를 덧붙였다고 한다. 잘 안되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습했다고 한다. 나도 이젠 아침에 면도 하기 전에, 거울을 정면으로 똑바르게 응시하며 외치는 연습을 할 테다. '사랑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너! 나는 건강하고 행복하고 나아지기를 원한다!' "매일 똑같은 행하면

서 결과가 달라지기를 바라는 것은 미친 짓"(아인슈타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10) 자기 내면의 소리와 끊임없이 접촉한다. 나의 내면에 귀 기울이면, 그에 합당한 조율이 더욱 더 생산적이게 만든다.

부족한 나 자신의 겸손한 성찰이 있을 때 진정한 삶의 지혜는 내면을 통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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