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과거 부모 세대는 힘든 보릿고개를 겪으면서도, 자식을 어떻게 해서라도 공부시켜 대학에만 보내면 삶이 나아질 거라 믿었다. 부모의 헌신으로 대학에 간 자식 중 상당수는 '개천의 용'이라 불리며 두터운 중산층을 형성했다. 자연히 경제와 사회 전반에도 활력이 넘쳤다. 그러나 1997년 말 닥쳐온 외환위기와 함께 이런 희망은 급속히 사라져 버렸다. 사회 곳곳에 견고한 기득권이 자리 잡으면서 계층 이동 사다리는 빠르게 무너졌다. '개천의 용' 신화는 자취를 감췄고, 그 빈자리에 '금수저'와 '흙수저' 담론이 채워졌다.
오늘 하고 싶은 말은 '금수저'로 태어났다 할지라도, 다음 세 가지는 갖질 못한다는 것이다.
(1) 영혼이 성숙될 기회를 갖지 못한다. 영적인 성숙은 피, 땀, 눈물이라는 3가지 액체를 많이 흘리지 않고는 어렵다.
(2) 세상과 사람을 보는 나 만의 독립적인 관점을 가질 수가 없다. 인생을 실패해 봐야만 완전한 제로 베이스에서 인생 출발을 한다. 그래야 철저하게 자기 눈으로 세상을 보는 안목을 획득하게 된다.
(3) 다른 이을 믿지 못한다. 물질적, 신분적 풍요는 가식(假飾) 속에서 생활하기 쉽다. 그래서 재산을 물려받은 2, 3세는 다른 사람을 의심하는 의심병도 많다. 가식을 많이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신화에서도 모든 영웅은 어릴 때부터 모진 고생을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웅이 되지 않는다. 자신이 '흙수저'로 태어나 힘든 고생을 하고 있다면, 당신은 영웅이 될 기회가 크다. 영웅은 아니더라도, 평범한 사람의 사는 맛은 '독 든 복어를 먹는 일이다." 우리 동네에도 좋은 복어집이 있다.
사는 맛/정일근
당신은 복어를 먹는다고 말하지만
그건 복어가 아니다, 독이 빠진
복어는 무장 해제된 생선일 뿐이다
일본에서는 독이 든 복어를 파는
요릿집이 있다고 한다, 조금씩
조금씩 독의 맛을 들이다 고수가 되면
치사량의 독을 맛으로 먹는다고 한다
그 고수가 먹는 것이 진짜 복어다
맛이란 전부를 먹는 일이다
사는 맛도 독 든 복어를 먹는 일이다
기다림, 슬픔, 절망, 고통, 고독의 맛
그 하나라도 독처럼 먹어보지 않았다면
당신의 사는 맛도
독이 빠진 복어를 먹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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