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는 내가 대전 알리앙스 프랑세즈 원장으로 있을 당시 알게 된 '자랑스런' 오영석 전 카이스트 교수님의 따님 델핀 오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델핀 오는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마크롱 현 프랑스 대통령이 인정한 현재 UN 세대 평등 포럼 사무총장이다. 그녀가 말했던 흥미로운 담론들을 몇 가지 공유한다.
- 어린 시절 한국의 아버지가 '봉사 정신' 심어주었다. "아버지가 말씀하셨지요. 훌륭한 지능은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고요."
- 기업 이사회, 국회 등에서 여성이 30% 넘으면 변화가 일어난다. 프랑스는 2012년 '남녀 동수 법'이 제정되었다. "남녀 균형, 연령 균형, 세대 균형이 곧 사회정의라고 생각한다. 다름과 소수를 포용할수록 혁신과 진화가 일어나며 그것은 윤리 이전에 지구생태계의 원리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배제 당했던 능력 있는 여성들이 자기 자리를 찾아는 것 뿐이다.
- 그녀가 의원으로 일으킨 다음의 세 가지 변화는 남녀 커플에게만 허용되던 여성 동성애 커플에 시험관 아기를 허용한다. 학교 개혁 정책을 통해 프랑스의 빈곤 지역 1, 3학년 어린이들의 정원을 25명에서 12명으로 제한했다. 취약 계층 아이들이 학교에 남아 읽고 쓰는 것을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해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 그리고 2주간 주어지던 남성 출산 휴가도 1개월로 연장했다.
- 그녀의 오빠 세드릭 오(현 프랑스 디지털 경제 장관)와 현 대통령 마크롱의 2017년의 승리는 유럽 정치의 낡은 흐름을 바꿨다. 두 남매의 생각이 예쁘다. 공직은 지식으로서 '사회 참여'일 뿐, 임무를 완수하면 자리에서 내려와 자신의 삶을 원한다는 점이 말이다.
- 마지막으로 델핀 오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하는 조언이 좋다. "본국의 떠나 해외로 나가세요.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보고 느끼고 큰 그림을 그려보는 게 중요합니다. 책에서만 배울 수 없어요.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 약자들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질문해야 해요. 그게 삶이에요. 특별히 남성들은 자신들이 주류였던 세상에서 빠져나와 더 다양한 작은 문을 열고 배워 가길 권합니다." 나 개인적으로 많은 통찰을 얻었다. 그녀의 아버지 오영석 박사님을 만나 뵙고 싶다.
이젠, 지난 주 금요일에 못다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은 좋은 삶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 "자기 스스로를 세우고[자립], 거기에 알맞은 소질을 개발하고, 그것으로 돈을 벌고 사회적 관계를 이룬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삶과 세계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면 날마다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 이것이 성장이고 순환이다."
오늘은 성장과 순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오직 자립으로 통한 자존감과 성장을 화폐이다 붙들어 매면, 순환을 상상조차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살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기준이 화폐의 양과 소비의 스케일 그리고 인정욕망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은 삶의 한 국면에 불과하다. 그리고 한 시기의 문제이다. 어제 공지영 작가가 하는 말을 책에서 읽었다. “인생이 좋은가 나쁜 가의 문제는 결정의 시점을 어디서 잘라 바라볼까의 문제일 뿐이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돌아보는가에 따라 삶의 색깔이 바뀐다고 말했다.
우리는 지금 자본이 우리들의 삶의 전 국면을 잠식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시대 대부분의 직업은 소외된 노동을 기반으로 한다. 여기서 소외는 삶의 본성과 괴리되어 있다는 뜻이다. 누군가를 이겨야 하고, 자신을 눌러야 하고, 맘에도 없는 말과 행동을 해야 하고, 억지로 웃어야 하는 등, 이런 것을 우리는 소외라고 한다. 생존과 자립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우리는 말한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면, 그 통로에서 출구를 찾을 수 없다.
나 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좋은, 지금도 좋고 나중에도 좋은, 청년에게도 좋고 노년층한테도 좋은 그런 활동을 찾아야 한다. 탈주하여 방향을 바꾸고, 배치를 다르게 하는 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 빛이 보인다. 그게 우주의 원리라 고미숙은 말하였다. 내가 원하지 않는데, 길이 열리는 편은 없다. 탈주하여 방향을 바꾸고, 배치를 다르게 하는 변화의 길이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유데모니아(eudaimonia) 아닐까? 이 말은 좋은 삶(good life)로 번역 될 수 있다. 이 말은 삶의 의미와 가치에 주목하는 개념으로, 단순히 삶에 대한 평가나 감정 상태보다 더 넓은 의미이다.
오늘 아침 사진은 지난 주에 우리동네 갑천을 상류를 산책하다 찍은 것이다. 오늘 공유하는 시는 오늘의 화두가 행복이라 선택한 것이다.
행복/김재진
그 자리에 서 있는 나무처럼
사람들 속에 섞여 고요할 때
나는 행복하다
아직은 튼튼한 두 다리로
개울을 건너거나 대지의 맨 살을
발바닥으로 느낄 때
만지고 싶은 것
입에 넣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 하나 없이
비어 있을 때 행복하다.
가령 봄날의 따스한 햇살이
어깨에 닿고
한 마리 벌이 꽃 위에 앉아 있는
그 짧은 세상을 눈 여겨 보라
멀리 산 그림자 조금씩 커지고
막 눈을 뜬 앵두 꽃 이파리
하나하나가 눈물 겹도록
아롱거려 올 때 붙잡는 마음 툭
밀어 놓고 떠날 수 있는
그 순간이 나는 행복하다.
이어지는 글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blogspot.com 으로 옮긴다. 누르시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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