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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그대에게 가고 싶다/안도현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우리는 놀 줄은 알면서 쉴 줄은 모른다. 우리는 실제 일상에서 내려놓는 방식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주로 '일을 해 나가는' 기술에 대해서는 알고 싶어 하지만, 자신을 '내려놓는' 방식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않는다. 긴장을 푸는 방법이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나는 최근에 잘 사는 방법은 긴장의 양과 이완의 양이 균형을 이루게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삶은 그러니까 '균형 맞추기'이다. 비슷한 양과 질로 말이다.

이완이란 긴장을 푸는 일이다. 이는 진짜 '쉬는' 것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외부 자극 없는 시간 보내기'이다. 산책이 좋다. 아니면 명상도 괜찮다.  쉰다는 것은 삶을 건사하는 가장 적극적인 행동이다. 불안과 우울, 압박감 같은 감정들을 다른 자극으로 눙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을 직시하고 다독이는 방법이 필요하다. 나는 몇 일전부터 공지영 작가의 최근 작품,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읽으며 큰 위안을 받고 있다. 이완하는 좋은 방법은 지금-여기 그리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길이다. 특히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쉬지 못한다. 늘 비우려기 보다는 성취를 고민한다.자본주의가 꼬드기기 때문이다.  쉴 틈이 생기면 쉬는 게 아니다. 삶을 지탱하느라 들쑤셔진 마음을 다독거릴 재주가 없어 또 다른 자극을 주입한다.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대신, 정신이 쏙 빠지게 단 콜라 따위를 물려준다. 질리고 움츠러든 마음은 달콤한 흥분으로 덧씌워졌지만 그게 진정한 이완은 아니다.

이런 식이다. 각성상태가 나를 피로하게 하지만 제대로 이완하는 법을 모르기에 마취를 택한다. 예를 들어,  삶을 지탱하느라 이어지는 흥분과 불안에 지친 상태에서, 말잔치만 이어지는 TV 예능 프로그램을 틀어 두거나 아예 생각의 여지를 주지 않는 먹방 따위를 본다. 혹은 SNS에 접속해서 무한대로 펼쳐지는 타인들의 삶을 지문이 닳도록 문지른다. 그리고 자본주의가 만들어 넨 알고리즘의 신에게 혼을 빼앗겨 무더기 같은 영혼으로 헤매다 동틀 무렵 어느 벌판에 쓰러져 잠들곤 한다. 홍인혜 시인의 솔직한 고백이다.

휴식, 진짜로 쉴 줄 아는 것은 능력이다. 잘 놀고, 잘 쉬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거기에도 삶의 내공이 필요하다. 제대로 쉬려면, 일단 노동과 돈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야 한다. 낮의 노동이 힘든 건 노동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주는 소외와 압박 때문이다. 자기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이 소외이고, 의지로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 압박이다. 그러니까 쉰다는 건 앞의 두 가지, 즉 소외와 압박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가족과 쉰다고, 그건 아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가족은 감정노동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감정적인 배설이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이젠 그런 삶의 배치를 벗어나야 한다. 그러니까 노동의 스트레스와 감정의 배설로부터 벗어나는 활동 혹은 관계가 필요하다. 그러니까 우리는 조용히 혼자서, 내가 어떤 활동을 하면,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하면, 소외와 압박으로 부터 벗어나는 가를 살펴 보아야 한다. 고전 평론가 고미숙은, 자신의 경험에 따라, 지성을 중심으로 관계를 재구성하라고 한다. 예를 들어, 책을 읽는 모임도 좋다고 한다. 특히 소리 내어 읽는 낭독이 좋다고 한다. 왜냐하면 낭송이 몸을 이완시키는 데 최고라 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는, 소프라노한테 배운 노래를 내 방식대로 큰 소리로 부르며, 가창력이 향상되는 기쁨을 느끼고, 악기를 다루는 실력이 늘어나는 기쁨이, 나를 몸과 정신으로부터 이완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되고 있다. 그래 나는 집 근처에 그런 장소를 갖고 있다. 나는 그 방 이름을 '세심실(洗心室)'이라 졌다

시 낭송도 좋다. 그래 나는 노래를 하다가 잠시 멈추고 시 낭송을 혼자 큰 소리로 한다. 소리가 나려면 신장의 물과 심장의 불 그리고 폐의 조절 능력이 동시에 적용되어야 한다. 오장육부의 순환에 아주 유익하다. 그런 측면에서 말은 가장 인간적인 활동이다. 그래 같이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일상을 산다면 불행하다. 낭송하기 좋은 시는 안도현의 것이다. 오늘 아침 낭송하기 좋은 시를 공유한다. 어제 오전에 눈이 엄청 내렸다. "눈은 푹푹 나리고/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백석)를 외우며, 동네 조그만 동산에 올랐다. 거기서 찍은 사진을 오늘 아침 공유한다.

그대에게 가고 싶다/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 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 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서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 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스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상처입고 구멍 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이어지는 글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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