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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단추구멍/권영상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내가 나를 반성하는 아침이다. 내가 나를 살해(殺害)하는 아침이다. 이젠 여러 종류의 만남을 정리할 생각이다. 이젠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놀고 싶다. "바르고 공정한 사람을 친구로 갖는 것은 부와 값진 부동산을 소유한 것보다 낫다" (우리피데스)는 말이 있다. 이젠 사람 만나기를 선별하고 싶다. 나부터 "더 바르고 공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 어제 '단추 이야기'를 연재하기로 했던 약속에 따라, 그래 오늘 아침은 권영상 동시, <단추구멍>을 공유한다.

사람들은 다 각자 세계를 보는 나름대로의 시각, 즉 이론과 지적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기준으로 하여 세계와 관계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 지적체계, 가치관이나 신념들은 사실 생산되자 마자 부패가 시작된다. 이념이나 지식은 '사건의 똥'이라고 한다. 사실 우리는 가치의 결탁물이다. 그러한 자기를 장자는 '아(我)'라고 한다. 내가 너무 '잘난 척'하고 산다. 그래 아침 마다 공유하는 시를 공개된 곳에만 올릴 생각이다. 내 블로그와 내 페이스 북에만.

이 가치의 결탁을 끊고, 즉 기존의 자기를 살해하고 새로 태어나는 자기를 '오(吾)'라고 했다. 자기 살해를 거친 다음에 '참된 인간'이 된다는 말이다. 참된 인간을 장자는 '진인(眞人)'이라고 했다. 흔히 우리는 '무아(無我)'라고도 한다. '자기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참된 자기로 등장하는 절차를 말하는 것이다. 흔히 그런 상태를 우리는 '무아지경(無我之境)'이라고 한다. 이 무아를 '진아' 또는 '참나'라고도 한다. 이것을 요즈음 말로 하면, '반성', '각성'이라고 하며, 불교에서는 '선정', '깨달음'이라 말한다. 서양철학적으로 말하면, '독립적 주체'라고 한다. "오상아", 장자의 '자기 살해'는 기존의 가치관에 결탁되어 있는 나를 죽임으로써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충만해 통찰력을 발휘할 수 있는 '허심(虛心, 빈 마음)'의 상태를 갖는 것이다.

우버(Uber)의 최고  브랜드 책임자인 보조마 세인트 존(Bozoma Saint John)은 원하는 상대를 얻고 싶다면, 그가 어떤 책을 읽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라고 한다. 만약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라면, 만나기를 포기하라고 한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과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주변에 현명한 사람들은 예외 없이 독서광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좋은 사람을 곁에 두고 싶다면 그의 독서 목록을 검토하는 일이 가장 우선이라는 보조마의 말에.

그의 말을 직접 들어 본다. "누군가와 함께 읽고, 함께 쓰고, 함께 산책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당신은 이미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을 발견한 것이다."  자신의  책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Tribe of Mentors)』에서 그를 소개하면서, 팀 페리스는 이렇게 말한다. "진실로 사람을 얻고 싶은가? 먼저 그 사람이 읽고 있는 책 제목을 메모하라." 이런 식으로 상대의 독서 이력을 살피는 건 취미의 공유를 넘어서 가성비 만점인 '사람을 얻는 전략'이 되어준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늘 단추 뒤에 가리어만 살아 부끄럼을 잘 타는 단추구멍" 한 개가 "아무 일 없이 다니던 이 길을" 부끄럽게 하는 아침이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는 이해인 수녀님 책에서 알게 된 것이다. 단추구멍을 살피는 나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마음으로 이 시를 소리 내어 다시 읽어본다. 이해인 수녀님은 이 시를 읽으면, "사랑은 그 누구도 내칠 수 없는 '겸손한 포용'이며, 마음의 눈을 뜨고 끊임없이 섬세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새로운 발견'의 기쁨임을 차분히 깨닫게 해준다"고 하셨다. 내 고집을 부린 '어제'를 나는 반성한다. "겸손한 포용"이 필요하다. 오늘 아침 사진은 어제 옥천 향수길에서 찍은 대청호의 '인생' 사진이다.

단추구멍/권영상

단추가 떨어져나간 뒤에야
처음으로 단추구멍을 봤다.

매일 거울 앞에 서서 옷을 입으면서도
단추 뒤에 감추어지는
단추구멍을 본 적이 없는데

단추가 떨어져 나간 옷을 입고
돌아온 때에야
처음으로 단추구멍을 봤다.

늘 단추 뒤에 가리어만 살아
부끄럼을 잘 타는 단추구멍
그 빈 단추구멍 하나가
아무일 없이 다니던 이 길을
이토록 부끄럽게 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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