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왜 제우스는 인간에 불을 건넨 프로메테우스에 끔찍한 형벌을 주었을까? 늘 고민이었다. 그런데 어제 알았다. 한 지인의 글을 통해서. 불은 자연이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게 하는 길이 필요하다. 일부 연구자들은 자신의 연구가 사회에 미치는 파장을 마치 남의 일 같이 여긴다. 그들은 항상 자기는 순수하게 자연과 과학을 탐구했을 뿐이라 말한다. 그러나 이는 거꾸로 그들이 자기가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예컨대, '불'을 아이들의 손에 맡기는 것과 같다.
왜 프로메테우스는 그 놀라운 테크놀로지의 근원인 '불'을 인간에게 전해주는 '좋은' 일을 한 후, 정작 그 자신은 바위에 묶인 채 매일 같이 독수리가 와서 자신의 간을 파먹어야 하는 형벌에 처해져야만 했는가?불은 양날의 칼이다. 적당한 불은 강하게 만들지만, 지나친 불은 파괴시킨다. 아이들이 불장난을 하다 초가삼간을 다 태우게 되는 일은 실제로 종종 일어나는 일처럼, 이젠 과학 연구자들이 발견한 것이 지구 자체를 다 태워 먹을지도 모를 단계로 치닫고 있다. 지구 온난화, 프라스틱 등이 그 예이다.
우리는 자연 속에서 더 이상 순수하게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자연과학이 연구 대상으로 삼는 바로 그 '자연'이 사라져버렸다. 대신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이 '자본'이다. 오늘날 '자연'은 '자본'이다. 새 길을 찾아야 한다. 연구자가 되기 위해서 동시에 한 사회의 시민이 되어야 한다. 함께 사는 사회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더 인간의 삶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과학연구자는 동시에 인문과학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 오늘 밤 인문운동가는 과학기술 연구자들과 만난다.
길/신경림
사람들은 자기들이 길을 만든 줄 알지만
길은 순순히 사람들의 뜻을 좇지는 않는다
사람을 끌고 가다가 문득
벼랑 앞에 세워 낭패시키는가 하면
큰물에 우정 제 허리를 동강내어
사람이 부득이 저를 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것이 다 사람이 만든 길이
거꾸로 사람들한테 세상 사는
슬기를 가르치는 거라고 말한다
길이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어
온갖 곳 온갖 사람살이를 구경시키는 것도
세상 사는 이치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길의 뜻이 거기 있는 줄로만 알지
길이 사람을 밖에서 안으로 끌고 들어가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는 것을 모른다
길이 밖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만 길은 고분고분해서
꽃으로 제 몸을 수놓아 향기를 더하기도 하고
그늘을 드리워 사람들이 땀을 식히게도 한다
그것을 알고 나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자기들이 길을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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