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시입니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는 수원에서 특강을 하고 지친 상태에서 <새통사> 모임에 합류했지만, 나는 커다란 기쁨을 얻었다. 생대구탕을 잘 익은 갓 김치와 식사를 한 후, 나는 와인을 마시면서, 양해남 대중음악 평론가의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의 대중음악" 강의를 들었다. 우린 흐름을 바꾼 그 당시의 명곡 음악을 실제로 듣고, "아" 하며 와인 한 잔 마시고, 잊고 있었던 그 시절의 음악을 또 들으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오늘 아침은 일어나자 마자 <산울림> 음악을 틀었다.
그리스 의사 히포크라테스가 한 말이 로마에서 이렇게 바뀐다. ‘비타 브레비스 아르스 롱가(vita brevis ars longa)'. 인생을 짧고 예술은 길다. ‘예술’에 해당하는 라틴어인 ‘아르스’의 원래 의미는 ‘우주의 질서에 맞게 만물을 정렬 시키다'라고 한다. 그 후, ‘아르스’는 유럽인들이 정착생활을 하고 문명을 구축하던 시절의 씨앗이었다. 그러니까 서양문명은 바로 ‘아르스’의 씨앗이 발아(發芽)하며 만개한 결과인 셈이다. 배철현 교수의 글에서 얻은 생각이다.
로마인들은 이 단어를 채택하면서 ‘예술’이란 개념을 로마제국 건설의 중요한 원칙으로 삼았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최선의 삶이 무엇인지, 깊이 묵상하고, 그 안에서 최선의 원칙을 발견하였다. 인간문명은 이 원칙을 작동하여, 인간의 오감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모양으로 드러내는 다양한 과정(科程)이다. 그래 삶의 원칙을 예술 하는 마음으로 찾고, 그것의 일상에 잘 작동시킨다면, 일상의 삶이 예술로 승화된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과정이 우리의 삶일 뿐이다. 우리 과학 동네에도 삶이 예술로 승화되는 과학문화가 꽃피는 저녁이 풍성한 날을 기대한다.
왜 인간은 그릇보다 동상을 먼저 만들었고, 도시에 정착하기도 전에 신전을 만든 것일까? 현대사회라는 '정글'에서 매일 생존 싸움을 해야 하는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당장 도움 되지 않는 것은 쓸모 없고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당장 눈에 보이는 문제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희망과 두려움을 더 중요시했다. 그러기에 인류(호모 사피엔스)가 어쩌면 지구의 주인이 될 수 있었는지 모른다. 그게 예술의 기원이고 힘이다. 수원에서는 음식 문화를 이야기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동물이나 식물은 자신의 진보를 전적으로 진화에 의존하지만, 인간은 문화에 더 의존한다.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은 문화적이라는 점이다. '문화'를 글자 그대로 보면 '무엇인가를 만들어서 혹은 그려서(文) 변화를 야기(化)하는 일이다. 그러니까 변화를 더 잘 야기(化)하는 인간일수록 더 인간일 수밖에 없다. 문화는 선회(旋回)에서 시작된다. "결국은/돌아가 흙 뿐"이다. 지금까지의 관습과 습관에서 돌아서야 한다.
소곡(小曲)/박남수
구름 흘러가면
뒤에 남는 것이 없어 좋다.
짓고 허물고, 결국은
푸른 하늘뿐이어서 좋다.
한 행의 시구
읽고 나면 부담이 없어서 좋다.
쓰고 지우고, 결국은
흰 여백뿐이어서 좋다.
평범한 사람
남기는 유산이 없어서 좋다.
벌고 쓰고, 결국은
돌아가 흙뿐이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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