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우리 동네 길가의 목련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아랑곳 없이, 자기 일을 한다. 억지로 딸을 데리고 나가, 목련 사진을 30장은 찍었다. 목련(木蓮)은 나무에 핀 연꽃이란 뜻이다. 불교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래서 사찰의 문 살 문양에 6장 꽃잎도 목련을 형상화한 것이다. 목련은 늘 북쪽을 향해 핀다. 이는 햇볕을 잘 받는 남쪽 화피편이 북쪽 화피편보다 빨리 자라, 꽃이 북쪽으로 기울기 때문이다. 목련은 도도하게 피었다가 질 때는 지저분하다. 모가지 부러질 정도로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며 뽐내다가 질 때는 남루하다. 누더기가 되어 나뭇가지에 너덜거리다가 바람에 날려 땅바닥에 떨어진다. "아무래도 그렇게는 돌아서지 못하겠다"(복효근)는 것인가?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나는 "목련 아래를 지날 때는//가만가만//발소리를 죽"이면서 걸었다. 오늘 아침 시는 작년에 목련이 만발했을 때 공유했던 시이기도 하다.
목련 그늘 아래서는/조정인
목련 아래를 지날 때는
가만가만
발소리를 죽인다
마른 가지 어디에 물새알 같은
꽃봉오리를 품었었나
톡
톡
껍질을 깨고
꽃봉오리들이
흰 부리를 내놓는다
톡톡,
하늘을 두드린다
가지마다
포롱포롱
꽃들이 하얗게 날아오른다
목련 아래를 지날 때는
목련꽃 날아갈까 봐
발소리를 죽인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유성마을대학_인문운동연구소 #사진하나_시하나 #조정인 #복합와인문화공간_뱅샾62
오늘 아침은 인간의 탁월한 수행력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마이클 저베이스(Michel Gervais)를 만난다. 그는 명상과 마음 챙김 기법에 바탕 한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에 따르면, 세계적인 하이 퍼포머(high-performer)들은 다음과 같은 5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1) 책벌레이다. 그들이 독서를 하는 이유는 돈으로 지혜를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2) 입이 무겁다. 타인의 실수는 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고 절대 퍼뜨리지도 않는다. 그런 식으로 무거운 입은 너그러운 사람으로 만들어 강한 믿음과 신뢰를 얻는다.
(3) '작은 몰입'들의 천재들이다. 그들은 매 초, 매 분, 매 시간 완전하게 집중하고, 호흡을 통해 휴식으로 빠져 나온다. 그들의 하루는 많은 몰입과 많은 휴식을 반복하는 것이다.
(4) 타인의 성장에 기꺼이 투자한다. 타인을 성장시키지 않으면 반쪽 삶을 살 뿐이다. 성공하는 인생에는 나 그리고 타인이라는 두 개의 바퀴가 장착되어 있다.
(5) 거절의 달인이다. 모든 사람을 친구로 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그들은 늘 빠르게 실행하고, 신속하게 상황을 전환시키고 즉시 대체 가능한 몇 개의 대안을 갖고 있을 줄 안다. 그래서 그들은 여유롭고 자신감에 넘친다. 이것이 평범한 사람들과 유일한 차이이다. 그래 나는 인문운동가로 '동사적' 삶을 살려고 애쓴다. '동사적' 삶이란 자신이 규정 지은 한정된 '나'에서 벗어나 더 역동적인 존재로 사는 것이다. 하나의 자아 이미지에 매어 있지 않을 때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빛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없다(I'm nothing)', 무아(無我)란 말이 하나의 자아 이미지에 매어 있지 않다는 말이다. 모든 조건, 소유, 지위를 다 떼어 내도 우리의 본래 존재는 호수만큼 투명하고, 바다만큼 역동적이다. 삶이란 '무엇을 하는가'가 아닌, 존재에 관한 문제이다. 사회가 부여한 역할 놀이를 끝내야, 우리는 진정한 '나'라는 존재와 마주할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에 명사를 들이대면 안된다. 자기가 실천한 그리고 실천하고 있는 동사를 나열해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나는 무엇인가'가 아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 물음은 '나는 무엇이 아닌가'가 전제되어야 한다. 무엇은 주어진 역할이지 존재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름 뒤에 붙는 역할에 집착하는 사람은 상대방에 대해서도 존재가 아니라 역할과 지위에만 관심을 갖는다. 그리고 그 역할과 지위로 타인을 평가한다. 사회가 나에게 부여한 역할과 이미지를 나의 존재로 착각할 때 공허가 싹튼다. 이 공허감은 더 많은 외부의 것들로 채우려 한다. 그 때 그 존재는 지푸라기로 채워진 인형과 같아 진다. 중요한 말이다. 차지 하고 있는 '자리'가 그 사람의 존재가 아니다.
퍼모머(performer)는 동사적 삶을 사는 사람이다. '동사적' 삶이란 경험자들의 조언에 매달려 살아가려는 나 자신을, 직접 불확실하고 보이지 않는 것들과 껴안게 하고, 또한 가보지 않은 미지의 영역에 들어설 때 안내자가 아니라 눈앞의 실체와 만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결국 삶은 답을 알려줄 것이라 믿고 도전하는 것이다.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자신의 판단력을 갖게 된 사람은 남을 의심하거나 절망하느라 삶을 낭비하지 않는다고 나는 본다. 다만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다. 그 게 '동사적' 삶이다.
우리 동네 길가의 목련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아랑곳 없이, 자기 일을 한다. 억지로 딸을 데리고 나가, 목련 사진을 30장은 찍었다. 목련(木蓮)은 나무에 핀 연꽃이란 뜻이다. 불교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래서 사찰의 문 살 문양에 6장 꽃잎도 목련을 형상화한 것이다. 목련은 늘 북쪽을 향해 핀다. 이는 햇볕을 잘 받는 남쪽 화피편이 북쪽 화피편보다 빨리 자라, 꽃이 북쪽으로 기울기 때문이다. 목련은 도도하게 피었다가 질 때는 지저분하다. 모가지 부러질 정도로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며 뽐내다가 질 때는 남루하다. 누더기가 되어 나뭇가지에 너덜거리다가 바람에 날려 땅바닥에 떨어진다. "아무래도 그렇게는 돌아서지 못하겠다"(복효근)는 것인가?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나는 "목련 아래를 지날 때는//가만가만//발소리를 죽"이면서 걸었다. 오늘 아침 시는 작년에 목련이 만발했을 때 공유했던 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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