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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싫어하는 것과 미워하는 것은 다르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나는 지난 3월 1일부터 내 삶의 지혜가 될 '아포리즘'같은 짧은 문장들을 하루 10개 씩 모아 두기로 했다. 좋은 문장 하나는 책을 한 권 읽은 것과 갖다고 보기 때문이다. 삶의 진리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을 간결하고 날카롭게 표현한 하나의 문장은 나태하게 반복되는 깊은 잠에서 우리들을 깨어나도록 자극을 준다. 오늘 아침에 몇 가지를 공유한다.

▪ 말을 할 때는, 따끔한 말 두 마디, 따뜻한 말 여덟 마디, 이 비율이 딱 좋다. 말의 2:8 법칙이다. 주철환 PD에게서 배운 것이다.

▪ 싫어하는 것과 미워하는 것은 다르다. 이 문장을 접하니, 처음에는 뭔가 '촉'이 오지 않았다. 그런데 좀 생각하니, 싫어하되 미워하지는 말자는 생각이 딱 든다. 생을 아름답게 사는 방법 중 하나가 싫음과 미움을 구분하는 것이다. 싫고 좋고는 사람마다 다르다. 내가 싫다고 다른 사람도 다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나는 당신이 싫어요, 좋아요.' 말할 필요 없다. "나는 당신이 이해가 안돼" 이런 말은 마음 속에 사랑이 부족할 때 나오는 것이다. 그런 생각은 속으로 하면 된다.

▪ 못된 놈은 자기밖에 모르는 놈이고, 못난 놈은 자기를 모르는 놈이다. 나만 아는 사람, 나 뿐인 사람이 나쁜 사람이다. 자기 자신을 알면 즐거움이 커진다. 그래서 나는 나를 연구한다. 내가 어떻게 하면 즐거울까 생각하는 것이다.

▪ 자신감과 자존감은 다르다. 자신감보다 자존감이 더 귀하다. 자존감은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자존감은 자기 신뢰에서 나온다. '겸손하지만 비굴하지 않게, 당당하지만 교만하지 않게'이다. 겸손과 당당함은 모순적인 게 아니다. 겸손하면서 당당한 사람은 어딜 가나 호감을 얻는다.

▪ 모자람의 미학, 이거 중요하다. 사람들은 너무 완벽하면 싫어한다. 약간 부족한 부분이 보여야 상대가 무장해제한다. 넘치는 사람은 따가운 눈총을 받지만 모자란 사람은 따뜻한 눈빛을 받는다. 좀 어리숙하게 행동하고, 사는 것이 세상과 어울리는 지혜이다. 부러움을 살 일이 생기면 약간 모자란 사람처럼 행동하는 게 좋다. 그래야 미움을 덜 받는다.

▪ 솔직함을 앞세워 나쁜 씨앗을 뿌리지 않는다. 솔직함과 정직함은 차이가 있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 '정직함'이고, '솔직함'은 내 마음 속의 판단이기 때문에 옳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솔직한 감정을 전달하는 것은 평화를 깨는 경우가 많다. '솔직히 말해서' 라는 발언은 관계를 망가뜨리기 쉬운 말이다. 그냥 말을 안 하는 것이 낫다. 그러나 거짓말을 하는 것은 정직하지 못한 일이다. 나는 가끔 내 솔직한 마음을 말하여 대화 분위기를 '뻘쭘'하게 만들곤 한다. 이젠 솔직한 말은 가급적 안 할 예정이다. 그리고 아무리 가치 있는 말이라도 그것이 누군가의 가슴 속에 들어가 화학작용을 일으키지 않으면 의미가 퇴색된다. 그러나 가치 있다고 상대에게 함부로 충고하거나 '지적 질'하는 것은 좋지 않다. 상대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숙고하지 않는 삶은 살 만한 가치가 없다"고 했다. 매주 일요일에는 이런 류의 '아포리즘'을 공유할 생각이다. 그 이유는 한 주간의 삶을 숙고해 보자는 말이다. 그럼 무엇을 숙고하라는 말인가? 소크라테스는 '내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나는 누구인지?' 이것들을 숙고하라고 했다. 우리가 흔히 안다고 하는 것은 경험에서 나오니, 사실 아는 것은 과거에 안 것이다. 과거에 알았다고 해서 지금도 아는 건 또 아니다. 그래 늘 숙고가 필요하다.

숙 가져 고(熟考)의 숙자는 '익을 숙'자이다. 나는 '익는다'는 '숙'자가 들어 가는 이런 말들을 좋아하다. 숙성(熟成), 성숙(成熟), 숙의(熟議), 숙독(熟讀), 그리고 '숙자'라는 이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괴롭힌다. 이런 바이러스를 이기려면, 각자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 그건 낮에 햇빛을 맞으며 일을 하거나 산책하는 것이다. 비타민 D를 많이 섭취하는 일이다. 그래 이 글쓰기가 끝나면, 나느 주말농장에 갈 생각이다. 지난 금요일에 '잔뜩' 산 상추 모종들을 이식할 생각이다. 오늘 아침 사진은 금요일에 지인이 온 가져온 요리입니다. 익었죠?

벌써 삼월이고/정현종

벌써 삼월이고

벌써 삼월이고
벌써 구월이다.

슬퍼하지 말 것.

책 한 장이 넘어가고
술 한 잔이 넘어갔다.

목 메이지 말 것.

노래하고 노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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