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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듣기/이해인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는 이해인 수녀님의 새로운 산문집, 『그 사랑 놓치지 마라』 67페이지에 나오는 것이다. 어제 약속한 대로 이 시를 필사 했다. 좋은 삶의 지혜를 준다. 나는 이 시를 필사 하면서, 수녀님의 말씀을 일상에서 실천하기로 다짐했다.

수녀님은 외로움을 느끼는 때가 "기껏 마음 먹고 무슨 말을 시작했는데 아무도 주의 깊이 들어주지 않을 때"라고 하신다. 나는 이런 짓을 하지 않았나 반성하는 아침이다. 수녀님 이야기이다. "여럿이 모여 대화하는 자리에서도 말하는 이에게 끝까지 정성을 다하기보다는 사이사이 끼어들어 원래 말하려는 이보다 더 길게 말하거나, 양해를 구했더라도 중간에 스마트 폰을 들고 나가면 이내 관심이 흩어지기도 해서 말하는 이를 종종 힘 빠지게 만들기도 합니다."

온전히 남의 말을 잘 듣는 일은 어렵다. 남의 말을 잘 듣는 데도 능력이 필요하다. 오래 전에 읽은 책의 내용 하나를 오늘 아침 공유한다. 그 책은 토마스 쯔바이펠이 쓴 『듣기력』(박주관 역, 에코 비즈니스, 2004)이다. 지금은 이 책을 구하기 어렵다. 어느 날, 내 누님이 주신 책이었다. 그는 듣기 능력을 8 단계로 나눈다. 내 듣기 능력은 몇 단계일까?

1. 0단계: 듣기 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상대방의 말을 무시하고 아무 것도 듣지 않는 수준이다.
2. 1단계: 상대방의 말을 듣는 척하는 사람이다. 실제로는 듣지 않으면서 겉으로는 듣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3. 2단계: 상대방의 말을 통제하는 사람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듣기보다는 몸동작이나 얼굴 표정, 소리를 통해 상대가 말을 할 때 영향을 미치는 듣기이다.
4. 3단계: 상대방을 말을 걸러내는 사람이다.  상대방의 말을 '해석'이라는 절차를 거쳐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의 3단계까지, '무시하기', '척하기', '통제하기', '걸러 내기'는 듣기 능력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말하는 동안 배울 것이 없다'는 격언을 받아들이면, 그들은 성공할 가능성이 없는 사람이다. 진정한 경청은 다음 단계 부터이다.
5. 4단계: 상대방의 말을 존중하는 사람이다. '존중하기'는 자신이 할 말을 머릿속에서 지운 상태로 상대방의 말에 자신의 모든 것을 집중하는 것이다.
6. 5단계: 상대방의 말을 공감하는 사람이다. '공감하기'는 상대방의 신발을 신고 자신이 그가 되어 서 보는 것이다.
7. 6단계:  상대방의 말을 발생시키는 사람이다. '발생시키기'는 상대방이 돋보이게 하며 듣는 단계이다.
8. 7단계: 말을 하면서 상대방의 반응을 듣는 사람이다. 이 단계는 가장 높은 수준으로 말하는 동안 상대방이 내 말을 어떻게 듣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상배방의 말을 잘 듣는 경청은 절제이며 겸손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경청의 태도는 우리들이 다름 사람에게 나타내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찬사 중 하나이다. 등등 듣기를 강조하는 격언들은 많다. 중요한 것은 일상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할 방법들을 찾아 보는 일이다. 수녀님이 가르쳐 주신 것과 나의 방식들을 나열해 본다.
• 말하는 이의 눈을 바로 보며 주의 깊게 듣기
• 상대방이 하는 말을 정리하여 질문 식으로 확인해 보기
•  부탁 받은 심부름을 좀 더 정확히 하기 위해서 또는 말하는 이의 말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반복해서 되물어 보기
• 잊어 버리지 않도록 메모하기
• 상대방의 말을 딴생각하지 않고 귀담아 듣기
• 상대가 하려는 말을 다할 수 있도록 다독여주고 중간 중간에 상대방의 말을 장 이해하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제스처나 말을 곁들이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늘 아침 공유하는 수녀님의 시처럼, 아침에 일어나면, "들어라"를 세 번 말하고, 자기 전에 또 다시 "들었니?"를 세 번 반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경청은 상대의 말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전달하고자 하는 말의 내용은 물론이며,  그 내면에 깔려 있는 동기나 정서에 귀를 기울여 듣고 이해된 바를 상대방에게 피드백 하여 주는 것이다.

듣기/이해인

귀로 듣고
몸으로 듣고
마음으로 듣고
전인적인 들음만이
사랑입니다

모든 불행은
듣지 않음에서 시작됨을
모르지 않으면서
잘 듣지 않고
말만 많이 하는
비극의 주인공이
바로 나였네요

아침에 일어나면
나에게 외칩니다

들어라
들어라
들어라

하루의 문을 닫는
한밤중에
나에게 외칩니다

들었니?
들었니?
들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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