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4.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2021년 12월 17일)

우리 사회는 출구가 없는 강력한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고 있다. 따라서 오늘 아침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욕심, 폭력 그리고 사기성에 대해 살펴본다. 천국에 가기 위해서는, 자신 안에 있는 지옥에나 있을 법한 악한 생각과 습관을 낱낱이 파해져야 한다. 그런 심각한 변화의 노력이 없는 장소가 지옥이다. 지옥 문 앞에 간다는 것은 용기이며, 변화를 갈망하는 희망의 씨앗이다. 자신을 직시하려는 용기가 있는 자만이 지옥문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인간이 자신을 직시하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삶을 찾지 못하면, 타인이 가진 것을 내가 소유하려는 욕심이 싹튼다. 욕심은 자신에 대한 폭력이다. 자신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 이유를 자신이 아닌 타인에서 찾고 폭력을 휘두른다. 최근에 한 대선 후보의 모습에서 그걸 느낀다.
어제는 모처럼 양심적인 기자를 한 명 알게 되었다. MBC 송요한 기자이다. 그는 "우리 나라 '국민의 암'인 수구언론과 정치 집단의 비열함을 지적하며 분노와 안타까움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윤석열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 도대체 그가 한 일이 무엇이 있나? 선배 뒤통수 쳐서 서울중앙지검장이 되고, 이명박근혜 뒤통수 쳐서 검찰총장이 되고, 결국 자신을 영전 시켜준 임명권자 문재인 대통령 뒤통수를 치면서, 많은 국민들에게 국민의 암이라고 조롱 받는 정치집단의 가장 큰 암덩어리가 됐다. 그가 검찰 재직 기간 중 검사로서 공정하고 정의로운 수사와 기소한 것이 드러난 게 있는가? 드러난 것은 부산저축은행 수사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치검사로서 기득권에 부역한 부패검사의 모습이 아닌가? 대선 후보로서 그의 언행을 보면 기가 찰 일이다. '1일 1 망언'이라는 조롱을 할 정도로 세상사에 무식하다. 10원 한 장 피해준 적 없다(는 장모는 구속), 120시간 노동, 저소득자와 불량식품, 아프리카 손발노동, 전두환 찬양, 부정 부패 범죄 기업 경영인 처벌하지 말고 법인을 처벌하자, 나눠줄 거면 세금을 왜 걷나? (세금은 나눠주려고 내는 것, 부의 분배를 세금을 통해 하는 것이다.) 후쿠시마 핵폭발 없어 안전하다, 대구 민란,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부마항쟁? 발언에 연대 앞에 살았는데 이한열을 모르겠느냐고? (연대 앞에 사는 것과 이한열을 아는 것이 무슨 연관?) 주택청약통장을 집이 없어서 못 만들었다는 무식한 부패부자, 국민을 개 돼지로 여기는 개사과, 박근혜를 구속시킨 검찰총장 출신이 박근혜 구속이 안타깝다는 사이코패스성 발언"들 말이다.
"세계 5대 무역대국, 세계 5대 문화대국, 세계 6대 군사대국, 세계 8대 종합 국력(G7 연 이은 참석), 세계 10대 경제대국"인 "이런 나라의 대통령 후보로 윤석열을 옹립한 정치집단이 어딘가? 이런 나라의 영부인으로 창녀 의심을 받는 여자를 옹립하려는 정치집단, 학력 위조를 비롯 온갖 부정한 방법으로 신분상승한 여자, 대선후보라며 제 아내라는 여자는 꼭꼭 숨겨놓고, 전국을 다니면서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소시오패스 같은 자"이다.
계속 더 인용한다. "이런 자와 정치집단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뇌구조를 이해할 수 없다. 정치지도자의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이다. 독재와 압제에 항거해 민주주의를 이룬 대한민국 국민의 정치의식, 피 흘린 민주화투쟁에 무임승차한 30% 넘는 사람들이 저런 자와 정치집단을 지지한다. 알곡에 쭉정이가 너무 많이 섞였다."
나는 '관행'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다음과 같은 관행들 때문이다. 검사가 기업 회장들을 룸싸롱으로 불러내 구두에 양주를 부어 마시라고 하는 관행, 수사 검사와 피의자 여성이 눈이 맞아 동거를 하다 감찰에서 문제가 되자 서둘러 결혼하는 관행, 학력과 경력을 조작해서 인맥 타고 대학에서 강의하는 관행, 선수들끼리 교묘하게 주가조작해서 막대한 차익을 내는 관행, 검사가 판사들 사찰하는 관행, 검사가 특정 정당에 고발을 사주하는 관행, 남의 눈에 티끌은 지구 끝까지 추적하며 응징하고 괴롭히면서도 제 눈의 들보는 그냥 관행이라고 하는 관행들 말이다. 우리 사회는 이런 관행에 병들어 간다.
관행(慣行)의 사전적 의미는 "오래전부터 해 오는 대로 함" 또는 "관례에 따라서 함"이다. 관습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관습은 그것을 규범의 측면에서 본 것이고, 관행은 그것이 행하여 지고 있는 행위의 측면으로부터 본 것이다. 관행은 습관처럼 굳어져서 사회의 구성원들이 인정하고 받아들일 만한 행위를 일컫는다. 그런데 관행이라는 말은 긍정적인 맥락보다는 부정적인 맥락에서 더 많이 사용되었다. 왜냐하면 보편적으로 적절치 못한 어떤 사안에 대하여 그 중심에 있다고 보여지는 자들이 주로 사용했던 좋지 않은 기억 때문이다. 마치 잘못된 행도 관행이면 괜찮은 것인 양 행하기 때문이다.
이야기 나온 김에 오늘 아침은 정치 이야기를 좀 더 한다. 박성민 정치 컨설턴트에 의하면, "정치에서는 이슈보다는 이슈를 다루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러니까 잘 못 대응하면 작은 악재도 큰 위기가 된다. "문재인 정권이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에 들이댄 잣대와 스스로에 들이댄 잣대가 잘라서 국민의 신뢰를 잃었듯 윤석렬도 '선택적 잣대'를 사용하는 순간 국민의 신뢰를 잃을 것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미 윤석렬 후보는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고 본다. 특히 '정권 교체 민심'을 배신하게 되는 거다. '불려 나온' 정치인은 '불러낸' 국민을 잊으면 안 된다. 사람들이 윤석렬을 좋아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뒤로 숨어' 보이지 않을 때 '대통령처럼' 말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그 정치적 자산이 정치에 뛰어든 순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에 의하면, "정치에서도 가장 큰 리스크는 '불확실성'"이라 했다.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도덕적 잘못은 사과하고, 법적 잘못은 책임지면 된다. 조국 부부처럼 불필요하게 '정치적'으로 돌파하겠다는 생각을 하면 힘들어 지는 것을 우리는 보았다. 사실 대중은 정치인의 과거에 대해 관심이 없다. 자신의 미래에 이익이 된다면 대중은 그의 과거를 문제 삼지 않는다. 그 후보가 미래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에만 과거가 문제가 된다.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에 의하면, 대중이 대통령을 선택하는 기준은 다움과 같이 세 가지라 했다. (1) 좋아해서 (2) 필요해서 (3) 상대가 싫어서 이다. 대중은 미래 비전을 보여주는 정치인에게 매료 당한다. 다시 말하면 '좋아서 찍겠다'는 사람과 '필요해서 찍겠다'는 사람이 늘어나야 선택된다. 박성민 컨설턴트로 부터 잘 배웠다.
오늘 아침은 문정희 시인의 <비망록>을 공유한다. 요즈음 내 눈에 비친 정치인들은 "박힌 돌이 돌처럼 아파서/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리는" 모습으로 모인다. 그래 오늘 아침 나는 이 <비망록>을 다시 읽으며, 내면에 스스로 세운 높은 기준이나 이상, 그것을 실천하지 못하게 만드는 내적 장애를 관찰한다. 비망록(備忘錄)은 잊지 않으려고 중요한 골자를 적어 둔 것이다. 시인은 평생을 아름다운 가치를 새기며 살려고 했는데, 그러질 못해서 마음이 아프다. 정신적 가치와 자신의 이상에서 멀어진 현재의 삶을 성찰하면서 지금이라도 그걸 잊지말자는 뜻에서 시인을 이 <비망록>을 쓴 것 같다.
비망록/문정희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단테는 지옥에서 형벌을 받고 있는 인간의 죄과를 세 가지로 구분하였다. 무절제, 폭력, 그리고 사기다. <<신곡>> 의 <인페르노> 제1곡에 등장한 세 마리 짐승이 세 가지 죄의 상징이다. 암 늑대는 무절제, 사자는 폭력, 그리고 표범은 사기다. 욕심은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기 못하고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탐하는 습관이다. 욕심보다 더 심한 죄는 ‘폭력’이다. 자신의 욕심이 지나쳐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로 대표적으로 ‘분노’가 있다. 가장 심한 죄는 ‘사기’다, 사기는 자신의 행위가 제3자 혹은 불특정 다수에게 끼치기 때문이다. 인페르노는 욕심, 폭력, 그리고 사기의 죄를 범한 사람들을 차례로 소개한다.
무절제는 1인칭, 즉 자신에게 가하는 죄이고, 폭력은 2인칭에게 해를 끼치는 범죄이며, 사기는 3인칭, 즉 불특정 다수에게 끼치는 죄다. 사기가 지옥에서 가장 큰 죄다. 무절제의 죄를 지은 사람들은 <인페르노> 제5곡부터 11곡에 차근차근 소개된다. 무절제의 죄명은 색욕(色慾), 식탐(食貪), 인색(吝嗇)과 낭비(浪費), 우울(憂鬱)과 분노(憤怒), 그리고 종파(宗派) 만들기다. 단테는 이 죄를 지은 사람들이 거주는 장소의 입구에, 고대 그리스에 등장하는 신화적인 존재를 배치시킨다. 이 괴물들은 죄인들의 죄과를 묻고 형벌을 가하는 가혹한 심판자들이다.
무절제(無節制)는 글자 그대로 ‘절제하지 못하는 무기력’이다. 자신의 말과 행동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죄다. 인간은 교육과 훈련, 그리고 스스로의 수련을 통해 짐승의 상태에서 서서히 벗어나 개화된 인간, 승화된 인간, 혹은 신적인 인간으로 탈바꿈한다. 인간은 자신을 가만히 응시하여, 자신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욕망을 절제하지 못한다면, 짐승이나 마찬가지다. 단테는 무절제의 개념을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제시한 악의 개념에서 출발한다. 선은 중용이고, 악은 모자람과 과함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 품격의 원칙은 중용을 지키지 못하는 상태, 혹은 중용이 부족하거나 과도한 상태를 ‘무절제’라고 불렀다.
단테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사용한 ‘무절제’ 개념을 <인페르노> 제11곡 82행과 83행에서 이탈리아어로 ‘인콘티넨짜(incontinenza)'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설명한다. 원래 생물학자이며 의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인콘티넨짜’를 원래 생물학적 용어로 사용하였다. ‘인콘티넨짜’는 한마디로 ‘요실금(尿失禁)'이다. 인간의 가장 생리적인 현상인 오줌을 참을 수 없는 상태다. 무절제는 요실금이다. 짐승과 같은 욕망이 한 인간의 주인이 된다. 그런 사람은 욕망의 노예가 되어 성적인 방종, 과도한 음식섭취, 쇼핑중독, 과도한 분풀이, 그리고 자신에 대한 과대망상이라는 병에 걸린다.
나는 나를 관찰하고 훈련시키는가? 입은 말하기 전에 다물어야 하고 눈은 보기 전에 감아야 한다. 말하고 싶다고 말한다면, 눈을 뜬다고 본다면, 들려온다고 듣는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우렐리우스는 자신의 마음속에 높다란 성벽인 ‘내성(內城)’을 건설하여, 성벽위에서 자신을 항상 지켜보았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을 모니터하는 주인을 그리스어로 ‘헤게모니콘(hegemonikon)'이라고 불렀다. 번역하자면, ‘나의 생각, 말, 그리고 행동을 자동적으로 제어하는 대장’이란 의미다.
사람들은 자신의 거침없는 말과 행동을 용기(勇氣)라고 착각하고 그런 집단행동을 민주주의(民主主義)의 발판이라고 호도한다. 대한민국은 무절제 공화국이다.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이고 편협하다.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제외하고는, 인간의 언행을 누군가에게 점검 받아야 한다. 그 누군가는 바로 자신이다. 자신의 언행이, 자신의 최선인지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한없이 정제된 언행만이 용기이며, 집단의 숙고(熟考)를 통해 만들어진 결정을 수용하고 준수하려는 과정이 민주주의다. 자신의 주장이 편협한 편견이란 사실을 모르고 말을 쏟아내는 ‘현자’들이 미디어를 통해, 국민의 정서를 점점 각박하게 만든다. 침묵은 자신의 언행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에 대한 감사 표시이고, 언행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준비다. 단테가 상상한 지옥은 자신의 마음 가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사후에 형벌을 받는 장소다. 그들의 죄명은 무절제(無節制)이다. 배철현 교수의 <묵상>에서 읽은 거다. 나를 관찰하고 훈련 시키는 오늘 하루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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