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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종교는 연약한 인간들이 만들어낸 허구이다.”

1095.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지난 일주일 동안, 우리는 예수의 "산상수훈 팔 복" 이야기를 했다. 이쯤에서 종교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다가, 언젠가 니체가 말한 "신은 죽었다"는 말을 잘 분석한 서울대 박찬국 교수의 글을 읽고, 기록해 두었던 내용을 다시 만났다. 그 내용을  두 번에 걸쳐서 다시 읽어 본다. 요즈음 우리들의 시야를 흐리게 하는 일부 종교인들을 꼬집고 싶기 때문이다.

서양 중세(中世) 사람들은 자신들이 부딪힌 문제들을 신에 의지하여 해결하려고 했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와서는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자연 재해로부터 오는 문제는 과학과 기술로, 사회적 고통의 문제는 사회구조의 개혁을 통해서 극복하려 했다. 그에 따라 그리스도교가 서양 사회에서 갖는 영향력이 중세에 비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작아졌다는 사태를 ‘신은 죽었다’라고 니체는 말한 것이라고 본다. 니체는 종교란 신이 내려준 것이 아니라, 모두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한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니체는 제도화된 그리스도교의 가르침과 예수의 가르침을 구별한다.
  
니체는 예수의 가르침을 이렇게 세 가지로 요약한다. ① 예수는 자신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아들이고, 그렇기에 모든 이들은 동등하다고 믿는다. ② 예수는 모든 종류의 싸움을 피하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증오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날 것을 가르친다. ③ 심지어 악에도 저항하지 말고 애초부터 저항할 능력조차 갖지 말아야 하며, 그 결과로 얻어지는 평화와 온유함 그리고 모든 사람을 형제처럼 사랑하는 상태에서 영원하고 완전한 행복을 발견하라고 가르친다. 그리고 예수는 완전한 행복이 내세가 아닌 우리 마음속에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니체는 예수가 말하는 천국은 사람들이 사후에 가는 곳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의 특정한 상태를 가리키는 상징일 뿐이라고 본다.
  
니체는 ‘기쁜 소식을 가져온 자’인 예수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만 하는가를 보여주기 위해서 십자가 위에서의 죽음을 택했다고 본다. 예수가 인류에게 남긴 것은 특정한 교리 체계가 아니라 이러한 삶의 모습이었다고 본다. 니체는 제도화된 그리스도교는 바울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본다. 바울은 당시 사회에서 잘나가는 자들에 대한 증오에 사로잡혀서 ‘예수를 믿지 않는 자들은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는 교리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즉 바울은 증오와 원한에 사로잡힌 인간이라는 것이다. 니체는 그리스도교의 평등사상이나 그것을 계승하는 민주주의 및 사회주의 사상을 모두 원한의 산물로 여긴다. 그러면 모든 것의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릴 수 있다. 예수를 데카당(decadent, 생명력이 쇠약해진 인간)이라고 말한다. 니체는 예수가 현실적인 자극과 고통을 피하여 내면의 평화로 도피하려 한다고 본다. 남을 미워할 줄 모르는 천진무구한 사람으로 보려 한다. 그래서 니체는 이렇게 말한다. “종교는 연약한 인간들이 만들어낸 허구이다.”
  
니체가 말하는 두 가지 종교를 비교하여 본다.
- 사람들에게 어떤 죄책감을 강요하지 않고 오히려 사람들의 힘을 강화 시키고 고양시키는 종교 VS 지상의 힘이나 쾌락을 죄악시하고 끊임없는 회개를 강요하는 종교
-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종교 VS 바울이 만들어 낸 그리스도교
- 그리스 로마의 신화는 인간의 힘을 강화하고 고양시킨다. 헬레니즘 VS 그리스도교적인 신화는 인간을 약화하고 병들게 만든다. 히브라이즘
- 자연스러운 본능이나 욕망을 죄악시하지 않고 신성한 것으로 여겼다. VS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나 욕망 그리고 그것들의 충족에서 비롯되는 쾌감을 죄악시한다. 그래서 그리스도교인들은 자신과 갈등을 일으키고 자신을 학대하며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반면 에리히 프롬은 종교를 인본주의적 종교와 권위주의적 종교로 나누었다.
- 인본주의적 종교: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다른 인간을 돕고 사랑할 수 있는 인간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종교.
- 권위주의적 종교: 이러한 잠재력을 오히려 손상시키고 억압하는 종교
  
외로운 별은 너의 것이 아니다/김종해

떨어지는 잎을 보며 슬퍼하지 마라
외로운 별 그 안에 와서
사람들마저
잠시 머물다 돌아가지 않더냐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것이든 사라져 가는 것을
탓하지 마라
아침이 오고 저녁 또한 사라져 가더라도
흘러가는 냇물에게 그러하듯
기꺼이 전별하라
잠시 머물다 돌아가는 사람들
네 마음속에
영원을 네 것인 양 붙들지 마라
사람 사는 곳의 아침이면 아침
저녁이면 저녁
그 빈 허공의 시간 속에서
잠시 안식하라
찰나 속에서 서로 사랑하라
외로운 별은 너의 것이 아니다
반짝 빛나는 그 허공의 시간을
네 것인 사랑으로 채우다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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