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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누구든지 수양을 중단하면 생명보다 인격이 먼저 죽습니다.

4년 전부터 해 오던 주장입니다.

"'인격 수양'의 수양은 '다듬고 기른다'는 뜻입니다. 인격은 화초와 같아 정성껏 가꾸면 잘 자라 꽃을 피우지만, 방치하면 말라 죽습니다. 누구든지 수양을 중단하면 생명보다 인격이 먼저 죽습니다. '인격' 없는 노인이 많은 이유입니다." (전우용)

동의합니다.

『중용』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천명지위성(天命지위성), 솔성지위도, 수도지위교"

하늘이 우리에게 본성을 주었는데, 즉 인간의 격을 말해 주었는 데, 그 본성을 따르는 것이 '길(道)'라고 했지요. 그 길은 우리가 인간으로 품격을 가지고 일상을 살아가는 날들이 그 '길(道)'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도'를 잘 '다듬고 기르는' 것이(修道가) 교(工夫공부)라는 말입니다. 그러니 인간은 인간의 품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단히'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윤리적 결정의 순간에 감수성이 작동합니다. 이런 이도 있습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판결문'(김문수). 정치 입문 이래 이제껏 옳고 그름은 안 따지고, 이익이냐 손해나만 따지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30년 정도 저렇게 살면, 누구나 아무 것도 이해할 수 없게 됩니다." (전우용)

공자는 인간의 품격을 잘 가춘 사람을 군자라고 합니다. 군자로 나아가는 길은 <논어>의 첫 페이지에 말하고 있지요. 흔히 우리는 이것을 '군자 3락(君子三樂, 즐거움)'이라고 합니다.
1. 배우고 수시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고 익히는 것이 인생에서 제일 즐겁다. 여기서 학습은 단순히 나의 지식을 얻는 것이 아니라, 내 영혼을 바꾸고, 내 삶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2. 벗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온다면 즐겁지 않겠는가?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여기서 벗은 '벗 우'가 아니라 '벗 붕'자이다. '벗 우'는 이익에 따라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고, '붕'은 꿈과 뜻이 같은 친구들이다. 그런 '벗 붕'들과 함께 지내며 사는 것은 인생 두 번째 즐거움이다.
3. 남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서운해 하지 않는다면 군자답지 않겠는가? 인부지이불온이, 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溫 不亦君子乎) 이 말은 남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지 연연하지 않고 내 일상을 유지하며 그저 묵묵히 내 삶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진정한 군자의 모습이다.

종합하면, 군자란 학습하는 인간, 같은 꿈을 꾸는 동지와 함께 사는 인간 그리고 남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내 일상을 지배하고 유지하며 사는 인간이다.

그리고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 "자로편")'하여야 한다. 즉 "친화하되 무리를 짓지 않는다." 군자는 의(義, 정의)를 숭상한다. '의'는 도리(道理, 인간의 길)에 합당한 것을 실천하는 도덕적 태도이기 때문이다. 소인은 이(利, 이익)만을 추구한다.' 동이불화(同而不和, 패거리를 지으며, 화합하지는 않는다)'의 세계를 만든다. '화이부동'은 남과 조화를 이루나 남과 동일하지는 않으려는 철학이다. '화이부동'을 아는 군자는 다름과 다름을 인정하며, 위대한 조화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와 같음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리고 군자주이불비, 소인비이불주(君子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하여야 한다. 군자는 친하게 지내되 결탁하지 않고, 소인은 사리사욕을 위하여 결탁한다. ("위정편") 두루두루 남들과 친화하면서,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 라인을 만들지 않는 사람이 군자이다. 군자는 두루 어울리되 편파적인 패거리를 찾지 않는다.

끝으로 군자고궁(君子固窮, 군자는 궁할 때 단단해 지는 사람이다)이다. 군자는 어렵고 궁핍할 때 더 굳고 심지가 깊어진다. "군자고궁(君子固窮), 소인궁남(小人窮濫)"이다. 어려움을 당하더라도 견뎌내는 사람이 군자라면, 눈앞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이를 모면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사람을 소인이라 한다. 힘든 일이 생기면 모든 멘탈이 무너지는 사람은 군자가 아니다. 소인은 곤궁하면 넘친다. 추사 김정희, 다산 정약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역전하여 자신의 삶을 오히려 꽃 피운 사람으로 『논어』의 "군자고궁"을 실천한 인물이다.

『논어』의 한 구절이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에 있다.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겨울이 되면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처럼 군자는 멘탈이 강하고, 자신의 삶을 중요하고 아름답게 생각하는가를 이 <세한도>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알게 된다.

오늘 우리 사회는 이런 조선시대의 유교적 가치가 사라졌다.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을 정도로 비참한 상황에 있는 노인들이 탄핵된 박근혜 정권을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이런 생각을 한 것이다.

외국 언론들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빈곤을 겪다가 박정희 정권 당시 급속한 경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데 헌신했고, 과거에 대한 향수와 수십년 간의 군사 독재 하에서 세뇌된 결과라고 나는 해석한다. 그러니까 모든 사회적 악이 북한 정권의 탓으로 돌려진다. 예를 들면 박근혜 탄핵 사건을 북한 첩보 요원이나 한국 내 좌파 세력들이 꾸민 일로 의심한다. 아무튼 이는 한국의 현대사가 빗은 결과이다. 그래서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좀 먹고 살게 되었으니, 고전을 읽는 인문학이 빨리 부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글들이 글을 안 읽는 노인들에게 전달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들은 글들을 읽지 않으며 도대체 배우려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