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내가 늘 다니는 탄동천 산책길에는 오늘 아침 사진처럼 예쁜 노란 꽃이 지천이다. 돼지감자 꽃이다. 돼지감자는 감자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못 생겼다. 그런데 꽃과 잎은 감자와 같이 생기지 않았는데, '뚱딴지'같이 감자 같은 뿌리가 달렸다고 '뚱딴지'라 한다. 그래 우리는 일상에서 생김새나 성품이 완고하고 우둔하며 무뚝뚝한 사람 또는 엉뚱한 사람을 일컬어 ‘뚱딴지 같다’고 비하하는 말로 쓴다. 요즘은 주로 엉뚱한 행동이나 말을 하는 경우를 가리키는 말로 굳어졌다.
뚱딴지는 터무니없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엉터리'와 의미가 일맥상통한다. 또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다'는 속담과도 의미가 비슷하다. ‘엉터리'는 '사물의 기초'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그래서 ‘엉터리 없다’고 하면, '어떤 일의 기초나 근거가 없다', 곧 '이치에 맞지 않다'는 뜻이 된다. 이 말을 응용하여 허황된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을 가리켜서 ‘엉터리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엉터리없는 사람'을 그냥 ‘엉터리'라고 하는 것도 표준말로 인정하고 있다. 이것은 잘못 알려진 말이 널리 쓰이게 되니까 할 수 없이 표준으로 삼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말이 나왔으니 좀 더 말해본다. ‘엉터리'와 비슷한 말 가운데 '‘터무니'가 있다. '터무니'는 '터를 잡은 자취'를 뜻하는 말로서, “수십 년 만에 고향에 갔더니 우리 가족이 살던 터무니가 사라졌다"고 쓸 수 있다. 이 말은 또, 정당한 근거나 이유를 나타내는 말로도 널리 쓰여 왔다. “변명을 하더라도 터무니가 있어야 통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정당한 근거나 이유가 없을 때, 우리는 ‘터무니없다'고 말한다. 다만 ‘엉터리 있다’는 말이 없는 것처럼, '터무니 있다'는 말은 쓰지 않는다.
‘엉터리 없다’, ‘터무니 없다'는 말들처럼 ‘없다'가 붙어 쓰이는 말 가운데 ‘어처구니 없다'는 말이 있는데, 이 또한 ‘어처구니 있다’고 하지는 않는다. ‘어처구니'는 ‘상상 밖에 엄청나게 큰 물건이나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건설 장비 가운데, 큰 바위를 깨뜨리는 커다란 쇠망치를 '어처구니'라 한다. 이 말을 응용하여 '어처구니 없다’고 하면, '하도 기가 막혀 어찌할 줄을 모른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우리 동네에서는 '맷돌의 나무 손잡이'를 '어처구니'라 한다, 둔중한 돌덩어리를 돌리며, 음식물을 잘게 부수는 그 기능은 어처구니의 동력전달에서부터 온다. 이질적인 요소들이 관계론 적으로 역할이 분담되어 메타포를 형성하는 기능은 조화의 시작이다. '어처구니 없는 세상'은 조화가 깨진 세상이다.
말이 나왔으니, ‘뜬금 없이'라는 말도 이야기 해본다. 이 때의 ‘뜬'은 ‘뜨다'의 관형형이고, ‘금'은 '돈'을 말한다. 곧 ‘떠 있는 돈'을 의미한다. 일상에 쓰이는 '뜬금'이란, '제자리에 묶여 있지 않고 제 마음대로 올랐다 내렸다 하는 물건값'을 말한다. 시세에 따라 달라지는 값이니, 굳이 한자 말로 바꾸자면 ‘변동 가(變動價)’ 정도가 될 것이다. 우리는 흔히 들쑥날쑥하거나 갑작스럽고도 엉뚱한 모양을 ‘뜬금 없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낱말 뜻대로라면 ‘뜬금으로’ 또는 ‘뜬금 처럼'으로 써야 앞뒤가 통하게 된다. 그런데도 ‘뜬금 없이'로 쓰고 있는 것은, 이때의 ‘없다'를 부정으로 쓴 게 아니라 강조하는 말로 붙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용례는 가끔 눈에 뜨인다. ‘안절부절'이란 말은 몹시 불안하고 초조하여 어쩔 줄을 모르는 모양을 표현하는 말인데, 그 동사형은 ‘안절부절 하다'가 아니라, ‘안절부절 못하다'이다. ‘뜬금 없이'에서처럼, 이때에도 ‘못하다'는 부정이 아니라, 강조의 구실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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