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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이젠 어느 누구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4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1월 5일)

어쩐 일인지, 일찍 일어났다. 9시면 모든 식당이나 술집이 문을 닫으니, 본의 아니게 일찍 자게 된다. 게다가 나는 시도 때도 없이 마음만 먹으면 잘 수 있다. 내 아버지가 그러셨다. 앉아서도 잘 주무셨다. 왜 그러시냐고 내가 물으면, 난 젊었을 경찰을 해서, 버릇이 되셨다고 말씀 하셨다. 프랑스어로 dormir du sommeil du just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정의로운 자의 잠을 자다'이다. 그러니까 '(양심의 거리낌이 없는 의인처럼) 평안히 자다'라는 뜻이다, 짧게 말하면 '안면(安眠)하다'이다. 나는 늘 안면한다. 마음만 먹으면 금방 숙면한다. 그래 참 행복하다. 그러나 가끔씩 너무 이른 새벽에 잠을 깬다. 그게 오늘 아침이다.

새벽에 만난 글이다. 레오 버스카글리아의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에 나오는 거다. 이 책은 BTS가 추천해서 우리에게 많이 알려졌다. "자기 앞에 놓인 운명은 자신 속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2022년을 새롭게 시작하며, 내 운명은 나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하게 해 준 말이라 공유한다. "운명을 바꾸려면 달라지기를 결심하고, 변화에 대한 사소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생각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고,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실행에 옮겨야 한다."

나는 연초에 다시 다짐한다. 나는 열심히 활동하고, 많이 접속하여 관계를 만들고, 그 활동 마당을 유지하며, 차이를 생성하는 일상을 명랑하고 즐겁게 한다. 나를 열고 타자에게 접속한다. 최근에 늘 머릿속에 두고 있는 생각이다. 삶의 방향을 정하고, 자신의 항상성을 위해 지속하고, 타자와 접속하라. 이게 영성의 지혜를 알고 사는 길이다. 이게 삶의 성장의 길이다. 인생의 사는 맛은 활동과 관계가 많고, 잘 이루어지며, 그것들이 의미가 있다면 잘 살고 있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우선은 관계의 폭을 넓게 하고, 그 관계에 충실하며, 끊임없이 접속을 유지한다면, 원하는 활동이 확장되는 것이다.

요약하면, 우리의 일상에 필요한 세 가지 키워드 중, 하나가 '활동을 한다'이다. 태양이 뜨면, 낮에 활동을 하는 거다. 몸을 움직이는 거다. 그 활동하는 곳이 직장일 수도 있고 자기 스스로 활동을 만들어내 어도 된다. 두 번째는 '누군가 또 무언가와 관계를 맺는 거다.' 다시 말하면 접속이 이루어지는 일이다. 삶은 활동과 접속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새로운 것이 생성되게 하는 거다. 특히 차이가 생성되는 기쁨을 누려야 한다. 이때 발생하는 진정한 차이는 어떤 것을 배우면서 만날 수 있다. 우리는 그 차이를 느낄 때 살아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건 사람들이 자주 신상품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신상품은 욕망의 확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욕망의 동일성'일 수 있다.

그리고 이 새벽에 나는 지난 1월 1일부터 했던 올해의 다짐에 한 가지를 더 보탰다. 이젠 어느 누구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왜들 그렇게 열심히 누군가를 미워하는 거죠? 자기 일에만 신경 써도 모자라는 게 시간 아닌가?” 지난해 마지막 날 갑자기 돌아가신 베티 화이트가 미국 잡지 ‘퍼레이드’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라 한다. 100세를 단 18일 남기고 세상을 떠난 화이트는 코미디 전문 배우다. 미국판 ‘국민 할머니’이자 ‘방송계 퍼스트레이디’로 통했다. 별세 소식에 미국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이 “화이트를 사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애도했을 정도다. 그런 그가 진정한 어른으로 통했던 이유는 나이 그 이상이다. 가르치려 하기보다 배우는 자세를 취했고, 여성과 흑인, 성소수자 등 각 시대의 마이너리티를 옹호하는 최전선에 섰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의 저자 레오 버스칼리아는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이란 마음속 쓰레기를 끌어안고 놓지 못하는 상태 같다고 표현했다. 갖다 버릴 생각은 안 또는 못하고, 심해지는 악취에 불평만 늘어놓는 것과 같다는 얘기다. 남의 험담이나 비난을 하지 마라. 그럴 시간에 팔 굽혀 펴기나 해라는 말이다. 그래 그 시간에 나는 내 활동에 더 집중할 생각이다.

박노해 시인처럼, 나도 다짐한다. 사진은 지난 연말 제주 사계 앞바다에서 새벽에 만난 기러기들이다. 기도하는 시간들인가 보다. 올해는 글을 짧게 쓸 생각이다. 이어지는 생각은 블로그로 옮긴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새해 다짐/박노해

새해에는
단 하루만이라도
가지런해야겠다
세상이 어지럽지만
내가 단정하지 못했구나

새해에는
단 하루만이라도
고요해져야겠다
세상이 시끄럽지만
내가 말이 너무 많았구나

새해에는
단 하루만이라도
멀리 내다봐야겠다
세상이 숨가쁘지만
내가 호흡이 짧았구나

새해에는
단 하루만이라도
간소하고 나직해야겠다
세상이 온통 대박행진이지만
내가 먼저 비우고 나누지 못했구나

세해에는
단 하루만이라도
홀로 외로워져야겠다
좀 흔들리고 눈물도 흘리고 가슴 아파하면서
내 사람이 온유해져야 겠다.

그리하여 새해에는
나의 하루하루가
좀 더 치열해져야겠다
과녁을 향해 팽팽히 당겨진 화살처럼
하루하루를 내 삶의 가장 깊은 곳으로
온전히 집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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