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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아기 예수가 이 땅에 오신 것은 '이 땅에는 평화, 나에게는 사랑'을 다시 회복시키라는 메시지이다.

1년 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12월 24일)

오늘 공유하는 시의 <성탄제>는 기독교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단어이다. 그러나 시 속의 화자는 성탄 시기에 내리는 눈을 통해 아버지의 사랑을 회상한다.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아버지의 사랑,  그것은 "산수유 붉은 알알"이고 때는 마침 성탄 무렵 겨울이었다. 그래 이 시는 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 내내 우리에게 크리스마스 정신을 지니게 한다. 난 오래 전부터 크리스마스가 오면 이 시를 소환한다.

성탄제(聖誕祭)/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 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聖誕祭)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새 나도
그 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크리스마스 전날 아침이다. '크리스마스 이브'라고도 한다. 이브는 전야(前夜) 또 전일(前日)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흔히 영어 evening이 줄어 eve가 된 것으로 특별한 날의 전날 저녁을 뜻한다. 그냥 넓게 사용하여  하루 전날을 가리키기도 한다.

Joyeux Noël!(주와외 노엘!) Merry Christmas!(메리 크리스마스!) 축 성탄!
우리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신 것을 축하 드린다.

성탄절은 하느님께서 인간과 함께 머물기 위하여 인간(예수 그리스도)이 되어 오셨음을 축하 드리는 날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임마누엘(Emmanuel)"을 외친다.

임마누엘!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 일년 동안 제 글을 함께 해주시고, 그렇지 않더라도 이 땅 위에 살아 있는 모든 이와 모든 것들에 다 시 또한 번 외친다. "임마누엘"

세계가 생일을 축하하는 그 분의 이름이 몇 가지이다. 하나는 예수이다. 여호와는 구원자라는 뜻이다. 두 번 째는 그리스도이다. 이 이름은 기름부음을 받은 자란 뜻이다. 그리고 임마누엘이다. 이것은 천사가 미리 알려준 이름이고, 예언자 이사야가 알려준 이름이다. 그 뜻은 하느님이 자신의 피조물과 바로 지금 함께 계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하느님이 죄인들과 함께 계시며 구원하신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는 마구간에서 태어나신 어린 예수를 '구세주(메시아)'라 부른다. 당시 로마가 자신들의 지배를 통한 평화를 위해 '팍스 로마나'를 외칠 때 아기 예수가 이 땅에 오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는 무한 경쟁과 승자독식이 합당하다고 말하는 수구 기득권 세력과 짬짜미로 돈만 버는 언론들과 법의 이름으로 자신들의 이익만을  지키려는 소위 '법 쟁이'들의 세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아기 예수는 이것들이 '엉터리 평화'임을 목숨 걸고 저항하셨기에 우리는 그를 구세주라 부른다. 그 아기 예수가 오늘 밤 다시 오신다. 우리가 이 아기 예수에게 무릎을 꿇고 '임마뉴엘'을 외치며 경배하고 축하드리는 것은 진짜 평화를 바라기 때문이다.

구유는 성탄절의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기 위한 장식품이 아니다. 구유는 비참한 현실에 있는 이들의 마지막 선택이며, 하느님의 보호이다. 그리고 가난한 형제는 우리가 연대하며 다가가야 할 성탄 구유이다. 이것이 살아 있는 성탄 구유이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이렇게 낮게 오신 아기 예수는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셨다. 그러면서 예수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것은 사랑이다. 그 사랑을 우리는 '황금률'이라 한다. 엄청난 rule(규율)인 것이다. 내가 대접받고 싶은 만큼 다른 이를 대접하라. 내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  다른 이를 나라고 생각하고 환대하라. 오늘 내일만이라도 그 사랑을 내 일상에 가득하게 하고 싶다.

아기 예수가 이 땅에 오신 것은 '이 땅에는 평화, 나에게는 사랑'을 다시 회복시키라는 메시지이다. 그동안 이기적으로 나만 생각하고, 내 가족만 생각하며 살았다면, 오늘 나를 되돌아 보는 기회를 가지라는 날이다. 서기 70년에 예루살렘이 로마인들에 의해 무참하게 파괴된다. 유대인은 로마제국의 식민으로 절망한 가운데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었다. 마치 우리가 코로나-19로 그러는 것처럼 말이다. 그들에게 절망을 이기는 생존 장비인 희망이 필요했다. 그 희망의 이야기가  아기 예수의 탄생 이야기로 승화된 것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들에게도 희망이 필요하다. 그래 오늘 아침은 이해인 수녀님의 <성탄 편지>를 공유한다. 그리고 일년 동안 함께 한 나의 모든 친구들에게는 <아베 마리아>를 선물한다. 크리스마스의 노래가 Ave Maria이기 때문이다. <아베 마리아>는, 루가 복음(1:39-56)에 의하면, 세레자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이 마리아에게 한 인사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성모송의 라틴어 기도문을 여러 음악가들이 가사로 붙인 곡을 말한다.

https://youtu.be/WLugg5hwZ6I?si=ebgd5D8DvKOM9CF2


성모 마리아를 통하여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신 그리스도께서 믿음을 통해 내 마음 안에 탄생하지 않으신다면, 성탄은 나에게 하나의 축제이고 공휴일로 기억될 뿐이다. 성탄은 산타 클로스가 오시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오신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처럼 모든 이를 기억하며,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그 정신을 믿고, 하느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믿음을 늘 지니고 절망하지 말고 믿어야 한다. 희망을 가져야 한다.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사랑 가득한 성탄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주변에 고생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주면서, 축제의 소리보다 사랑의 향기가 가득한 따뜻한 성탄이 되도록 오늘 하루를 보낼 것이다.

다른 글들은 블로그에서 볼 수 있다. 네이버에서 '우리마을대학협동조합'를 치시면, 그 곳의 출판부에서 볼 수 있다. 아니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blog.naver.com/pakhan-pyo 또는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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