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끝이 보이지 않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기나긴 터널을 함께 건너는 바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답답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아침마다 긴 글을 쓰고, 또 쓰기 위해 질문하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책을 보는 일이 익숙하여 지루하지는 않다. 그러나 뭔지 모를 불안과 두려움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무얼 두려워 하는가?
고미숙의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가 빨리 읽히지 않는다. 나에게 너무 많은 생각을 주기 때문이다. 빨리 읽고, 다시 정리해 가며 다시 읽을 생각이다. 아침에 어제 읽던 부분을 다시 폈다. "우리는 병들고 정신줄 놓치는 걸 엄청 두려워하는데 그걸 예방할 방법"이 없다 한다. 돈으로도 약으로도 되지 않는다 한다. 다른 방법은 없고 "계속 몸과 마음을 훈련하는 것 말고는 없다" 한다. 그 훈련의 핵심은 "리듬을 타는 것", "오늘 해야 할 일들의 차서(次서)그 리듬에 맞춰 해 나가는 것"이다. 그래 일상에서 리듬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잘 사는 삶은 리듬 있게 사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어두운 계단을 내려올 때도 리듬을 잃지 않으면 넘어지지 않는다. 물론 가끔은 리듬을 깨기도 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 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리듬을 타지 못하면 모든 게 어그러진다. 관계도 활동도, 그러면 몸과 마음이, 다시 말하면, 삶의 내, 외부의 균형 상실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리고 번뇌를 일으키고 질병을 유발하고 그러다 보면 자포자기 상태에 빠지게 된다.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 단순하게 감각의 즐거움을 주는 쾌락만 쫓는다. 그러다가 엔트로피 법칙에 항복해 버리는 거다. 이런 흐름을 바꾸는 저항 중에 가장 좋은 실천이 글쓰기라는 고미숙의 주장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하고, 그걸 체험하고 있다. 쓸려면 읽어야 하니 읽을 것이 계속 생기고, 또한 대충이 아니라 꼼꼼하게 읽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시를 늘 공유해야 하니 시를 읽으며 어휘도 늘리고, 감성이 마르지 않고, 그 감성을 타자의 입장을 역지사지하는 배려의 힘도 길러진다. 그리고 아침 마다 사진을 하나 공유하다 보니, 자연과 가까워지고, 계절의 변화나 흐름에 민감해 진다. 1타 3피이다.
그 다음은 관계와 활동이 사는 데 중요하다. 지난 주부터 다음 문장을 외우고 있다. "사는 건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느냐애 달려 있다. 그래서 소유가 아니라 활동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많이 가졌다고 활동하지 않으면 사람들과 연결이 되지 않는다. 그래 관계와 현장이 늙을수록 필요한 이유이다. 노익장을 발휘하는 사람일 수록 돈이 아니라 관계와 활동에 신경을 쓴다. 예전의 끈을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장을 만들어 낸다. "진정한 노후 대책은 관계와 현장을 재구성할 수 있는 힘"이라는 고미숙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아침은 인공지능 이야기를 멈추고, 인문학 이야기를 공유할 생각이다. 왜냐하면 지난 주에 이야기 하던 융합 이야기가 너무 복잡하고, 아직 잘 정리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다시 극성을 부려도, 우리는 견뎌야 한다. 강의들이 다 취소되니, 이 참에 나는 정신의 근육을 키우는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오늘 아침은 공자의 제자인 자하가 말하는 공부법으로 "박학독지 절문근사(博學篤知, 切問近思)"이야기를 공유한다. "폭넓게 공부하고, 뜻을 충실히 하라, 절실히 묻고 가까운 것에서 미루어 생각하라." 공부의 시작은 폭넓게 배우는 것이다.
사람은 homo sapiens이고, homo faber, homo ludens이고 동시에 homo loquens, homo sexcus이다. 생각하는 사람이며, 뭔가를 끊임없이 만드는 사람이며, 쉼 없이 놀이하는 사람이며, 동시에 말하는 사람이면서 몸으로 교감하는 사람이다. 인문학은 이 모든 문제를 다 다룬다. 이 모든 것이 균형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은 끊임없이 형성되는 존재이지 결코 완성되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그래 우리는 Be가 아니라 Being인 것이다. 인문학은 사람을 사람 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하게 만드는 학문이다. 따라서 인문학의 힘은 사람을 사람 답게 만드는 힘에서 나온다. 이 이야기는 시를 읽은 후 다시 시작한다. 오늘 아침 사진을 보고, 이 시를 골랐다. 몇 일전 저녁 무렵에 탄동천을 산책하다가 찍은 것이다.
구름과 바람의 길/이성선
실수는 삶을 쓸쓸하게 한다.
실패는 생(生) 전부를 외롭게 한다.
구름은 늘 실수하고
바람은 언제나 실패한다.
나는 구름과 바람의 길을 걷는다.
물 속을 들여다보면
구름은 항상 쓸쓸히 아름답고
바람은 온 밤을 갈대와 울며 지샌다.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길
구름과 바람이 나의 길이다.
이어지는 글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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