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2년 12월 8일)
인문 운동가로 나는 들판의 목동과 같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노동자이다. 자식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자신의 삶을 살도록 안내하는 사람이다. 그 예가 목동들이다. 목동들은 하루하루 연명하기 위해서 자신에게 맡겨진 양들을 인도해 초원으로 가서 풀을 뜯어 먹게 하거나 시냇가로 인도해 물을 먹이는 노동자다. 목동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고유한 임무를 묵묵히 완수하는 자다. 그는 양떼를 자신의 자식처럼 여기며, 양을 치는 일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로 여기는 자다.
그러나 나는 일상의 생계를 위해 묵묵하게 일하는 보통 사람이고 싶다. 지금의 상황을 불평하지 않는다. 그냥 내 일이 있어 좋다. 그러나 가끔씩 그 일을 잊고 주변 사람들과 활동을 한다. 사는 것은 관계와 활동이다. 관계를 해야 활동을 하고, 활동을 해야 관계가 생긴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것도 주어지지 않는다. '꾸준함이 이긴다'는 말을 나는 좋아한다. 우리 동네에서는 이걸 '엉덩이의 힘'이라고 부른다. 그것을 손흥민의 아버지에게서 보았다. 그래 오늘 아침도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의 책에서 읽었던 인상적인 부분들을 공유한다. 그는 자신의 책,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에서 다름과 같이 말했다.
"중고등학생 시절, 혼자 새벽에 일어나 훈련하는 일이 쉽지만 않았습니다. 잠자리에서 몸은 일으켰는데 너무나 졸려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 스스로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너, 지금 흘러가는 이 시간, 네 인생에서 다시는 안 와.' 그러면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고 하지요. 강물은 이 시간도 한 번 흘러가면 두 번 다시 내 인생에서 찾아오지 않을 시간입니다. 이 생각을 하면 아무리 피곤해도 벌떡 일어났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실제로 6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 훈련, 오후 훈련, 밤 훈련을 하며 살았다 한다. 덕분에 지금도 아들 손흥민과 함께 뛸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거다. 꾸준함이 모든 것을 이기는 거다.
그리고 그에게서 배운 게 또 있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 가의 문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선택, 그런 건 내 삶에는 자리하지 않았다. 나 자신에게 좋은 것이 진짜 좋은 것이다." 그처럼, 자신의 삶의 기준가 가치관을 제대로 세워놓아야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는 거다. 그리고 그의 철학은 "당장의 성적이 아닌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자신의 생활 리듬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었다. 그의 말을 직접 다시 들어본다. "삶의 역경과 고난을 이기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 첫 번째는 머릿속으로 고민하기보다 우선 정직하게 몸의 리듬을 지키는 것이다."
사실이 생활이 불규칙해지면 생각도 흐트러진다. 아침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게 좋다. 독일 속담에 '아침 시간이 황금을 가져다 준다'는 말이 있다. 오후나 저녁 시간은 예상치 못한 약속이 생길 수도 있고 일정이 변경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침 시간은 오로지 나만의 시간이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다.
이른 시간에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매일매일 감사일기를 쓰며, 어제를 되돌아 보며,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파악할 수 있다면 그 나머지는 모두 부차적인 것이 된다. 그러면 삶이 풍요로워진다. 본질에 집중하고 기본을 쌓으며 유지하는 거다. 축구의 경우, 이십 대 초반의 왕성한 에너지가 고갈되면 이십 대 후반 선수의 기량은, 전적으로 어릴 때 쌓은 기본기에 달려 있다 했다. 찰나의 간결한 볼 터치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끊임 없는 변수에 대응하려면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 사다리를 타고 높이 오르고 싶다면 한 칸 한 칸 차례로 조심스레 밟고 가야 안전하게 오를 수 있는 것과 같다. 그의 말을 들어 본다. "자연스러운 동작은 공에 대한 감각에서 나온다. 축구의 비밀이 어디에 있을까. 축구공에 있다. 공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 외엔 길이 없다." 그 길은 기본기에 답이 있다는 거다. 사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기본을 생각하다가, 박태웅 한빛 미디어 이사회 의장의 글이 생각났다. 그는 기본을 회복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는 기본이 없다는 거다. 시속 150km 이상 던지는 투수가 사라진 사회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야구 선수 이승엽은 한 기사에서 중학생들의 야구시합을 보다 깜짝 놀랐던 순간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고 한다. "한 투수가 15개 연속 변화구를 던진 것이다. 그는 충격을 받았다. 유소년 시기는 어깨 근력을 키울 수 있는 골든 타임이다. 이렇게 보내서는 부상 위험은 차치하고라도,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야구협회와 메이저리그의 가이드라인 '피치 스마트'(Pitch Smart)에 따르면, 커브는 14∼16세 이후, 슬라이더는 16∼18세 이후에 연습하기를 권고한다. 어린 나이의 커브 연습은 투수의 팔 통증을 1.6배 증가시키며,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수의 팔꿈치 통증 발생률을 85%나 높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11살에 커브, 12살부터 슬라이더를 배우기 시작해 커브는 13세(23.7%), 슬라이더는 15세(21.5%), 싱커는 16세(25.0%)에 가장 많은 선수가 던지기 시작한다. 대구 북구 유소년팀의 홍순천 감독은 한국 투수들이 리틀 야구에선 세계 최강이다가 성인이 되면 미국, 일본 선수들에 뒤지는 이유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변화구와 같은 기술을 빨리 사용해 상대를 제압한다. 그러나 기술로 접근하면 본능적으로 하는 동작이 사라진다. 무리하니 부상도 온다. 150㎞ 이상 던지려면 기본적 운동능력이 필요하다. 야구 뿐만 아니라 육상, 수영, 배드민턴, 요가와 같은 다양한 종목으로 반응속도, 근력, 시각능력을 키워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놀아야 한다. 지도자는 재미있게 끌고 가는게 중요하다.” 어릴 때 변화구를 가르치면 커서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것도 입증된 사실이다. 이웃 일본만 해도 구속이 150km를 넘기는 투수가 해마다 등장한다. 어릴 때는 변화구를 익힐 때가 아니라 홍순천 감독의 말처럼 반응속도, 근력, 시각능력을 키워야 할 때다. 변화구는 언제든 익힐 수 있지만, 반응속도와 근력, 시간능력은 이때를 놓치면 어렵기 때문이다. 야구를 예로 드니 훨씬 더 이해가 갔다.
오늘 아침은 서울 강의를 가야 한다. 그냥 기차 여행이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간다. 어제 읽은 건데,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고블린 모드’(Goblin Mode)를 선정했다고 한다. 고블린은 덩치가 작고 탐욕스러운 요괴를 뜻한다. 그렇다고 악마까지는 아니어서 우리말로는 ‘도깨비’ 정도로 번역된다. 코로나 방역 규제가 풀린 뒤에도 일상으로의 회귀를 원치 않는 사람들이 나태하고 지저분한 생활방식을 고수하면서 신조어로 등장했단다. 사회적 규범이나 기대를 거부하는 태도를 상징한다. 나도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고블린 모드에 빠져든 날이 많다. 운동도 소홀하고, 특히 맨발 걷기를 하지 않는다. 오늘을 계기로 일상의 기본을 되돌아 본다. 100살까지 건강하게 살 내 몸의 기본을 만들 생각이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새벽이 오기까지는", 어둠에 불을 지펴야 한다.
새벽이 오기까지는/정희성
새벽이 오기 전에
나는 머리를 감아야 한다
한탄강 청청한 얼음을 깨서
얼음 밑에 흐르는 물을 마시고
새벽이 오기 전엔
얼음보다 서늘한 마음이 되어야 한다
새벽이 오기까지는
저 어질머리 어둠에 불을 지피고
타오르는 불꽃을 확인해야 한다
얼음 위에 불을 피우고
불보다 뜨거운 마음을 달궈야 한다
새벽이 오기까지는
나는 보리라
얼음 위에서 어떻게 불꽃이 튀는가를
겨울의 어둠과 싸우기 위해
동지들의 무참한 죽음과
보다 값진 사랑과
우리들의 피맺힌 자유를 위해
나는 보고 또 보리라
불이 어떻게 그대와 나의
얼어붙은 가슴을 뜨겁게 하고
저 막막하고 어두운 겨울 벌판에서
새벽이 어떻게 말달려 오는가를
아아 눈보라 채찍쳐
새벽이 어떻게 말달려 오는가를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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