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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메소포타미아 미술 이야기 3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에 이어 메소포타미아 미술 이야기를 더 이어간다. 흥미롭기 때문이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미술로 기억할 만한 것을 양정무 교수는 다음 6가지를 꼽는데, 어제는 와르카 병, 우르의 군기 그리고 나람신 전승비 이야기에 이어, 어제는 함무라비 법비로 끝났다 아직도 두 개, 라마수 조각상 그리고 페르시아 제국의 수도 페르세폴리스에 있는 만국의 문 이야기를 하여야 한다.

라마수 조각상의 라마수는 아시리아 왕궁의 수호신상으로 사람, 소, 사자의 모습을 본떠 만들었다. 우리는 성경을 통해 아시리아는 많이 들었던 나라이다. 라마수 조각상은 무게가 10톤 이상 되는 거대한 돌을 통째로 깎아 만든 엄청난 조각상으로 다리가 다섯 개이다. 조각가는 정면으로 봤을 때, 두 개, 측면에서 봤을 때는 네 개가 보이도록 표현한 것이다. 덕분에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다른 느낌을 준다. 라마수는 멀리서 보면 경비병이 차렸 자세로 성을 지키고 있는 듯이 보이고, 문을 통과하면서 바라보면, 라마수는 앞으로 걸어 나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시리아에는 모술이라는 지역이 있다. 그곳에서는 '엘러베스터' 또는 '설화석고'라고 불리는 특수한 돌이 발견된다. 모술 마블, 모술의 대리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것으로 만든 것이다. 현재 모술 지역은 이슬람국가 Islamic State, IS라는 단체가 이 지역을 점령하기 위해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문화제를 마구 파괴하고 있다. 슬프다. 그러나 메소포타미아의 위대한 미술을 보고, 왜 그들이 이슬람국가를 복원하려 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이 지역의 아시리아 왕궁의 조각은 오히려 서구 강대국들이 이 지역의 문화재를 마음대로 가져갔기 때문에, 나쁜 일이지만, 오히려 안전하게 보존되고 있는 역설적인 아픔을 안겨주기도 한다.

루브르와 영국박물관의 숨겨진 명소가 아시리아 전시관이다. 나는 그동안 무시하고 찾아보지도 안 했다. 언젠가는 다시 가보리라. 이곳에는 아시리아 왕국 유적에서 뜯어온 대규모 부조 작품들이 있다고 한다. 채색까지 되어 있었으나 이젠 색이 다 바랬다고 한다. 이 전시관은 소장품의 규모나 수준도 뛰어났지만 이곳만큼 미술 작품을 여유 있게 볼 수 있는 전시관이 없기 때문에 관람하기 좋단다.

아시리아 제국은 함무라비 이후 맥을 못 추고 있던 바빌로니아가 힘을 회복하여 신바빌로니아 제국으로 거듭난 후 그 손에 멸망하고 만다. 서양 여러 시인과 화가들 역시 아시리아 제국의 몰락을 소재로 한 작품을 남겼다. 예를 들어, 19세기 프랑스 화가 들라크르와가 상상력을 동원해 그린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1827년 작품)이 대표적이다. 사르다나팔루스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아시리아의 마지막 왕은 아슈르우발리트 2세였다. 아시리아 군대가 패배하고 말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왕궁을 스스로 파괴해버렸다고 한다. 미술사를 공부하면, 우리의 단편적인 지식과 편견으로 무지하거나, 오해하고 있던 역사를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바빌로니아 하면, 바빌론의 유수와 바벨탑이 생각난다.
▪ 바빌론 유수(幽囚): 성경에 느부갓네살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바빌로니아의 왕 네부카드네자르 2세는 유대 민족을 정벌한 뒤 살아남은 유대인들을 모두 바빌론으로 끌고 와 노예로 삼았다. 잡아 가둔다는 뜻의 한자어 유수(幽囚)를 붙여 이 사건을 '바빌론 유수'라 부른다. 또는 디아스포라라는 단어도 사용한다. 디아스포라는 그리스어로 ‘흩어지다’라는 의미인데, 바빌론 유수로 인한 유대인들의 강제 이주를 일컫는 말로 사용되다가 오늘날에는 어떤 민족이 원래 살던 곳을 떠나 이동하는 현상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 바벨탑: 바빌론의 지구라트가 바벨탑이다. 기원전 440년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가 남긴 기록에 의하면, 바빌론의 지구라트는 네모 반듯한 여덟 개의 단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규모가 가로와 세로 각각 90m, 높이 98m에 달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오늘날 거의 30층짜리 빌딩을 지은 셈이다. 기원전 6세기경 바빌론 유수 때 1만명 이상의 유대인이 바빌론에 잡혀왔는데, 그 때 이 지구라트를 보고 바벨탑 이야기를 지어냈으리라는 게 통설이다.

메소포타미아는 모든 권력이 국민이 아닌 신으로부터 위임을 받았다는 이미지를 계속 만들었다. 신앙을 중시했던 당시에는 신의 뜻에 따라 권력을 부여 받은 지배자에게 저항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메소포타미아 권력자들은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스스로 신의 대리인을 자처했다고 볼 수 있다.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말하는 연말이다. 그래 오늘은 오전에 매우 의미 있는 송년회를 계획하고 있다. '인문적인' 송년회, '동사적인' 송년회를 준비하고 있다. 일년 동안 매주 수요일 오전에 모여 인문정신을 공부했던 "대전-프랑스 인문 팩토리" 주간이다. 선물을 바자회식으로 나누고, 시와 음악을 나누고, 음식도 나누는 '생각 있는' 송년회가 될 것이다.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정희성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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