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부터 묘사의 달인 김기택 시인을 연속해서 공유할 생각이다. 관찰의 힘으로 정말 잘 묘사하는 시인이다. 그만한 시인을 난 못 봤다. 시인처럼, 묘사하기란 인내와 반복이 필요하다. 시인은 감정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물이 하는 이야기를 받아 적는 사람이다.
피카소 아버지는 아들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한 가지 연습을 의도적으로 시켰다고 한다. 비둘기 다리를 하루 종일 그리라는 주문이었다. 그 후 피카소는 비둘기 다리만 거의 일 년 동안 그리는 지겨운 시간을 보냈다. 이 인내의 시간이 피카소를 변화시켰다. 그는 이제 비둘기 다리를 수십 가지로 다르게 그릴 수 있게 되었다. 보고 또 보는 것이 위대한 예술가들의 특징이다. 그런 관찰의 훈련을 통해 비둘기 다리가 위대한 예술로 승화한 것이다. 반복과 인내는 천재의 어머니다.
이러한 관찰의 훈련을 ‘관조(觀照)’라 부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관조’를 인간 삶의 최선이라고 말한다. 그리스어로 ‘쎄오리아’라고 부르는데 ‘이론’을 의미하는 영어단어 theory는 이 단어에서 파생했다. ‘이론’이란 한 대상을 반복적으로 인내하며 볼 때 슬그머니 자신의 속 모습을 드러내는 그 어떤 것이다.
자세히 보니, 소는 눈으로 말한다.
소/김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을 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 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둥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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