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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이집트 미술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이집트 미술은 변하지 않는 완벽한 세계를 그리려 했다. 요즈음은 모든 변화와 혁신을 절대 바꿀 수 없는 최고의 가치로 치지만,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변화를 중요한 가치로 여긴 시기는 그리 길지 않다. 만일 최고의 상태에 도달 헸다면, 완벽한 성취를 이루어 냈다면 변하는 게 좋은 것은 아니다. 변화가 필요하다면, 현재가 불안하다는 말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자기들이 만들어낸 세계가 완벽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자신들의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려 했던 것이다. 불변, 불멸, 영생이야말로 그들이 추구한 가치였다. 그렇게 이해하면 된다. 미라나 피라미드도 당시 그 상태로 영원히 사는 것이 목표였기에 만들었던 것이다. 이집트 미술의 묘미는 상징체계와 원칙을 변화 없이 유지하면서도 개별 작품이 결코 단조롭고 지루한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는 데 있다. 별 생각 없이 똑 같은 것만 반복해 찍어낸 공산품이나 매너리즘에 빠진 작품을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이집트인들이 만든 미술에는 죽지 않는 것, 영원히 사는 것을 추구하는 세계관이 깊이 배어 있기 때문에 작품 하나하나가 완벽함을 추구하고 있다. 두 가지 측면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기술적인 완성도와 확실한 이론적인 체계, 미술품을 제작한 사람이 그 체계와 규칙을 철저하게 따랐다는 점이다.

기술의 완벽성은 작품을 언제 끝낼까? 하는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이집트 사람들은 작품이 완벽해지는 순간 정확하게 멈출 줄 알았던 것 같다. 보통, 작품의 규모가 커지면 마감이 거칠어지는 게 당연한데, 이집트인들이 남긴 미술품들을 보면 거대하면서도 섬세하고 완벽하다. 한마디로 ‘마감이 끝내 준다'고 표현할 수 있다. 이집트의 완벽함은 미술품을 만들 때 들였던 정성이며, 물질적 부유함, 간절한 신앙심 등 모든 요소가 다 갖춰져 있었다. 고대 이집트는 강력하고 부유하며 신앙심이 두텁고 안목이 높은 제국이었기 때문이다.

이집트 미술의 체계와 규칙은 크게 세가로 정리된다.
• 정면성의 원리, 본질을 그리다. 정면성의 원리는 고대 이집트인이 인체를 표현할 때 적용한 규칙으로 사람을 그릴 때 눈에 보이는 모습을 그대로 옮겨 그리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본질을 가장 잘 나타낸다고 생각되는 모습을 조합해서 그리는 것이다. 얼굴은 옆모습, 눈은 정면, 상체도 정면, 하체는 걸어가고 있는 측면으로 그렸다. 그림의 세계에서는 있는 그대로 그린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 왜곡시킬 수밖에 없다. 작품들은 사실적으로 그렸을 뿐 있는 그대로 그린 건 아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이 사실처럼 보이는 것은 원근법과 명암 기법으로 3차원의 공간감을 2차원 평면 위에 표현하기 위해 고안된 일종의 착시법이다. 서양 근대 미술에서는 대상을 묘사할 때 시선의 정확성을 요구했다. 화가가 서 있는 자리에서 본 모습을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도 똑같이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이집트 사람들은 보기에 좋으라고 그림을 그렸던 게 아니라, 그림에 묘사된 주인공이 그림을 통해서 영원한 삶을 살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래 주인공의 본질을 가장 잘 담고 있는 모습으로 그리려고 했다. 그래, 정면성의 원리도 아무 때나 적용되지 않고 사람을 그릴 때 쓰였다. 시점을 중시하고 정확하게 그리는 것보다 자기가 알고 있는 사람이나 그 사람이 속한 세계를 글로 쓰듯 풀어내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집트 그림은 문자기록이다. 볼 때마다 달라지는 겉모습을 다르게 표현하기보다는 일정한 규칙을 정해 놓고 철저히 따른다. 뭔가를 그릴 때, 정해진 법칙이 있다. 이집트에서 그림을 배운다는 것은 관찰한 내용을 사실적으로 옮기는 기술을 익힌다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체계적으로 정리된 그림의 규칙을 공부하는 데 가까웠다.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게 아니라, 아는 대로, 체계적으로 정리된 그림의 규칙을 공부하여 그에 따라 그림을 그렸다.
• 그리드에 맞춰 그림을 그리기 이다. 그리드(grid)는 모눈 종이 같은 격자무늬를 말한다. 이집트 미술의 두 번째 원리가 그리드에 맞춰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 죽지 않는 육체를 발명하다. 고대 그리스 인들은 육체가 죽더라도 그걸 죽음으로 보지 않았다. 다만 밤 낮의 교차로 보았다. 밤이 있으면 낮이 있고 낮이 있으면 밤이 있듯이 죽음이란 그저 낮에서 밤으로 들어가는 과정이라 보았다. 한 마디로 영생불멸을 믿었다. 그러기 위해 그들은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라지지 않고 밤을 떠돌던 영혼이 낮이 되었을 때 찾아 들어갈 집, 그러니까 육신이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 미라를 만들었다. 한번 태어나면 죽지 않는 영혼을 위해 죽지 않는 육체인 미라를 제작했다. 언젠가 부활할지도 모른다고 보는 것이다. 박물관에서 미라를 과물 보듯 구경하지만 말고 그 미라를 만든 이집트 문명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한다. 이는 이집트인의 뛰어난 과학기술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는 또한 이집트 조각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 고대 이집트인들은 조각상으로 영혼의 안식처를 제작하였다. 미라로 육체를 떠난 영혼이 돌아올 수 있는 집으로 간주했던 고대 이집트인들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했다. 그래서 인체 조각을 했다. 영생을 위한 인체 조각은 보통 돌로 튼튼하게 제작했다. 돈이 많으면 여러 게를 만들었고, 만들어진 조각은 신체와 똑같이 취급했다. 그리고 조각상의 주인공이 영원히 기억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집트인들은 보기 좋은 미술 작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영생을 위해 인체 조각을 제작했다는 점이다. 조각가를 고용해 자기와 똑같이 생긴 조각상을 만들면 영원히 살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 조각가를 ‘영원히 살게 해주는 자'라고 불렀다. 따라서 조각을 만들 때도 나름의 법칙이 있었다. 그리고 이집트의 조각은 영혼이 깃드는 육체의 역할을 해야 하므로 훼손되면 큰 일이다. 팔이나 다리, 목은 몸통에 비해 가늘기 때문에 부서지기 쉬워, 등 뒤에 돌로 된 받침대를 남겨 팔, 다리, 머리가 부서지거나 깨지지 않도록 했다. 육신을 떠났던 영혼이 돌아와 자기 집을 알아볼 수 있도록 생전 모습과 최대한 닮게 만들어야 한다. 이집트에서 그림은 뭔가를 기록하기 위한 매체였다. 글자와 비슷했다. 반면 조각은 영혼의 안식처로 정교하고 정확하게, 주인공을 쏙 빼 닮은 시실적인 모습으로 만들었다.

내 누님의 딸이 사과 한 상자를 택배로 보내왔다. 그래 아침에 사과를 먹으며 글을 썼다. 이유는 내가 매일 보내주는 글이 좋았다고 한다. 글쓰기는 내가 좋아하고, 나에게 이익이 되기에 쓰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사과를 먹게 되었다. 감사하다. 누군가가 나를 기억해 주는 일은 무조건 감사하다. 어제는 매주 금요일마다 하는 <새통사-새로운 통찰을 생각하는 사람들> 강의에서  이런 두 가지 통찰을 얻었다.
1. 질문(質問)이란 한자는 내가 오늘이라는 숙명적인 과정의 문(問)을 통과하기 위해 내가 반드시 지녀야 하는 가치이다. 그것이 질(質)이다. 바탕이고 토대이다. 그리고 '질'은 남들도 다 확인할 수 있는 '양(量)'이 아니다. 내가 스스로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 원칙이자 바탕이다. 질은 보이지 않는 나만의 내공이다. 보통 사람들은 수량에 환호하지만 자신만의 전설을 찾아 나선 인간은 질을 다듬는데 하루를 사용한다. 질이란 두 손에  도끼를 날과 같은 정교한 정과 망치를 들고 자신만의 패물(貝)을 만드는 일이다. 그게 나의 조개같은 '결'이다.
2. 그리고 토대이다. 내 토대를 높여 시선까지 높게 하는 것이다. 탁월한 시선을 갖는 것이다. 그러면 사유나 담론의 질이 높아진다. 나비가 되기 위한 고치의 시간으로 이루어진다.

조카가 보내 준 사과를 먹으면서, 구상 시인의 시를 생각했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우리의 땀과 사랑이 영생(永生)한다." 이집트 미술이다. 감사하는 마음도 이 순간(瞬間, 눈 깜짝하는 시간)을 영원으로 만든다. 사진은 지인이 보내준 것이다. 시간은 자기가 만드는 것이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구상

한 알의 사과 속에는
구름이 논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대지(大地)가 숨쉰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태양이 불탄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달과 별이 속삭인다
그리고 한 알의 사과 속에는
우리의 땀과 사랑이 영생(永生)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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