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본격 9월이다. 왜냐하면 새로 시작하는 한 주일인 월요일이 오늘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진 '덥다'는 이유로 많은 것이 허용되었지만, 오늘부터 삶은 또 피할 수 없다. 마음의 "때", 아니 나의 "허물"을 받아들이고, 다시 시작한다. 머리가 똑똑해 옳은 소리하면서 비판을 자주 하는 사람보다, 가슴을 따뜻하게 하고 무언가를 나누어 주려고 하고, 친구의 허물도 품어줄 줄 아는 사람, 타인의 고통에 민감하게 느끼는 사람이 되어 따뜻함으로 내 꽃을 피어 '화엄 세계'를 만들고 싶다.
그릇 / 안도현
1
사기그릇 같은데 백년은 족히 넘었을 거라는 그릇을 하나 얻었다
국을 퍼서 밥상에 올릴 수도 없어서
둘레에 가만 입술을 대보았다
나는 둘레를 얻었고
그릇은 나를 얻었다
2
그릇에는 자잘한 빗금들이 서로 내통하듯 뻗어 있었다
빗금 사이에는 때가 끼어 있었다
빗금의 때가 그릇의 내부를 껴안고 있었다
버릴 수 없는 내 이 허물이
나라는 그릇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동안 금이 가 있었는데 나는 멀쩡한 것처럼 행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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