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9월 11일)
오늘은 처음으로 대구까지 가서 인문학 강의를 한다. 그것도 노인복지관을 찾아가서 하는 인문학 강의이다. 두 곳이나 가야 한다. 한 곳은 대구 시내의 수성구에 있는 한 복지관 그리고 점심을 먹은 후, 달성군노인복지관에서 마음을 다스리고, 영혼의 근육을 키우는 인문학 강의를 하여야 한다. 오늘부터 시작하여 10회 연속 강의이다. 이 강의의 목표는 지혜를 찾아가는 길을 제시해 보려는 거다.
인문학의 목표는 지혜의 개발이고, 그 지혜를 사랑하는 일이다. 그러면 그 지혜는 우리가 미래로 나아가는 방법을 제시해준다. 우선 첫 강의는 만물의 구성과 만물이 만들어지는 방식을 알아보려 한다. 왜냐하면 만물이 구성되는 원리를 알아보고 싶은 것이 지혜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근본적 원리는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이 만들어진다. 그 원리를 찾으면 그게 지혜이다. 만물, 즉 자연에 깃들어 있는 기본 원리를 찾아야 한다. 그 것이 최고의 지혜에 도달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1)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는 '만물의 시초는 물'이라 했다. 노자도 비슷한 주장을 한다. 노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을 한다. 물은, 상선약수(上善若水, 지극히 착한 것은 물과 같다)라는 말처럼,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자신을 드러내지도 타인과 다투지도 않는다. 또한 물은 겸허(謙虛)가 몸에 배어 있어 언제나 낮은 곳으로 스스로 저절로 아무 소리도내지 않고 흘러 들어간다.
'상선약수'는 처세(處世)의 한 방법일 수 있다. 가급적 물처럼 살아 보고 싶다.
▪ 물은 자신의 모양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그릇에 따라, 물은 모양을 달리 한다.
▪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물은 항상 낮은 곳으로만 흐른다. 그러나 낮은 곳으로만 흐르다가 마침내 도달하는 것 곳은 드넓은 바다이다. 물은 쉬지 않고 흘러간다. 자신이 가야 할 곳, 바다를 향해 묵묵히 인내하고 흘러간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 물은 고이면 썩는다. 항상 웃물이 아랫물로 바뀌어야 살아 있는 물이다. 현기영의 <<소설가는 늙지 않는다>>에서 읽은 내용이다. "인생이란 앞 강물, 뒷 강물 하면서 흘러가다가 하구에 이르면 바다로 빠지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난 바다로 안 갈래'하면서 버티면, 그게[ 웅덩이가 돼서 고이고 썩는 것이다. 그러면 노년이 추하다. 자연스럽게 강물 따라 흘러가 버리면 된다. 그래서 나이 들면 자연과 잘 어울려야 한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얼마간의 시차를 두고 그렇게 너나없이 흙으로 돌아간다. 그때까지 주어진 길을 꿋꿋이 헤쳐 나아갈뿐, 누구라도 흐르는 강물을 거스르진 못한다.
▪ 물은 스며들어 없어지면서도 자기를 주장하지 않는다. 바람과 같이 사라진다.
▪ 물은 무서운 힘을 갖고 있다. 물은 평상시에는 골이진 곳을 따라 흐르며 벼 이삭을 키우고 목마른 사슴의 갈증을 풀어준다. 그러나 한 번 용트림하면 바위를 부수고 산을 무너뜨린다. 또한 물은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 즉 가장 약한 힘인 듯 보아는 한 방울의 물들이 계속 떨어질 때,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단단한 환경도 변화시킨다.
요약하면, 노자가 가르쳐 주는 삶의 자세는 '물 같이 되라', '물처럼 살라'는 가르침이다.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가 부쟁(不爭)의 철학이다. 남과 다투고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물처럼 아무 것과 겨루지 않는다. 언뜻 보면 소극적인 삶의 방식인 것도 같지만 자세히 보면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물은 만물을 길러주고 키워주지만 자신의 공을 남과 다투려 하지 않습니다." 물은 내가 길러 주었다고 일일이 말하지 않는다. 그저 길러 주기만 할 뿐, 내가 한 일에 대하여 그 공을 남과 다투지 않는다. 자식을 키워 놓고, 남에게 좋은 일을 해 놓고, 그 행위에 대하여 나를 알아 달라고 집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겸손의 철학이다. '자기 낮춤'이다. "물은 모든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물은 낮은 곳으로 임하기에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 만약 역류하여 거꾸로 흘렀다면 시간이 지나면 썩어버리는 웅덩이의 물로 남게 된다.
1993년에 초묘(楚墓)에서 발견된 죽간(竹簡)에 나오는 <<태일생수(太一生水)>>라는 말도 나온다. ""태일(太一)은 물을 생한다. 생(生)하여진 물은 생하는 태일(太一)을 오히려 돕는다. 그리하여 하늘을 이룬다. 하늘 또한 자기를 생한 태일(太一)을 오히려 돕는다. 그리하여 땅을 이룬다. 이 하늘과 땅이 다시 서로 도와서 신명(神明, 신의 목소리)을 이룬다. 신(神)과 명(明)이 다시 서로 도와서 음양을 이룬다. 음과 양이 다시 서로 도와서 네 계절을 이룬다. 이 네 계절(춘하추동, 春夏秋冬)이 다시 서로 도와서 차가움과 뜨거움(창열, 凔熱)을 이룬다. 차가움과 뜨거움이 다시 서로 도와서 습함과 건조함(습조, 溼燥)을 이룬다. 습함과 건조함이 다시 서로 도와서 한 해(세, 歲)를 이루고 이로써 우주의 발생이 종료된다." 여기서 "태일"은 "도"이다.
꼼꼼하게 여러 번 읽으면, 변하면서 변하지 않는 나무의 신록을 읽을 수 있다. 복잡한 것 같지만, 논리 정연하다. 그 진행 순서는 다음과 같다: 태일(太一) → 수(水) → 천(天) → 지(地) → 신명(神明) → 음양(陰陽) → 사시(四時) → 창열(凔熱) → 습조(溼燥) → 세(歲)
• 천지신명은 우주의 균형과 조화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신적 존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복상복이 중요하다. 생의 과정은 모든 단계에서 동시적으로 상보(相輔) 관계를 이루고 이룬다. "생(生)"의 과정은 반드시 "복상보(復相輔)"라고 하는 역의 관계를 동시에 수반한다. 이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흥미롭다. '"복상보"의 논리'에 따르면 내가 나의 자식을 생한다면, 나의 자식은 동시에 나를 생하여야 한다는 거다. 태일이 물을 생한다면 물은 동시에 태일의 생성을 도와 하늘을 생한다.
청산은 나를 보고(靑山兮要我(청산혜요아)/나옹선사(懶翁禪師)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靑山兮要我以無語 청산혜요아이무어)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蒼空兮要我以無垢 창공혜요아이무구)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聊無愛而無憎兮 료무애이무증혜)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如水如風而終我 여수여풍이종아)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靑山兮要我以無語 청산혜요아이무어)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蒼空兮要我以無垢 창공혜요아이무구)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聊無怒而無惜兮(료무노이무석혜)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如水如風而終我 여수여풍이종아)
이 시를 읽으며,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네"에서 나는 불필요한 말을 삼가라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와 "성냄도 벗어 놓고 탐욕도 벗어 놓고"에서 '비우라는 말은 꼭 필요한 것만 담겠다고 다짐하라는 말로 들었다. 그리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에서는 '맞서지 말라'는 말로 읽었다. 마지막으로 "세월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에서는 '남에게 상처주는 일 없도록 하라'는 말로 읽었다.
'낮추며 살라'는 말은 '행여 높이 오른다 해도 오만하지 않으며, 겸손하게 살라'는 것으로 알아들었다. '따뜻함을 전하라'는 말은 '어려운 이웃과 음지를 외면하지 않는 심성을 키우라'는 말로, '나를 지우라'는 말은 '상처를 받지 않는 넓은 아량을 기르도록 하라'는 말로 알아 듣었다. 좋은 삶의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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