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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자기 삶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다. 그런 사람은 자유롭다.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2년 9월 12일)

추석 연휴라 한가하다. 지금은 작년 5월의 <인문 일지>를 다시 읽으며, 틀린 글자나 문장을 고치고 있다. 그런 후 PDF 파일로 저장해 둘 생각이다. 그러다 어제 늦은 오후에 읽은 문장이다. "주변의 것들에 익숙해지면서 우리는 사물이나 자연 속에 깃든 신비를 보는 눈을 잃어버렸다. 뭘 보아도 심드렁하다. 땅의 인력에 이끌리는 동안 하늘을 잃어버린 것이다. 예수는 먹을 것, 입을 것에 대한 걱정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문제를 풀어 주기는 커녕 들에 핀 꽃들과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새를 보라 하셨다. 그것들 속에 깃든 하나님의 솜씨와 마음을 읽을 때 우리 마음을 온통 사로잡는 걱정과 근심의 무게는 줄어든다. 삶의 여건은 달라지지 않아도 삶을 대하는 자세는 달라질 수 있다."(김기석 목사)

"삶의 여건을 달라지지 않아도, 삶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다. 실제로, 매일 아침마다 맨발 걷기를 하면서, 하늘을 만나는 것이 커다란 즐거움이다. 어느 하루도 같은 하늘이 없다. 하늘을 많이 보면서, 삶을 대하는 나의 자세도 바뀌었다. 경외이다. 초조해 하거나 조급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건 바라는 것을 줄이면 된다. 그러면 두려울 게 없다. 자유로워야 한다. 조르바처럼, 어느 것에도 예속되지 않아야 한다. 조르바는 고용되어 있지만 자본주와 동등했다. 대신 받은 대우 이상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그리고 현실적인 삶에 충실했다. 과거와 미래는 그에게 없다. 마음 내키는 대로, 하고싶은 것을 한다. 그리고 모든 자연의 변화와 삶에 경외감을 느꼈다. 그처럼, 바라는 것도 두려워하는 것도, 과거와 미래로부터 비롯된다. 이런 것들이 없으면 두려워할 거리가 없다. 그냥 현세적, 현실적 삶을 살아가면 그만이다. 그래야 자유롭다.

자기 삶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다. 그런 사람은 자유롭다. 거꾸로 자유로워야 우리는 우리 삶의 주인이 된다. 우리가 심사숙고한 후 자유로움 속에서 내린 결정은, 그것이 성공이든 실패이든 상관없다. 우리가 선택한 것이고, 성공과 실패는 때로는 우리의 의지와 실력과는 상관없이, 운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은, 우리가 내린 결정이 최선(最善)인가 묻는 것이다. 여기서 최선이란, 우리가 스스로의 힘으로 그 당면한 문제를 심사숙고해 그 핵심을 간파하고, 지금 당장 괜찮을 뿐만 아니라, 내일에도 괜찮은 결정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정에 대해, 실패하든 성공하든 내가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리고 괜찮다는 것은, 그 해결 과정이 다른 사람에게도 정정당당할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도 의미가 있고 아름다워야 한다.

사는 것은 '한 방', '대박'이 아니다.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성장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태어나고, 자라고, 상처 입고, 그러다가 결국 자기 주변 사람의 죽음을 통해, 인간의 유한함을 알게 되는 성장 과정을 거친다. 그러한 성장 과정을 통해 확장된 시야는 삶이라는 이름의 흐름을 관조할 수 있게 해준다. 그 관조 속에서 상처 입은 삶조차 비로소 심미적인 향유의 대상이 된다. 이 아름다움의 향유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시야의 확대와 상처의 존재이다.

성장이란 작은 우주에서 출발해서, 보다 더 큰 우주로 건너가는 여행이다. 초기 단계에서 그것은 인식의 여행이다. 이전의 경험으로 이루어진 작은 우주에서 탈피하고 또 스스로 전이(轉移)에서 해방되기 위해 반드시 우리는 늘 배워야 한다. 우리에게 배움이 필요한 이유이다.

전이란 무엇인가? 현실에 대한 낡은 견해를 고집스럽게 집착하는 상태는 심각한 정신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정신과 의사들은 이를 '전이(轉移)'라 부른다. 예컨대, 어린 시절의 환경에는 아주 적절하였지만 어른의 환경에 부적절하게 옮겨오는 것이다. 어린 아이에게 부모는 이 세상 전부이다. 부모가 곧 세상이다. 어린아이에게는 다른 부모는 다르고, 흔히 더 낫다는 것을 알아볼 안목이 없다. 어린아이는 부모의 일 처리 방식이 바로 세상 일이 처리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한 아이가 '나는 우리 부모를 믿을 수 없어'라 체득한 '현실'에 대한 인식은 그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사람들을 믿을 수 없어'라는 식으로 전이된다.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는 것이 어린 시절에는 적절한 적응 방법이었던 것은, 그것이 아픔과 고통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그 적응법을 포기하는 것은 힘든 일이 된다. 그러므로 그런 사람은 계속해서 사람들을 믿지 않고, 모든 사람과 자신을 격리시킴으로써 스스로 사랑, 따스함, 친밀함, 다정함을 누릴 수 없도록 만든다.

계속 인식망을 확장하고 시야를 넓혀가야 하는데, 그것은 새로운 정보를 철저하게 소화하고 통합함으로써 가능하다. 그러면 새로운 지각이 생기고, 그것을 통해 나의 세계관이 확장되고, 그 확장을 통해 내 삶이 더 풍요로워진다. 인식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미지의 세계로 뛰어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필요한 것이 오래전에 형성된 낡은 자아를 포기하고 낡아빠진 지식을 죽여야 한다. 그 일이 쉽지 않다. 우리는 있던 곳에 그대로 머물러 있고 싶고, 여전히 작은 세계관으로 그려진 지도를 사용하고, 깊이 간직해온 생각을 죽이는 일은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장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회의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 다음은 과학이 필요하다. 우주는 어떤 법칙을 따르고 있으므로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인간은 편견이나 미신을 추종하며,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원하는 것만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 인간의 뇌는 정확성이라는 개념이 없다. 우리의 뇌는 관계만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차이만을 인지하기 때문이다. 그래 우리 인간은 실재를 볼 수 없고, 실재가 아닌 것만 본다.

그러므로 정확히 고찰하고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과학적 방법이라는 훈육을 따라야 한다. 그 훈육은 회의하는 거다. 쉽게 말하면 이제까지 가지고 있던 가정(if)을 깨뜨려야 한다.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된 소우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또 부모가 물려준 반쪽짜리 진리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까지 배워온 것에 회의를 품어야 한다. 이게 과학적인 태도이다. 그것은 소우주의 경험을 대우주의 경험으로 변형시킨다는 뜻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정립하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독립적인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 쉽지는 않다. 왜냐하면 기존의 기치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보다 편하고, 홀로 자신의 존재를 끌고 나가는 것이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질문하거나 도전 하고 또는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면 된다. 오늘 아침은 여기서 멈춘다. 맨발 걷기를 하러 나갈 시간이다. 먼저 운동하고, 남는 시간에 공부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미 공유했지만(2021년 5월 9일), 새로운 버전으로 오늘 아침 메리 올리버의 <기러기>를 다시 공유한다. 이 시는 김연수 장편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표제 시이기도 하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너는 상상하는 대로 세계를 볼 수 있어. (…) 네가 있어야할 곳은 이 세상 모든 것들/그 한가운데라고." 오늘 아침 사진 속의 꽃처럼.

기러기/메리 올리버

착해지지 않아도 돼.
무릎으로 기어다니지 않아도 돼.
사막 건너 백 마일, 후회 따윈 없어.
몸속에 사는 부드러운 동물,
사랑하는 것을 그냥 사랑하게 내버려두면 돼.
절망을 말해보렴, 너의. 그럼 나의 절망을 말할 테니.
그러면 세계는 굴러가는 거야.
그러면 태양과 비의 맑은 자갈들은
풍경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거야.
대초원들과 깊은 숲들,
산들과 강들 너머까지.
그러면 기러기들, 맑고 푸른 공기 드높이,
다시 집으로 날아가는 거야.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너는 상상하는 대로 세계를 볼 수 있어.
기러기들, 너를 소리쳐 부르잖아, 꽥꽥거리며 달뜬 목소리로-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이 세상 모든 것들
그 한가운데라고.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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