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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해마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날이지만 올해는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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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9.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5년 7월 18일)

1
어제는 1948년 제헌헌법의 제정을 기념하는 제헌절이었다. 어제로 77주년을 맞았다. 해마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날이지만 올해는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헌정 질서를 뒤흔든 충격적 사태의 집단 경험이 이제는 제헌절을 달력 속의 기념일로만 머물러 있지 않게 한다. 헌법 정신을 되새기고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확인하는 날로서 그 무게감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지난겨울, ‘헌법주의자’를 자처하던 국가 지도자의 반헌법적 내란 행위에 분노한 시민들은 헌법 제1조 1항과 2항을 가슴에 품고 거리로 뛰쳐 나왔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혼란과 분열 속에서 자발적으로 헌법을 읽고, 필사하며 민주공동체를 지키려 애쓴 시민들의 노력 덕분에 대한민국은 세계가 깜짝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었다.

이번 기회에 ‘5대 국경일’ 가운데 유일하게 공휴일에서 2008년에 제외된 제헌절을 다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면 좋겠다. 대한 민국은 1919년 3월 1일, 우리 민족 대표들이 모여 독립을 선언했다. 그리고
▪ 일본이 패망하여 우리가 광복한 날은 1945년 8월 15일,
▪ 헌법이 제정된 날은 1948년 7월 17일,
▪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날은 1948년 8월 15일이다.
1919년 3월 1일 ‘독립 선언’으로부터 정부 수립까지 29년이 걸린 셈이다. 1920년 초,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두 개의 국경일을 제정했다. 하나는 ‘건국 기원절’이고 다른 하나는 ‘독립 선언일’이다. 건국기원절이 개천절이고 독립선언일이 '삼일절'이다. 그런데 1949년 국경일을 제정할 때 개천절, 삼일절에 광복절과 제헌절을 추가했다. '건국절'은 없었다. 한글날은 2005년에 국경일이 됐다. 여기까지 팩트이다.

2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가 들려주는 제헌절 이야기를 공유한다. 나도 잘 몰랐다.

"제헌헌법은 ‘정의, 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한다’고 하여 정의, 인도, 동포애를 한국민이 공유해야 할 3대 가치로 규정했으며, 이는 현행 헌법도 마찬가지이다. 프랑스혁명 이후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의 3대 가치로 자리 잡은 자유, 평등, 박애가 아니라 정의, 인도, 동포애를 ‘민족의 3대 가치’로 정한 이유는 헌법이 기미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 정신’을 계승한다고 선언했기 때이다." "<기미독립선언서>는 ‘인류 통성과 시대 양심’이 ‘정의의 군(軍)과 인도의 간과(干戈)’라고 했으며, 공약삼장 첫 번째에서는 ‘우리의 이 거사는 정의, 인도, 생존, 존영을 위한 민족의 요구’라 하여 정의, 인도를 생존에 앞세웠다."

- <기미독립선언서>가 주창한 ‘인류 통성(人類 通性)’은 ‘인간 보편의 양심과 도덕성’을 의미하며,
- ‘시대 양심’은 약육강식, 우승열패, 적자생존의 동물적 경쟁 원리에 지배되던 세계가 ‘인간성 중심의 세계’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선언서>는 이를 ‘위력의 시대가 가고 도의의 시대가 오도다’라고 표현했다. 이 <선언서>의 "공약삼장(公約三章)"이 정의, 인도를 생존에 앞세운 것은 일제의 식민통치 10년을 겪으며 정의와 인도가 없는 생존이 ‘동물적 생존’에 불과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라는 거다. 정의와 인도를 생존보다 중시하지 않았다면, 독립운동은 불가능했다. 우리 선조들은 정의, 인도를 생존에 앞세웠기에, 일본군경의 총칼 앞에 맨몸으로 나설 수 있었다.

작년 12.3 계엄의 밤 때도 마찬가지이다. 국회 밖에서 맨몸으로 총 든 군인들을 막아 섰던 시민들, 국회 안에서 바리케이트를 치고 군인들의 진입을 막았던 보좌진들,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국회로 달려가 담을 넘었던 국회의원들, 모두가 헌법 정신을 체화한 사람들이고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한 사람들이다. 반면 윤석열 일당은 군대를 동원해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하고 자기 일당만이 부귀영화를 누리는 평생 독재체제를 구축하려 했다. 심지어 동족상잔의 전쟁까지 일으키려 했다. 그들의 ‘불의와 반(反)인도’는 인간성에 대한 대죄이자 헌법에 대한 대죄이다. 그래 올해 제헌절의 의미는 전과 크게 다르다. 말로만 듣던 기미독립운동과 달리, 지난 겨울에 우리는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정의는 불의를 척결해야 구현되고, 인도는 ‘동물적 의식’과 결별해야 살아난다. 내란세력을 확실히 응징하는 것이, 인간성을 되살리는 일이자 헌법정신을 지키는 일이다."(전우용)

3
요 몇 일 사이 비가 많이 내린다. 더위가 수그러들어 좋지만 어느 곳은 폭우가 내려 물난리로 고통을 받는가 보다. 오늘 사진은 빗 속의 산책하다 찍은 것이 나리 꽃들만 빗속에 신났다. 그리고 오늘 시를 소환했다.

꽃잎에 비 내리면/양현근

초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하루를 꼬박 울고도 모자라
꽃잎에 노래 한 소절 기어이 얹어놓는다

밤새도록 옆에서 통음하던 달이
도미솔 도미솔 낮은 화음으로 걸리면
호기심의 골목마다
만삭의 욕망들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들

세상은
흔들릴수록 단단해지는 감옥이라서
한 사발의 부질없는 안부마저도
적막 공중에 부치지 못한다

플라타너스 잎잎에 부서지던
외짝가슴에
기어이 아침이 밝아오고

누가 볼까 봐 보고 싶다는 말
참 보고 싶다는 말을
비 개인 하늘 한 귀퉁이에 슬며시 찔러두었다.

4
오늘도 어제 다 읽지 못한 <<주역>> 제 17괘인 <택뢰(澤雷) 수(隨)> 괘의 효사와 효상사를 읽고 공유한다.  '초구'의 효사는 '初九(초구)는 官有渝(관유유)니 貞(정)이면 吉(길)하니 出門交(출문교)면 有功(유공)하리라" 이다. 번역하면, '초구는 관직에 변함이 있으니, 바르게 하면 길하니, 문을 나가 사귀면 공이 있을 것이다"가 된다. TMI: 官:벼슬 관,  渝:변할 유(투), 功:공로 공.  '초구'는 양자리에 양으로 있어 자리가 바르다. 모두가 즐겁게 움직여 따르는 <택뢰 수(澤雷隨)> 괘에서 맨 아래에서 움직이는 '초구'는 상황에 따라 관직에 변함이 있다. 왜냐하면 내괘가 <진 ☳> 우레이니 움직여 변하는 것이다. 그러나 바르게 해야 길하니, 문 밖에 나가서 적극적으로 사귀면 공이 있다. 바로 앞에서 살펴 본 <뇌지 예(雷地 豫)> 괘 '상육효'에서 ‘변함이 있으면 허물이 없다(有渝无咎, 유유무구)’고 했다. 내호괘가 <간 ☶>  산이니 문(門)의 형상이고, 내괘가 <진 ☳> 우레이니 움직여 문밖을 나서는 상이다.

조직 환경의 변화에 긍정적으로 따르라는 거다. 여기서 "관(官)"은 '관직, 벼슬, 관청, 기관' 등을 의미하는 글자이다. <진 괘> 우레에서 "관(官)'의 의미가 나온다. <진괘>는 장남이니 일을 주관(主管)하는 자이다. 관리(官吏)와 같은 존재인 것이다. "유(渝)"는 제6괘인 <천수 송(天水 訟)> 괘 '구사'에 나온다. "九四(구사) 不克訟(불극송)이라 復卽命(복즉명)하야 渝(유)하야 安貞(안정)하면 吉(길)하리라." '송사를 이기지 못하니 천명으로 돌아가라.변하여 편안한 마음으로 바르게 하면 길할 것'이라는 거다. 그리고 직전의 제16괘인 <뇌지 예(雷地 豫)> 괘의 "상육"에 나온다. "冥豫(명예)니 成(성)하나 有渝(유유)면 无咎(무구)리라." '쾌락에 빠져 어둡기가 한창이어도 달라진다면 허물이 없을 것'이라는 거다. 내괘 <진괘>는 움직이는 것이니 '변한다'는 의미가 나온다. 또한 <진괘>는 동방목으로 봄의 목(木)은 나날이 성장하기에 그 모습이 끊임없이 바뀌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유(渝)"의 상이 나오는 것이다.

제12괘인 <천지 비> 괘의 '상구'와 '초육'이 자리를 바꾸어 <택뢰 수> 괘가 만들어져 "관(관)"이 아래로 내려온 것이기에 '변화'는 승진이 아닌 강등, 좌천의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임 알 수 있다. '초구'는 득위했지만 실중한 자리이다. 따라서 양의 속성대로 바르게 하면 길할 것이라고 "정길(貞吉)을 이야기 했다. "문(門)"의 상은 내호괘 <간괘> 산에서 나온다. 승승장구하다가 벽지의 한직으로 좌천당했다고 가정 보자. 시의에 빠져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낸다면 그 자리를 끝으로 조직을 떠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조직에서 다시 인정받고 싶다면, 궁벽한 곳에 사업장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를 조직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당연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책상 앞과 숙소를 떠나 현장 사람들 및 협력 업체들과 교류하다 보면 사업장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겠는가? 그러니 "유공(有功)"인 것이다. <택뢰 수> 괘의 시기는 "따름'이 키워드이다. '초구'의 때에는 감정을 버리고 정도를 따라 변화에 적을해야 한다.

<소상전>은 "象曰(상왈) 官有渝(관유유)에 從正(종정)이면 吉也(길야)니 出門交有功(출문교유공)은 不失也(불실야)라" 이다. 번역하면, 상전에 말하였다. 관직에 변함이 있음에 바름을 좇으면 길하니, 문을 나가 사귀어 공이 있음은 잃지 않는 것이다'가 된다. TMI: 從:좇을 종, 失:잃을 실. 관직에 변함이 있을 때에는 바른 것을 좇아야 길하다. 문 밖을 나가서 사귀어 공이 있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본분을 잃지 않는 것이다.

'초구'가 동하면, 지괘는 제45괘인 <택지(擇地) 췌(萃)>가 된다. 사람들 간의 정신적, 물질적, 사회적 취합(聚合)을 말하는 괘이니, 정도를 좇아 바르게 사귀고 교제하면 위기가 기회로 바뀌어 많은 사람과 물질까지 얻을 수 있게 될 것임을 알 수 있다.

5
'육이' 효사는 "六二(육이)는 係小子(계소자)면 失丈夫(실장부)하리라" 이다. 번역하면, '육이는 소자에게 매이면 장부를 잃을 것이다"가 된다. TMI: 係:맬 계·매일 계   丈:어른 장. '육이'는 내괘에서 음자리에 음으로 있어 바르고 중에 있으며(中正), 외괘 '구오' 인군과 정응(正應)하고 있다. 그런데 아래에 있는 '초구' 양(陽) 때문에 혹 마음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 만일 '육이'가 '초구'의 소자(小子)에게 매이면 정응하고 있는 '구오' 인군을 떠나게 되어, '구오' 인군과 더불어 사회를 이끌어 갈 수가 없다. '육이'는 '초구'에게 흔들리지 말고, '구오' 인군의 뜻에 따라야 한다. '소탐대실(小貪大失)' 하지 마라는 거다.

'육이'는 '구와'와 정응의 관계에 있지만, '구오'로 가는 길이 내호괘 <간괘>, 산으로 막혀 있는 상황에서 바로 아래에 상비의 관계에 있는 '초구'가 있으니 마음이 흔들린다. 남녀로 비유하면, '초구'는 싱싱한 육체와 신선한 생각을 가진 젊은 남자와 같기 때문이다. "계(係)"는 외호괘 <손괘> 바람과 내호괘 <간괘> 산의 상에서 나온다. <손괘>는 노끈의 상이이다("巽爲繩直, 손위승직"). <간괘>는 손의 상이다("艮爲手, 간위수). '초구'에 매인 상황이 손이 묶인 것과 같은 것이다. '육이'가 동하면 내괘가 <태괘>로 변하니 '초구'에 매여 있는 것에서 충분한 기쁨을 얻는 것이다.

<<주역>>에서는 '초구'를 "소자(小子)"로 비유했다. "소자"는 '소인(小人)'과 다른 개념이다. '소인'은 '대인(대인)'이나 군자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효사에서 "장부(丈夫)"라는 단어를 씀으로써 "소자"를 '젊은 남자, 어린 남자'의 개념으로 비유하여 사용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육이'음을 여자, '초구'와 '구오' 양을 어린 남자와 나이 든 여자로 각각 은유한 것이다. 가까이 있는 젊은 남자 '초구'는 내괘 장남의 상이니 '육이'에게 듬직한 느낌을 준다. 마음을 빼앗길만 하다. 하지만 <<주역>>은 '초구'에 마음을 빼앗겨 벗어나지 못한다면 '구오' 장부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정응하는 '구오'가 진짜 자신의 인연임을 알게 되겠지만 그때 가서 후회해도 소용없다고 공자는 이야기 한다. '구오'가 아무리 마음이 넓은 장부라고 해도 자신을 저버리고 '초구'와 함께한 '육이'를 받아 주긴 어려운 법이다.

'육이'가 동하면 지괘는 제58괘인 <중택 태(重澤 兌)> 괘가 된다. 이 괘의 '구이' 효사가 "九二(구이)는 孚兌(부태)니 吉(길)코 悔亡(회망)하니라"" 이다. 번역하면, '구이는 미덥게 기뻐하니 길하고, 뉘우침이 없어진다'가 된다. 믿음으로 기뻐하면 길하고 후회가 없을 거라는 한다. '구오'의 믿음 저버리지 말라는 암시를 읽을 수 있다.

<소상전>은 "象曰(상왈) 係小子(계소자)는 弗兼與也(불겸여야)라" 이다. 번역하면, '상전에 말하였다. 소자에게 매이면 아울러 ('구오'와) 더불지 못한다'가 된다. '육이'가 '초구'에게 매이게 되면, 정작 정응(正應) 관계에 있는 '구오'와 더불어 함께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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