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에 이어 오늘 아침에 공유할 주제는 세속주의의 이상적인 세 번째 가치로 '평등'이다.
지난 몇 일동안 공유했던 세속주의의 쌍둥이 가치인 진실과 연민에 헌신하는 태도는 또한 평등을 향한 헌신으로 귀결된다. 세속주의자들은 모든 선험적인 위계(태어나기 전부터 위 아래가 정해 짐)를 의심한다. 왜냐하면 고통은 누가 경험하더라도 고통은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식은 누가 발견하더라도 지식이기 때문이다. 특정 집단이 경험하거나 발견한 것을 그들 만의 특권으로 삼을 때 우리의 감각은 무뎌 지고, 정신은 우매 아니 '멍청'해지기 쉽다.
세속주의자들은 '고유함'과 '우월함'을 혼동하지 않는다. 흥미로운 말이다. 다른 사람보다 더 우월하게 보이고 싶어 하는 욕구는 거꾸로 자신이 열등하다고 느낄수록 강하게 나타난다. 그냥 서로 차이로 보면, 그냥 수평한 것이다. 비교하지 마라, 나는 나다. 나의 고유함을 지켜라. 그리고 세속주의자는 물론 자기 민족과 국가를 향한 특별한 의무를 인정하면서도, 그 의무가 배타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동시에 인류 전체를 향한 의무도 인정한다.
평등과 자유는 등가의 가치를 가진다. 실질적 평등이 보장되지 않는 자유는 잡아 먹힐 자유와 잡아먹을 자유만 있을 뿐이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는 프랑스 혁명에서 주장한 자유, 평등, 박애 정신이다. 평등은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이다. 물론 모두가 다 같이 평등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고장 난 저울같은 사회는 기회부터 불평등하다. 그러면 결과가 절대 평등할 수 없다. 그리고 그 평등 안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평등을 이야기 하려면,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지금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 특권과 반칙이 없는 사회"를 만들고 있다. 그러려면 잘못된 과거의 청산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 없이는 미래로 올바르게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적폐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미래로 나아가자는 데 방점이 있어야 한다. 반성하지 않고, 현 시국을 비판하는 '앙시엥 레짐(구체제)' 시대 인물들의 목소리와 보수 언론들의 말을 그대로 듣지 말아야 한다. 그것을 잘 퍼 나르는 언론일수록 자신의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불편한 진실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로 했으면, 그럴수록 그런 사회를 꿈꾸는 주변의 참모들은 특히 특권과 반칙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인문운동가가 꿈꾸는 세상은 이런 것이다.
▪ 정의로운 사회, 열심히 일하면 희망이 있는 세상
▪ 국민이 주권자, 아니 주인인 세상
▪ 정치깡패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이 아닌 사람들이 사는 세상
▪ 가난하다는 이유로, 못 배우고 못났다는 이유로 사람 취급 받지 못하고 살아 온 사람들도 사람 대접받는 세상
어제는 주말농장에 나가 어린 풀 싹을 뽑았다. "뽑으려 하니 모두 잡초였지만, 품으려 하니 모두 꽃이었다."는 문장을 기억하며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작년에는 이 연민 때문에 풀에 굴복해 밭을 포기하고, 다른 이들에게 민폐를 끼쳤었다. 그래 올해는 아주 어릴 때부터 풀들을 뽑기로 했다. 그리고 벚꽃 나무 아래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삽겹살을 구어 와인을 세 병이나 마셨다. 근 30년 전에 함께 공부했던 후배도 그 자리에서 만났다. 그러니 밤 늦도록 대화가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뽑으려 하니 모두 잡초였지만, 품으려 하니 모두 꽃이었다. 오늘 아침 말하고 싶은 것은 기회가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평등 안에서 모두가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강이 휘돌아가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강이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이유는/굽은 곳에 생명이 깃들기 때문이다."
강이 휘돌아가는 이유/우대식
강이 휘돌아가는 이유는
뒷모습을 오래도록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직선의 거리를 넘어
흔드는 손을 눈에 담고 결별의 힘으로
휘돌아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짧은 탄성과 함께 느릿느릿 걸어왔거늘
노을 앞에서는 한없이 빛나다가 잦아드는
강물의 울음소리를 들어보았는가
강이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이유는
굽은 곳에 생명이 깃들기 때문이다
굽이져 잠시 쉬는 곳에서
살아가는 것들이 악수를 나눈다
물에 젖은 생명들은 푸르다
푸른 피를 만들고 푸른 포도주를 만든다
강이 에둘러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것은
강마을에 사는 모든 것들에 대한 깊은 감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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