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4월 5일)
어제는 지난 주에 취소한 서울 강의를 보강하기 위해 새벽 기차를 타고 가는 바람에 시간이 없었다. 그래 어제 <인문 일기>를 못쓰고 오늘 아침에 두 개를 쓴다. 나는 신탄진에서 무궁화를 타고 영등포역에서 내린다. 내가 기차를 타는 신탄진 역은 KTX가 안 선다. 환승해야 한다. 이번 4월부터 서민의 발인 무궁화호 기차의 편 수가 줄어 강의 시간보다 2시간은 먼저 영등포에 도착했다. 공기업 코레일이 적자라는 이유로 무궁화의 편수를 줄였다 한다.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 다들 돈돈돈이다.
두 개의 강의를 마치고, 몹시 지친 몸으로 집에 겨우 왔다. 좀 쉬다가 페이스북을 보니, 우리 사회의 '광기(狂氣)'가 극에 달했음을 보고,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경기신문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를 보고 경악했다.
이 걸 소개한 김민웅 경희대 교수의 페이스 담벼락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조국은 윤석열에게 잔혹한 공격을 당하고 온 가족이 여전히 피를 쏟고 있다. 이걸로 윤석열이 이긴 걸까? 조국은 윤석열에게 영원한 족쇄가 될 것이다. 죽을 때까지. 죽고 난 뒤에도. 김건희 역시 윤석열이 만든 덫과 같은 잣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정경심 교수, 조민이 겪은 일들은 김건희의 몸에 꽉 박혀 결코 떨어져 나가지 않는 굵은 가시가 될 것이다. 자신이 저지른 짓을 끊임없이 온 세상에 상기시키게 될 표적이요, 스스로에게는 피할 수 없는 통증이 되리라." 이 만평을 보고, 정치 이야기라고 입 닫으라고 하면, 그 사람은 사람임을 포기한 사람이다. 사람이면 이럴 수 없다.
"어두운 골목에 숨어서 무고한 이의 머리를 내리친 자들은 그 내리친 망치가 자신의 머리를 다시 가격하게 될 것을 모르며, 몰래 함정을 판 자들 역시도 그 함정이 자신의 무덤이 되고 말 것을 모른다. 오래전 선지자들의 말씀이다. 저 분노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가슴을 쥐어뜯고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는 가족의 절규가 들리지 않는가? 지금 웃고 있으나 결국 패망하리로다. 악행이 기억에서 지워지는 법은 없다."
난 대통령 선거 이후 노자 <<도덕경>>을 정밀 독해하며, 노자적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지금 제18장을 읽고 있다. 그리고 도올 김용옥의 유튜브 <노자 강의> 109회를 두 번째 듣고 있다. 지난 주에 제16장을 읽고 마음의 평화를 찾았는데, 어제 또 뒤집어졌다. 부산대 교수들은 양심이 있는 걸까? 교수들도 기득권이 되면서, 학자적 양심이 사라졌다. 내걸 지키기에만 앞장선다. 물론 모든 교수가 그런 건 아니다. 인문적 소양이 부족한 교수들이 그렇다. 게다가 소위 '보직 교수"들이 그렇다.
"致虛極(치허극) 守靜篤(수정독)"(제16장). 비움이 지극하면, 고요하고 돈독함을 지킬 수 있다. 이렇게 읽기도 한다. 비우고 비워 더 비울 것이 없는 텅 빈 경지에 이르러,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고요한 마음을 두텁게 지키라. 또는 빔에 이르기를 지극하게 하고, 고요함을 지키기를 돈독하게 하라. 이렇게 읽는 이도 있다. 완전한 비움에 이르십시오. 참된 고요를 지키십시오. 그러면 다음과 같은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萬物竝作(만물병작) 吾以觀復(오이관복)" 만물이 더불어 함께 자라는데 나는 돌아 감을 볼 뿐이다. 돌아 감을 믿는다.
내 귀에만 그렇게 들리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서울에 엿들은 소리들이다. "뭣도 모르는 깡패놈이 대통령이랍시고 으시대며 다니는 꼴을 보기가 싫다. 그래 뉴스를 안 본다." "한국 사회는 재벌대기업이 권력이고 계란판 쓰레기라고 부르는 조선일보도 권력이다.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해야 하는 신문이 스스로 권력을 행사하니 참 미칠 지경이다." "검사만 하던 놈을 대통령 시켜서 뭘 어쩌겠다는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 나는 '오이관복(나는 돌아 감을 볼 뿐이다)"을 한다. 김민웅 교수의 지난 다른 담벼락에도 눈이 갔다. 그의 기도가 내가 하고 싶었던 기도문이다. "하나님, 불쌍한 이 나라 백성들을 굽어 살피셔서 난데없는 고통과 압박의 사슬을 속히 풀어 주시고 누구도 난폭한 권력의 노예가 되지 않게 하시며 자유와 평화의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게 하시옵소서."
"이건 분명 광기(狂氣)다"(김민웅)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퇴임하는 대통령과 영부인에게 허구한 날 쏘아 대는 비열한 음해를 보라. 용산 집무실 이전 무리수를 덮고 김건희 등판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것 쯤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김건희 허위경력 수사촉구 현수막’은 ‘김건희 여사 비방 현수막’으로 탈바꿈했다. 허위경력은 자신의 입으로 공개했고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혐의는 수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비방이라.... 수사기관은 정작 수사해야 할 일은 수사하지 않고 도리어 문제를 제기한 시민을 위협하고 있다. 이쯤 되면 공권력은 폭력이 된다. 그런 공권력은 단죄되어야 마땅하다. ‘공포정치의 시동’이다. 그러나 이런다고 국민을 굴복시킬 수 있을까? 어떤 세월인데 이런 악행이 계속 통한다고 믿는가? 아무리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고 해도 악행은 언젠가는 응징되기 마련이다."
"지지율 39퍼센트, 비호감 60퍼센트. 취임도 하기 전에 받아 든 윤의 누추한 성적표다. 위기를 느꼈을 것이다. 자초한 바다. 여론은 의미 없다고 강변한다. 그런 허풍은 결국 조명이 꺼진 무대의 독백이 될 것이다. 제 돈도 아닌 국민의 돈을 풀고 위협도 하면서 자신의 위기를 막으려 들겠지만 역사는 증언한다. 박정희와 전두환이 어디 허수아비였는가? 포악한 권력의 말로는 언제나 같다. 그 주기는 더욱 짧아지고 있다. 오만하고 무지한 권력은 패망의 지팡이를 짚고 벼랑 끝으로 스스로 돌진한다. 그걸 모른다. 너무 일찍 정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미 알아차린 이들이 이들에게 반대표를 던졌다. 찬표를 던진 이들이 뒤늦게 깨우쳐가고 있다. 그래서 언론들이 혼비백산하고 있다. 그 결과를 우리는 지금 보고 있는 중이다. 잠시 기세등등할 것이다. 그러나 역사가 패배한 적은 없다."
나는 “하나님의 정의”를 굳게 믿는다. 나의 용기의 원천이며 신념의 토대다. 내 영혼과 몸에 지울 수 없이 새겨진 믿음이다. 게다가 나는 노자가 말하는 '도법자연'을 믿는다. 세상은 순환한다. 영원한 것은 없다. "가시나무가 포도나무보다 더 빨리 무성해진다 한 들 제 철이 왔다 해도 내놓을 열매가 어디 있겠는가? 농토를 버릴 뿐인 가시나무는 불에 태워 사라질 운명에 처하고 만다."
그리고 내가 늘 가슴에 담아 두는 문장이다.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疎而不漏 하늘의 그물은 넓어서, 성기 기는 하나 새지 않는다.)"이다. 하늘의 그물은 구멍이 촘촘하지 못해 엉성하지만, 오히려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말이다. 하늘이 모르는 죄가 있는 듯하지만, 벌 주기에 적당한 때를 선택할 뿐이다. 큰 물고기는 홀로 다니지만, 작은 물고기는 떼를 지어 다닌다. 작은 물고기는 서로 뭉쳐 돕지 않으면 큰 물고기한테 다 잡혀 먹히고 말 것이다. 하지만 큰 물고기도 수명이 다해서 죽거나 그물에 걸려 잡힐 때가 있다. 그걸 알아야 한다.
하늘 뿐만 아니라, 민중을 무서워해야 한다. 민중이 숫자가 더 많기 때문이다. 김민웅 교수도 그런 말을 했다. "이 고통의 시간을 지나면서 우리는 그 이상으로 더욱 지혜롭고 더욱 강해지고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자유와 평화, 그리고 평등의 귀중함을 뼈저리게 절감하면서 물러서지 않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 세월을 살아남아 더욱 위대해질 것이다. 하나님이 세상에 남기신 그루터기가 생각 이상으로 꽤 크다. 촛불은 다시 타오르고 있으며 충격과 좌절감으로 흔들렸던 이들이 몸을 빠른 속도로 곧게 세우고 있다. 나의 삶, 나의 권리, 나의 미래는 내 손으로 지키는 것이다. 그 ‘나’가 하나로 뭉쳐 ‘우리’가 되어 지키는 것이다. 국정을 정식으로 맡기 전인데도 저항과 비판이 이리 거셀 줄은 몰랐을 것이다. 겸손하지 않은 권력자에게 주어질 은총은 없다. 게다가 장애인들을 짓밟는 자들이 인간이기는 한가? 시민이 정부를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시민을 두려워해야 한다. 이 진리를 깔보면 끝내는 돌들이 소리치리라. 광기로 하나가 된 자들은 복종하지 않는 이성을 지니고 공의를 믿는 신념의 사람들을 이길 수 없다."
하나님이 세상에 남기신 그루터기가 생각 이상으로 꽤 크다. 뿐만 아니라, 자연이 남긴 그루터기도 같다. 나도 마음이 편친 않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 "먹은 죄" 때문이다. 그러니 이젠 먹을 것만 먹고, 조금 먹고 살 생각이다. 아침 사진은 서울의 한 빌딩 정원을 찍은 것이다. 저 푸르름을 믿는다.
먹은 죄/반칠환
새끼들에게 줄 풀벌레 잡아오던
지빠귀를 새매가 나꾸어 갔다
가까스로 허물 벗고 날개 말리던
잠자리를 물총새가 꿀꺽 삼켜 버렸다
오전에 돋은 새싹을 다람쥐가 갉아 먹는다
그러나 어느 유족도 복수를 꿈꾸지 않는다
다 먹은 죄가 있기 때문이다
한없이 슬퍼도 적막한, 푸른 숲 속의 일이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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