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시입니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은 3월 2일입니다. 지난 2월 말부터 3월 1일까지 빠르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젠 차분하게 3월을 생각합니다. 3월의 3자를 보면, 노자의 <도덕경> 제 42장이 떠오릅니다.
"도는 하나를 낳고, 하나는 둘을 낳고, 둘은 셋을 낳고, 셋은 만물을 낳는다. 만물은 음을 등지고 양을 껴안는다. 만물은 음양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는 가운데 기운을 조화롭게 여긴다. (……) 그러므로 잃음이 얻음이 되기도 하고, 얻음이 잃음이 되기도 하므로 조화를 취한다. 사람들은 강하게 되라고 가르치지만, 나는 약하게 되라고 가르친다. 강하기만 한 사람은 옳게 죽지 못한다. 나는 조화를 가르침의 근본으로 삼을 것이다."
천천히 여러 번 읽어야 하는 글입니다. 요약하면, "道가 하나를 낳고"했을 때, 그 '하나'는 <주역>에서 말하는 태극(太極)이고, '둘'은 음(陰)과 양(陽)이고 '셋'은 천(天)·지(地)·인(人)이다. 조화로운 삼이 낳은 만물 속에서, 잃음이 얻음이 되고, 얻음이 잃음이 된다. 그리고 강자는 자신의 명대로 옳게 죽지 못한다.
짧은 2월이 가고 3월입니다. 3이라는 숫자는 일상에서 많이 쓰이기도 하고 그 나름의 상징성을 갖고 있다. 삼각함수, 삼위일체, 삼권분립 등 숫자 3이 포함된 상용어는 매우 많다. 모두 중요한 개념이고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다. "2월 편지" 접고, 봄과 함께 3월을 다시 맞이하자. 3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 세 번은 겪어야 확신이 생기고, 공정성을 기하려면 세 번 정도의 절차는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답담하게 하지만, 오늘은 주말농장에 나가 흙을 만지고, 보리를 심을 예정이다.
2월 편지/홍수희
어딘가 허술하고
어딘가 늘 모자랍니다
하루나 이틀
꽉 채워지지 않은
날수만 가지고도
2월은 초라합니다
겨울나무 앙상한
가지 틈새로 가까스로
걸려 있는 날들이여,
꽃빛 찬란한 봄이
그리로 오시는 줄을
알면서도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1년 중에
가장 초라한 2월을
당신이 밟고 오신다니요
어쩌면 나를
가득 채우기에
급급했던 날들입니다
조금은 모자란 듯 보이더라도
조금은 부족한 듯 보이더라도
사랑의 싹이 돋아날
여분의 땅을 내 가슴에
남겨두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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