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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내 삶의 주인공이 되려면,

1년 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시입니다.

1189.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나는 내가 내 삶의 진짜 주인공으로 살자고 마음 먹었을 때부터, 거절하는 마음의 불편함이 있었지만, 거절을 잘 하고, 거절하는 기술이 늘었다. 살다 보면 안다. 허락하는 일이 나를 만들어 주는 순간보다, 거절이 오히려 더 '나 다움'을 만들어 준다. 불편하고 마음에 끌리지 않는 부탁을 거절하는 순간 나는 진짜 나 자신이 된다. 젊은 시절에, 타인의 부탁을 들어줄 때 나는 그냥 그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에 좋았다. 그러나 이젠 그런 소극적인 만족감은 내 일상에서 밀어냈다. 내 삶의 주체성을 내가 찾지 않으면, 내 삶을 어느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아침마다 글을 쓴다. 그럼으로써 더 나은 나 자신, 더 깊고 지혜로운 또 다른 나와 만난다. 그러면서 내 삶의 진짜 주인공이 되려고 고군분투한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창의적이다."(마틴 스코세이지)
사적인 것, 개인적인 것이 가장 공적인 것이며 가장 보편적인 것이다. 자신만의 노래를 부르기 위해 수고하는 사람에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이며, 가장 은밀한 것이 가장 대중적이며, 가장 고독한 것이 가장 공동체적이다. 나의 가장 개인적인 시간은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시간이다. 인간은 자신이 가장 은밀한 공간에서 자주 하는 것이 그의 인격이며 성격이다. 고독한 곳에서, 사적인 공간에서 하는 은밀한 생각이 그 자신이다. 그 생각이 공동체에 그대로 영향을 끼친다. 그래 개인적인 것이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것이다.

개인적인 것이란 내 안의 더 큰 나와 만나는 일이다. 내 안의 숨겨진 나만의 신화를 살아내는 것이다. 이 글은 정여울의 글을 읽고 쓰기 시작한 것이다. 정여울은 "내 삶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내 인생의 주도권을 누구에게도 넘겨주지 않는 강인한 뚝심을 기르는 것"이고, "내가 원하는 삶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내가 원하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용기를 한 순간도 잃지 않는 것"이라 했다.

나는 내 삶의 주인공이 되려면, 김영민 교수의 주장처럼, 많은 독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냥 다독으로 대충 읽는 것이 아니라, 정독을 해야 한다. 김교수에 따르면, 빠른 속도로 다독을 하여 정독의 대상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프란츠 카푸카(Franz Kafka)는 독서가 마음 속에 얼어붙어 있는 바다를 깨는 일이라고 했다. 얼음을 가르려면, 정독을 해야 한다. 그러면 어느 책이 제대로 날이 선 도끼일까? 그것을 알려면 , 일단 어느 정도 다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교수의 말을 인용한다. "공 점유율이 높아야 골도 넣는 법, 책을 이것저것 오래 점유하고 있어야 정신의 날 선 도끼를 발견할 수 있다."

나는 바쁜 세상 사람들에게 정독 할 부분을 알려주는 일이 인문운동가의 역할이라고 본다. 김교수도 그런 식으로 말한다. "정독 할 부분을 찾는 방법 중 하나는 자기만의 질문을 염두에 두고 책을 읽는 것이다. 그 질문에 답하는 문장들이 바로 정독 할 부분들이다. 평소에 아무 질문도 하지 않고 살고 있으며, 질문에 답하는 문장을 찾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런 감식안을 갖춘 선생을 따라다니면서 읽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것이 적게 읽고 많이 깨닫는 방법이다. 책을 많이 읽으면 눈을 해치기 때문이다.

김교수는 정독을 하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알아 두어야 할 중요한 내용이라고 본다. (1) 책의 저자가 침묵하는 내용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알아들을 만한 사람만 알아들을 수 있도록, 모호하게 숨겨 놓거나 은근히 암시만 해 둔 진짜 메시지를 발견하기 위해서, 독자는 더 많은 관심을 책에 기울여야 한다. 대충 읽어서는 진짜 메세지를 알지 못한다. 내 아침 글도 그렇다. 대충 읽고 자신이 가진 편견으로 해석한다. (2) 책 내용을 근저에서 뒷받침하고 있는 가정과 전제를 재구성할 줄 알아야 한다. "모든 언명은 그 언명을 가능케 하는 전제가 있으며, 그 전제가 성립하지 않으면 그 언명이 담고 있는 주장도 성립하지 않는다." 알아차림은 전제와 사유의 총합이다. 전제는 경험이고, 사유는 생각하기이다. 딱하면 알아차리는 통찰은 다양한 경험도 중요한 것이다. (3) 비판적 독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비판적 독해를 위해서는 같은 문제에 대해 경쟁하는 다른 주장들을 접해 보아야 한다. 그래야 지금까지 진리처럼 느껴졌던 주장도 기껏 '일리' 있는 주장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경쟁하는 주장들끼리 정성을 들여 전면에 드러내어 놓는 책은 많지 않기에, 독자는 경쟁하는 다른 주장들을 스스로 재구성해가며 읽어야 한다. 그래야 주장의 타당성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

잘 정리된 좋은 주장이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의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는 시간이 나면, 네이버를 연 다음, "네이버 뉴스'를 누르고, "오피니언"을 열면 그날의 많은 칼럼들이 나열되어 있다. 거기서 마음에 드는 기사를 찾아 읽는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늘, 혹은 때때로" 보고 싶은 글들이 있다. 내 아침 글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그건 바람이고, 나는 아침 글을 쓰며 이런 생각을 한다. "얼마나 지금 내가/아직도 살아 있다는 명확한 확인인가/아,/그러한 네가 있다는 건/얼마나 따사로운 나의 저녁 노을인가." 나는 내 삶의 주인공이니까.

늘, 혹은 때때로/조병화

늘, 혹은 때때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생기로운 일인가

늘, 혹은 때때로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카랑카랑 세상을 떠나는
시간들 속에서
늘, 혹은 때때로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인생다운 일인가

그로 인하여
적적히 비어 있는 이 인생을
가득히 채워가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가까이, 멀리, 때로는 아주 멀리
보이지 않는 그 곳에서라도
끊임없이 생각나고 보고 싶고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지금 내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명확한 확인인가
아,
그러한 네가 있다는 건
얼마나 따사로운 나의 저녁 노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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