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눈이 오지 않네요.
8년 전 오늘 글이에요.



사진 셋, 생각 하나 그리고 시 하나
눈만 많이 내리면 자동적으로 기억나는 흥미로운 시이다.
마을 이장 허겁지겁하는 모습이 그려져 정겹다.
시는 사투리가 살아 있어야 더 재밌다.
폭설/오탁번
삼동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 내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워메, 지랄나부렀소잉!
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
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뿐
온 천지가 흰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느님이 행성만한 떡시루를 뒤엎은 듯
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 내렸다
좆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
윗목에 놓인 뒷물대야를 내동댕이치며
우주의 미아가 된 듯 울부짖었다
-주민 여러분! 워따 귀신 곡하겠당께!
인자 우리 동네 몽땅 좆돼버렸쇼잉!
아침에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혀 있는 세상을 만나 반가웠다.
우리 사회의 적폐로 인한 아픔이 흰눈으로 덮고 다시 시작하는, '리셋 코리아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 흰눈이 녹으면, 봄이 오기 시작할 것이다
봄은 영어 스프링(spring, 용수철)이다.
3월이 오면 민주주의 희망도 용수철처럼 튀어올랐으면 한다.
봄을 기다린다.
빨리 추위가 물러나고, 따뜻한 봄바람이 내 가슴과 우리 사회에 피가 돌게 했으면 한다. 그리고 빨리 시간이 지나, 헌법을 유린하고 책임을 끝까지 지지 않으려 하는 박근혜 일당들에게 응분의 댓가가 치러지는 것을 보고 싶다. 정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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