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사람은 정(精), 기(氣) 신(神)으로 이루어져 있다.

3073.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5년 1월 14일)

연초인데, 마음이 답답하고, 기운을 차릴 수가 없다.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기 때문이다. 자꾸만 스마트폰에 손이 간다. 집중해서 책을 읽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은 다 집에서 나오지 않는다.  세상이 다 가라앉은 듯하다. 어제 임태주 시인의 어머니가 남겼다는 글을 읽고, 마음이 좀 풀렸다.

어머니가 남긴 유언의 글

세수는 남 보라고 씻는다냐?
머리 감으면 모자는 털어서 쓰고 싶고
목욕하면 헌 옷 입기 싫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그것이 얼마나 가겠냐만은
날마다 새 날로 살아라고
아침마다 낯도 씻고 그런거 아니냐
안 그러면 내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낮을 왜 만날 씻겠냐 ?
고추 모종은 아카시 핀 뒤에 심어야 되고
배 꽃 필 때 한 번은 추위가 더 있다
뻐꾸기가 처음 울고, 세 장날이 지나야
풋 보리라도 베서 먹을 수 있는데,
처서 지나면 솔나무 밑이 훤하다 안 하더냐
그래서 처서 전에 오는 비는 약비고,
처섯 비는 사방 십리에 천석을 까먹는다 안 허냐
나락이 피기 전에 비가 쫌 와야 할텐데
들깨는 해 뜨기 전에 털어야
꼬타리가 안 부서져서 일이 수월코,
참깨는 해가 나서 이슬이 말라야
꼬타리가 벌어 져서 잘 털린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든 살펴 봐
감서 해야 한다
까치가 집 짓는 나무는 베는 것 아니다
뭐든지 밉다가 곱다가 허제
밉다고 다 없애면 세상에 뭐가 남겠냐?
낫이나 톱 들었다고
살아 있는 나무를 함부로 찍어 대면
나무가 앙 갚음하고,
괭이나 삽 들었다고
막심으로 땅을 찍으대면
땅도 가만히 있지 않는것이다
세상에 쓸데 없는 말은 있어도
쓸데 없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봐라
곧은 건 괭이자루, 휘어진 건 톱자루,
갈라진 건 멍에, 벌어진 건 지게,
약한 건 빗자루, 곧은 건 울타리로 쓴다
나무도 큰 놈이 있고, 작은 놈이 있는 것이나,
야문 놈이나 무른 것이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사람도 한가지다
생각해 봐라
다 글로 잘 나가먼
농사는 누가 짓고, 변소는 누가 푸겠냐?
밥 하는 놈 따로 있고, 묵는 놈 따로 있듯이,
말 잘 하는 놈 있고, 힘 잘 쓰는 놈 있고,
헛간 짓는 사람 있고, 큰 집 짓는 사람
다 따로 있고, 돼지 잡는 사람,
장사 지낼 때 앞 소리 하는 사람도
다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하나라도 없어 봐라
그 동네가 잘 되겠냐
내 살아 보니 그닥시리
잘난 놈도 못난 놈도 없더라
허기사 다 지나고 보니까
잘 배우나 못 배우나 별 다른 거 없더라
사람이 살고 지난 자리는,
사람마다 손 쓰고, 마음 내기 나름이지,
많이 배운 것과는 상관이 없는 갑더라
거둬감서 산 사람은 지난 자리도 따뜻하고,
모질게 거둬 들이기만 한 사람은
그 사람이 죽고 없어지도 까시가 돋니라
어쩌든지 서로 싸우지 말고
도와 가면서 살아라 해라
다른 사람 눈에 눈물 빼고 득 본다 싶어도
끝을 맞춰 보면 별 거 없니라
누구나 눈은 앞에 달렸고,
팔 다리는 두개라도, 입은 한 개니까
사람이 욕심내 봐야 거기서 거기더라
갈 때는 두 손 두 발 다 비었고.
말 못하는 나무나 짐승에게 베푸는 것도
우선 보기에는 어리석다 해도 길게 보면 득이라
모든 게 제 각각, 베풀면 베푼 대로 받고,
해치면 해친 대로 받고 사니라
그러니 사람한테야 굳이 말해서 뭐하겠냐?
내는 이미 이리 살았지만
너희들은 어쩌든지 눈 똑바로 뜨고
단단이 살펴서,  마르고 다져진 땅만 밟고 살거라
개는 더워도 털 없이 못 살고,
뱀이 춥다고 옷 입고는 못 사는 것이다
사람이 한 번 나면,  아아는 두 번 되고
어른은 한 번 된다더니. . .
어른은 되지도 못하고 아아만 또 됐다
인자 느그들 아아들 타던 유모차에도
손을 짚어야 걷는다니
세상에 수월한 일이 어디에 있냐?
하다 보면 손에 익고 또 몸에 익고
그러면 그렇게 용기가 생기는 것이지
다들 그렇게 사는 것이지....


사는 게 별 거 아닌데, 기운 차리자. 어제 못 다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성령(聖靈)'에 대한 묵상을 하다가, 이게 우리 몸 속의 '기(氣)'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사람의 몸 안에는 '기'가 가득 차 있어 힘이나 활동과 관련된 말에는 으레 '기'자가 들어간다. 몸이 약해지면 '기력(氣力)이 다했다'고 하고, 꼼짝 못하는 상황이면, '기(氣)를 못 편다'고 말한다. 그리고 기가 끊어지면 숨이 막히게 되어 정신을 잃게 되는데, 이것을 기절(氣絶)이라 한다. 건강한 생활을 하려면, '기'가 온몸에 가득해야 한다. '기'가 잘 흐르지 않고 답답한 상태가 되면 '기분(氣分)'이 우울 해진다. 반대로 기가 충만하면 '사기(士氣)가 하늘을 찌르고 피곤한 기운이 사라지면 '원기(元氣)'를 회복하게 된다. 그러다가 지나치게 '기'가 높으면 '기고만장(氣高萬丈)'하게 된다. '기가 만 길이나 높아졌다'는 뜻이다. 인간의 기운을 받으면 '인기(人氣)가 올라간다. '인기'란 사람의 '기'이다. 그러므로 '인기'가 없어지는 것은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진 것이다. 한편 기를 모으는 것이 '기합(氣合)'이다. 정신이 해이해져 '기'가 흐트러졌을 때 정신을 하나로 모으라 고 '기합'을 받는다. '기합'을 단순히 체벌로 생각하지 않고 정신 통일 훈련이라 생각하면 즐겁게 '기합' 받을 수 있다. 

사람은 정(精), 기(氣) 신(神)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정, 기, 신은  세 가지가 비슷비슷한 말로 정신(精神), 정기(精氣)라는 말처럼 서로 어울려 인간의 정신 작용을 뜻한다. 그러나 약간의 뉘앙스(미묘한 차이)는 있다.
▪ 정(精)이 '정력(精力)'이라고 할 때처럼 성인(成人)의 활동력을 지탱해 주는 기본적인 요인으로 몸이고,
▪ 기(氣)가 '기운'이나 '원기(元氣)'라고 할 때처럼 사람을 건강하고 힘차게 살아가게 하는 힘, 에너지라면,
▪ 신(神)은 '신 난다'고 할 때처럼 사람에게 활기와 흥을 돋워 주는 힘으로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에너지가 '기(氣)'이고, 그 에너지의 활동은 '정'이고, 그 결과로써 '신'을 얻는 데, 그 때 우리는 '신바람이 난다 또는 신명(神明) 난다'고 하는 것 같다. '흥이 일어나 기분이 몹시 좋다'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신'이란 그리스어의 '프시케(psyche)'나 그리스 철학에서 말하는 '다이몬(daimon)'이나 프랑스 철학자 베르그송(Henri Bergson)이 말하는 '엘랑 비탈(elan vital)'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의학적으로 그 기운이 가는 길이 '혈(穴)'이라 한다.  '혈'이라는 말은 풍수지리설에서도 쓰인다. '정기(精氣)가 모인 자리'라 한다.  한의학에서는 '침을 놓는 올바른 자리'로 쓰인다. 흔히 스트레스를 받으면 림프 순환이 저하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림프구 수를 감소 시켜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파괴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혈자리를 자극하면 주변 조직의 피의 순환이 원활해 진다. 그러니까 흐름이 좋아지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자리를 눌러 호흡을 조정하고 긴장을 완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 말 중에 '신 난다'. '신명 나다'란 것이 있다. '신명'은 '흥겨운 신이나 멋'이란 뜻의 우리 말이다. '신(神) 난다'는 잘못된 표현이라 한다. '어떤 일에 흥미나 열성이 생겨 기분이 매우 좋아지다;는 뜻의 단어는 '신나다'이다. 은 마음이고, 마음은 먹는 데서 나온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본다. 세상 일은 '마음 먹기'이다. 그러면 언제 우리는 마음을 먹는가? 부족하고 결핍하여 먹을 게 없을 때 마음 먹는다. 그때가 간절하고 절실한 때이다. 절심함은 간절함과 유사한 뜻이고, 간절히 원하는 상태를 말한다. '간절(懇切)함'이란 신체기관 중 가장 무딘 기관인 간이 절절해 지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얼마나 바라고 원하는 상태이겠는가? 모든 것은 간절함의 차이이다. 간절(墾切)이 원하면 무엇이든 얻는다. 간절함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증폭시키는 힘이 있다.

어쨌든 사는데 중요한 것이 마음이 아닐까? 특히 내 마음이 가는 길이 나 자신으로 가는 길이어야 한다. 그렇게 나와 나 자신이 하나 될 때, 나는 내 삶을 살 수 있다. 지금 내 마음이 가는 곳이 어디인가 묻는다. 왜? 마음이 가면, 그 곳에 기운(氣運)이 모이기 때문이다. 그래 삶의 방향이 중요하다. 사람은 기운으로 산다'는 거다. '기운'이란 말의 정의는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찬, 만물이 나고 자라는 힘의 근원"이라고 한다. 일상 생활에서는 '기운이 없다'는 말처럼, '사람이나 동물이 활동하거나 일을 하는 데 필요한 힘'을 말한다. '기운'에는 한자가 없다. 다만 기(氣)에서 왔을 것으로 본다. '기운'은 비슷한 뜻인 '힘'보다 더 근원적인 것을 부르는 말 같다. 영어로 '기'는 'energy'로, '힘'은' force'가 된다.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인 기운이 외부에 밀거나 당기는 힘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 힘을 나는 '신바람'이라고 생각한다.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정은 질료(質料)라 한다. 질료가  있어야 우리가 그걸 가지고 변형을 한다. 그게 신장에서 만들어진다 한다. '정'은 우리 안에 액체로 이루어진 모든 것을 말한다. 사람을 만들고, 문명을 건설하고, 이 세상의 모든 진리를 탐구하는 것이 정이라는 질료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 다음 이 질료를 움직이는 엔진이 '기'이다. 그걸 주관하는 장기가 폐라 한다. 폐로 호흡을 하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신장에서는 남성의 정액이나 여성의 생리 혈 같은 원초적 질료가 구성이 되고, 폐에서는 호흡을 통해서 이걸 계속 순환을 시켜야만 우리는 살아 있는 거다. 순환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렇게만 해서는 살 수 없다. 이 질료와 에너지를 어떤 방향으로 쓸 것인가 중요하다. 그 방향이 없이 살면, '정'과 '기'를 그냥 자기도 모르는 방식으로 막 쓴다. 우린 이걸 맹목(盲目, 이성을 잃어 적절한 분별이나 판단을 못하는 일)이라 한다. 맹목은 있는 그대로의 순수함이 아니고, 다 파괴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이게 '신'이다. 그건 심장이 주관한다고 한다. "신'이 정해지면, 우리는 '신명'을 얻을 수 있다. 그때 우리는 하루 살아내는 기적이 생긴다.

다시 말하면, '정(精)'은 몸을 말하며, 정력이란 말처럼, 우리의 활동력을 말한다. '신(神)'은 마음으로 우리가 말하는 정신이다. 정신력이라 말할 때 '신'이다. 이 '정'과 '신'에 '기(氣)'가 들어갈 때 우리는 생명체가 된다. 정리하면, 사람은 '마음이 가면 기운이 모이고, 기운이 가는 곳으로 혈이 따라 가며 서로 다 소통하게 한다. 한 마디로 막히지 않고 흐름이 좋게 한다. 기(氣)는 어디서 오는가?  호흡, 즉 '숨 쉬기'이다. 들숨과 날숨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숨을 잘 쉬는 것이다. 기가 막히면 병이고, 나가버리면 몸은 시체가 되고, 정신은 귀신이 된다. '기통 차다'는 말도 기가 소통이 잘 된다는 말이다. 그러니 들숨과 날숨을 잘 조절해야 한다. 사람이라는 생명체는 '기'의 작용이 매우 중요하다.

그럼 건강하다는 말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 숨을 잘 쉬는가? 단전의 힘을 키워 들숨과 날숨을 조절하며 조화를 꾀한다.
▪ 밥을 잘 먹는가? 이 문제는 먹고 마시는 것까지 따지는 것이다. 그리고 음식을 먹은 만큼 잘 배설해야 한다.
▪ 마음이 편안한가? 스트레스 문제이다. 

살면서 스트레스를 안 가질 수 없다. 그러니 문제는 마음이 긴장한 만큼 다시 이완 되어야 한다. 그러니 긴장의 양만큼 이완의 양도 많아야 한다. 우리가 살면서 긴장 없이 살 수 없다. 그러나 과도한 경쟁, 지나친 욕심, 과한 피로 등이 스트레스를 만든다. 문제는 스트레스가 심해지며 계속 이어지면 병이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는 각자 이완 하는 다양한 방법을 갖고 있어야 한다. 운동이나 취미 생활 그리고 음주 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이나 명상이나 참선을 통해 이완 할 수도 있다. 가끔씩 여행하는 것과 인문학 공부를 통해 구분하고 분류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도 권유한다. 그리고 이완은 익숙한 일상으로 벗어나 낯설지만 신나는 삶으로 옮기는 감행을 통해 '엑스터시(ecstasy)'를 만나야 한다. '엑스터시'란 현재 안주하고 있는 상태로부터 자신을 강제로 이탈시키는 행위이다. 입신하는 무당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좀 어렵게 말하면 '엑스터시'란 과거나 사회가 자신에게 부여한 수동적인 상태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가려는 마음에서 얻게 된다. 실제 방법론으로는 '몰라'하면서 자신의 이름까지도 잊는 것이다. 그러면서 '괜찮아'라고 말하면서 '무아지경'으로 들어가는 감행이다. 아마도 장자가 말하는 오상아(吾喪我), 자신을 장례시키는 자기 살해 행위이다. 이를 통해 긴장을 해소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마음이 가면 기운이 모이고, 기운이 가는 곳으로 혈(穴)이 따라 간다. 사람의 몸은 한 마디로 ‘생명체’ 이다. 생명체는 '정(精)', 기(氣)',  '신(神)' 세 가지로 돼 있다. '정(精)’은 몸 뚱아리, ‘신(神)’은 마음(정신)이다. 여기에 ‘기(氣)’가 들어갈 때 생명체가 된다. 동의보감에서 이를 ‘삼보(三寶)’라고 불렀다.  '기(氣)'는 호흡이다. 숨 쉬는 거다. ‘기'가 막히면 병이고, 나가버리면 몸은 시체가 되며, 정신은 귀신이 된다. 그래서 기의 작용이 무척 중요하다.  그러니까 '정', '기', '신'은 기본적으로 생명, 욕망, 신체가 작동하는 기본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이 세 가지가 있어야 우리가 살아간다고 하는 거다. 문제는 '정'과 '기'는 이해하는데, '신', 즉 삶의 방향을 소홀히 한다. 이미 행복, 성공, 이런 것들의 방향이 정해져서 '정'과 '기'를 그쪽으로 쓰면 된다고 믿는다. 그러니까 가장 중요한 것이 '신'이다. '신'은 우리들의 삶의 방향이다. 사람이 방향이 없이 살 수 없는데, 이 부분은 보이지도 않고 티도 안 나고, 내가 무슨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도 모르는 체, 우리가 캄캄한 암흑 상태에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다른 글들은 블로그에서 볼 수 있다. 네이버에서 '우리마을대학협동조합'를 치시면, 그 곳의 출판부에서 볼 수 있다. 아니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blog.naver.com/pakhan-pyo 또는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