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우리 동네 자발적인 커뮤니티 연합체인 DASI(다시, Design, Art, Science et Independence)의 첫 사업인 최진석 교수와 함께하는 강의와 토론의 두 번째 주제는 "지식의 생산과 인격의 성숙"이었다. 제목만 보면, 생산은 '뭐고', 인격은 뭔가 의문이 든다.
최교수는 관찰의 중요성을 말했다. 사실 우리가 '보다'라고 할 때, 그 말의 깊이는 다르다. 나는 다음 4 가지로 층위를 나뉘어야 한다고 늘 주장한다. (1) 그냥 보다 (2) 자세히 보다 (3) 관찰하다. (4) 관조하다.
'그냥 본다'는 말은 자신의 과거 습관과 편견대로, 또는 자신의 기준으로 상대를 보는 행위이다. 여기서 '무식(無識)'이 등장한다. 무식이란 보이는 것만 보는 시선이 고착화된 것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런 사람들의 특징이 두 가지로 드러난다. 하나는 쉽게 화를 낸다. 화를 내는 것은 자신이 멋대로 만들어 놓은 허상 속에 대상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화는 허상과 실제 대상이 불일치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남들이 자신의 이데올로기에 맞춰 행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쉽사리 폭력을 행사한다.
관찰로 이루어지는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에 초대한다.
여행에의 초대/김승희
모르는 곳으로 가서
모르는 사람이 되는 것이 좋다,
모르는 도시에 가서
모르는 강 앞에서
모르는 언어를 말하는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모르는 오리와 더불어 일광욕을 하는 것이 좋다
모르는 새들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여기가 허드슨 강이지요
아는 언어를 잊어버리고
언어도 생각도 단순해지는 것이 좋다
모르는 광장 옆의 모르는 작은 가게들이 좋고
모르는 거리 모퉁이에서 모르는 파란 음료를 마시고
모르는 책방에 들어가 모르는 책 구경을 하고
모르는 버스 정류장에서 모르는 주소를 향하는
각기 피부색이 다른 모르는 사람들과 서서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며
너는 그들을 모르고 그들도 너를 모르는
자유가 좋고
그 자유가 너무 좋고 좋은 것은
네가 허드슨 강을 흐르는
한포기 모르는 구름 이상의 것이 아니라는
그것이 좋기 때문이다
그것이 좋고
모르는 햇빛 아래 치솟는 모르는 분수의 노래가 좋고
모르는 아이들의 모르는 웃음소리가 좋고
모르는 세상의 모르는 구름이 많이 들어올수록
모르는 나의 미지가 넓어지는 것도 좋아
나는 나도 모르게 비를 맞고 좀 나은 사람이 될 수도 있겠지
모르는 새야 모르는 노래를 많이 불러다오
모르는 내일을 모르는 사랑으로 가벼이 받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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