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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듣기 싫겠지만, 우리는 '4류 정치'이다.

5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과 내일 아침, 나는 시대정신을 좀 이야기하려 한다. 정치 이야기라고 미리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고 읽으면, 자신의 진영에 더 깊숙하게 빠져, 사유하는 능력을 잃게 된다. 나 또한 경계하며,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 공유한다. 특히 나 자신을 위해 정리해본다. (1)

우리는 지금 두 진영으로 갈리어 서로 호통을 치고 있다. 박성민 정치 컨설턴트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나는 정치인이 정치하지 않는 공간에 '검찰의 공간'이 차지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어쨌든 혼돈이다. 게다가 언론도 믿을 수 없다. '들은 것은 믿지 말고, 본 것은 반만 믿어라'는 격언대로 '거짓일 수도 있는 진실과 허위일 수도 있는 사실이 뒤엉켜 싸우는 전쟁터이다. 혼란스럽다. 본 대로 기록했다고 사실이 되는 것도 아니고, 들은 대로 말했다고 진실이 되는 것도 아니다. 진영으로 나뉘어서 다 미쳤다. 이런 난장판에서는 무엇을 보았느냐 보다 어디에서 보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같은 시대를 살면서 같은 것을 보았다고 해서 기억이 같은 것은 아니다. 다른 처지에서 봤다면 기억도 다른 것이다. 난 어제 두 번의 경험을 했다. 그냥 차이로, 다름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욱'했다.

어제 밤 자기 전에, 나는 박성민 정치 컨설턴트의 글을 다시 꺼내 읽었다. "2000년대 정치는 지도자, 경쟁 체제, 돈, 조직을 잃었다. 물리력과 정치력의 시대가 끝나자 관료의 힘이 세지었다. 관료는 자기 부처의 이해를 중심으로 사고하기 때문에 '패권에 대한 자각'은 약하지만, '법'도 사실상 관료들이 만들고, 그 법이 실질적 효력을 갖게 하는 '시행령'도 그들이 만드는 나라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패권의 지위를 갖게 되었다. 이권이 있는 곳에 규제가 있고, 규제가 있는 곳에 권력이 있다. 기업과 공무원, 그리고 로펌의 결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뿌리 깊고 광범위하다. '관피아'는 척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세력이 하나 더 등장했다. 법원, 헌법재판소, 검찰, 로펌을 포괄하는 법조가 그들이다. 이들은 대한민국 최고, 최후의 판단 자이다. 스스로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자신들이 직접 뽑은 정치적 권위에도 승복하지 않는 사람들도 사법적 권위에는 승복한다.  정치의 사법화가 그렇게 만들었다. 검찰과 법원의 정치적 공간은 정치가 그 공간을 버렸기 때문에 열린 것이다."

지금 나라가 시끄럽다. 왜냐하면 민주주의의 먹이사슬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민주주의 먹이사슬에서 정치는 유권자가 선거를 통해 통제하고, 국민은 관료, 사법 체제에 의해 통제되고, 관료, 사법 체계는 정치에 의해 통제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민주주의는 앞의 두 통제력은 여전하지만, 정치의 관료, 사법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되면서 위기를 맞고 있었던 것이다. 이 민주주의 작동 구조를 천천히 읽어야 한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정치인들을 통제하고, 정치인들은 관료들을 통제한다. 그러니까 관료들은 국민의 대표자인 정치인들에게 통제를 받아야 한다. 정치인들은 우리가 선거를 잘 해서 잘 뽑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대신 우리 국민은 관료나 사법 체제에 통제 받는 것이다. 선거와 정치 문제는 내일 아침에 이야기해 볼 생각이다.

어제는 우리 나라의 형식적 민주주의(대통령 직접 선거, 돈 선거를 없앤 총선)를 넘어, 일상의 민주주의, 내용 민주주의를 위해 입법을 마친 날이다. 1년여간 정치권을 뒤흔들었던 7개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좀 개혁된 제도이다. 좀 자세하게 그 7개 법안을 나열해 본다. 중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을 포함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개정안,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과 사립학교법, 유아교육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이다.

듣기 싫겠지만, 우리는 '4류 정치'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앞서가는 분야들이 이 4류 정치에 발목이 묶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 4류정치의 책임은 정치인들이지만 유권자인 국민도 마찬가지이다. 정치적 대표자들의 질을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선거하고,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잘 만들어 가동 시켜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정치인보다 유권자가 깨어나야 할 차례라는 점이다.

그러면 민주주의 먹이사슬이 잘 작동될 것이라는 생각이 인문운동가의 입장이다. 이 글을 쓴 이유는 누구를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설득하려는 것이 아니다. 정치를 자꾸 혐오하려는 나를 위한 글이다. 분명하게 밝힌다. 내일도 한 번 더 정치적 이야기를 할 생각이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의 "겨울 나무"처럼.

겨울 나무/이재무

이파리 무성할 때는
서로가 잘 뵈지 않더니
하늘조차 스스로 가려
발 밑 어둡더니
서리 내려 잎 지고
바람 매 맞으며
숭숭 구멍 뚫린 한 세월
줄기와 가지로만 견뎌보자니
보이는구나, 저만큼 떨어진 친구
이만큼 가까워진 이웃
외로워서 더욱 단단한 겨울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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