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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내가 싫어하는 것은 철 지난 이념 논쟁으로의 회귀이다.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1월 10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언행에 분노한다. 그는 '해시태그(#) 멸공" 유행을 만들어 냈다. 정용진이 쏘아 올린 '멸공' 공방에 '골 빈' 친구들이 따라하고 있다. 일반 대중은 그게  무슨 뜻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래 오늘 아침 인문 운동가가 나섰다. 나선 이유는 그의 속마음이 멸공산주의(滅共産主義)인지, 멸공화국(滅共和國)인지 멸공(滅公)인지 알 수가 없어서 이다. 공적(公的)이라는 말은 '사사롭지 않고 널리 사회적, 국가적으로 관계되는" 것을 말한다. 내가 싫어하는 것은 철 지난 이념 논쟁으로의 회귀이다. 시대착오적이고 퀴퀴한 색깔론이다. '멸공'을 뒤집으면 '공멸(攻滅)'이다. 대화와 토론으로 타인을 설득하지 못하면서,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는 놀이를 즐기는 정치집단이 집권을 한다면 문제이다. 그들을 일망타진할 기회가 왔다.

개인적으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한 의원의 말처럼, 광장의 민심이 여의도를 이길 것이고, 길거리 민심이 정치공학을 이길 것이기 때문이다. 자발적 참여가 지시동원을 이길 것이고, 기본기가 대본연기를 이길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가 과거 회귀를 이기고, 제대로가 얼렁뚱땅을 이길 것이기 때문이다. 일꾼이 술꾼을 이기고, 실적이 허풍을 이길 것이기 때문이다. 민심은 이렇다. 술자리에서 하는 말이란다. "너 보다 못한 사람을 왜 찍냐?"

어쨌든 나는 신세계 불매 운동에 동참할 생각이다.

그리고 내가 고발하는 것은 사람들은 자신의 거침없는 말과 행동을 용기(勇氣)라고 착각하고, 그런 집단행동을 민주주의(民主主義)의 발판이라고 호도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은 무절제 공화국 같다.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이고 편협하다.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제외하고는, 인간의 언행을 누군가에게 점검 받아야 한다. 그 누군가는 바로 자신이다. 자신의 언행이, 자신의 최선인지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진짜' 민주주의는 한없이 정제된 언행과 집단의 숙고(熟考)를 통해 만들어진 결정을 수용하고 준수하려는 과정이어야 한다. 자신의 주장이 편협한 편견이란 사실을 모르고 말을 쏟아 내는 정치인들이 미디어를 통해, 국민의 정서를 점점 각박하게 만든다.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 승자독식의 1등 숭배 주의, 효율성과 성과 우선의 분위기 속에서 공동체 가치의 훼손
- 안정된 삶을 누리는 일은 바늘구멍을 통과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특권이 되었고 이는 여러 형태로 분화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특권으로 오르는 사다리는 이미 걷어차인 지 오래다.
- 학력과 일자리마저 부의 대물림을 통해 이어지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버린 사회
- 평범한 삶조차 목숨 걸고 도전해서 얻어야 하는 사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공공성과 공화국 정신이 제대로 공유되고 실현될 때 공동체의 희망이 되살아난다고 나는 본다. 구체적으로는, 재벌과 권력자와 정치가들, 그리고 학력을 배경 삼는 이른바 엘리트들의 사적 이해관계를 해체해야 한다. 그리고 개혁이란 공화국 시민의 삶이 가장 먼저 고려되는 정책, 즉 사회 공공성을 구석구석 뿌리 내리게 하는 일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비극과 부조리는 근본적으로 부의 편중,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에서 기인한다. 이 불평등은 공공성을 상실한 극소수 기득권층의 사익을 돕는 수단으로 타락해버린 국가권력의 오용 내지 남용이라는 문제와 연관된다. 그래 필요한 것이 '완전한' 민주 정치의 실현이다. 절차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인 일상에서의 민주주의가 실현되어야 한다. 다소 효율적이지 못하고, 시끄럽다 할지라도. 그리고 경제민주화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완전한 경제적 평등은 하나의 몽상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경제적 불평등이 극심할 경우, 사회 구성원 다수에게 '자유로운 삶'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꼭 알아야 한다.

나아가 불평등한 사회는 국가 폭력 없이는 하루도 유지될 수 없는 야만적인 사회로 전락하게 될 수 있다. 요즈음 일어나는 각종 사건 사고들을 보면 우리는 알 수 있다. 그 경제적 불평등의 결과는 부자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모두가 망한다는 것이다.  이를 피하려면, 공화주의를 강화해야 한다. 나는 공화주의야 말로 다수 시민의 자유로운 삶을 보장하는 유일한 체제이라고 본다. 그런데 공화정의 최대 방해 자는 부의 균형을 완강히 거부하는 부유층의 탐욕이다. 왜냐하면 부의 과도한 격차는 필연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의 격차를 가져오고, 그렇게 되면 귀족과 평민의 평등한 참정권을 전제로 하는 공화주의는 존속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기득권층의 공통점은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공익 내지 국익으로 끊임 없이 위장, 은폐하면서 상습적인 거짓말을 한다. 프랑스대혁명 이전 몽테스키외는 공화주의에서 시민은 "소박하게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녹색평론의 편집장이셨던 고 김종철의 주장도 마음에 와 닿는다. 그에 의하면, 공화주의자는 "고르게 가난하게 살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글이 길어진다. 여기서 멈춘다. 나머지 이어지는 글이 궁금하시면, 나의 블로그로 따라 오시기 바란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벌써 2022년 1월도 10일이나 지나갔다. 세월이 너무 빠르다. 오늘 아침은 '뼈 아픈' 시를 공유한다. 다들 이렇게 산다. 힘들게 산다는 말이다. "양동이 속에 핏물 머금은 뼈"는 핍진하기 이를 데 없는 우리네 삶의 은유로 읽힌다. 그러나 시인은 우리에겐 저마다 어떤 병이 있지만, 서로가 서로의 병을 이해하고 따뜻이 감싸 안아 줄 때 세상은 좀더 살 만한 것이 된다고 말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뼈 심부름/김안녕

엄마는 초등학교 오학년 막냇동생을 뼈다귀 사오라 보냈다
엄마도 나도 기억 못 하는 오래전 이야기

백사십 센티도 안 되는 아이가 노란 양동이 들고
뼈 사러 가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몇 번을 휘청거려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걸까

우리에겐 저마다 어떤 병이 있고

대신 문병 가는 이웃이 있고
대신 병 치르는 사람이 있고
대신 밥 차리는 여인이 있고
대신 뼈를 사 오는 가녀린 아이가 있다

나는 누구의 대신일까
누가 나 대신 황야를 걸어 노을 속으로 심부름 갔을까
누군가 대신 들고 온 양동이 속엔

핏물 머금은 뼈다귀들이 울음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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