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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나는 반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8년 전 오늘 글이에요.

사진 하나, 생각 하나

나는 반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뫼르쏘는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소설 주인공이며 와인 이름이기도 하다.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어쩌면 어제, 잘 모르겠다." 그 주인공 뫼르쏘는 무엇을 하는 것과 무엇을 하지 않는 것 사이에 아무런 가치의 높낮이가 없다. 그의 마음 속에는 우선순위가 없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른 후, 그가 살인을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이유를 잘 알 수 없다. 살인에 대한 그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야말로 우리가 인간이라는 존재를 받아들이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모든 것을 분석하고 해부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인간에 의해 인간을 향한 폭력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행동의 이유를 '너무' 알려고 한다.

그래서 뫼르쏘는 안간 힘을 써서 이 사회에 일부분으로 살아간다는 것,  '이 세상'에 속하기 위해 때로는 온갖 상처를 감내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를 알고 있었다는 듯, 자발적으로 이 세상을 떠난다.

뫼르쏘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남자이다. 그래서 그는 이방인이다. 그는 죽음이 삶보다 더 나을 게 없다는 냉혹한 부조리의 시선 속에서 죽음을 자발적으로 택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아니라, 재판에서의 사형을 받아들인다. 그는 자신의 본성을 속이고 공동체에 억지로 편입되어 생존을 구걸하는 대신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지만 자신이 '온전한 나'일 수 있는 너무도 좁은  죽음의 길을 택했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자유와 해방을 꿈꾸며 속물적 삶의 안정감을 박차고 공동체의 울타리 바깥으로 뛰쳐나가야 한다면, 나는 고독한 뫼르쏘처럼 세상에 반항하겠다.

그러니까 뫼르쏘는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소설 주인공이며 와인 이름이기도 하다.

뫼르쏘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의 와인 이름이기도 하다. 알베르 까뮈는  <이방인>을 쓰면서 이 와인을 자주 마시고 좋아해서 자신의 소설의 주인공을 이 와인 이름으로 하였다고 한다.

프랑스 부르고뉴 <뫼르쏘> 화이트 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