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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춤은 팔과 다리로 쓰는 시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는 <아파트인문학콘서트>에서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인형>의 발레음악과 8 가지 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들레르는 "춤은 팔과 다리로 쓰는 시"라고 말했다. 춤은 움직임을 통해서 아름답게 꾸민 전율을 느끼게 만드는 우아함 그 자체이다. 오늘 아침은 창문으로 찬 바람이 들어온다. 나도 "기다림의 새 못을 쳐야 겠다." 그리고 시인처럼 "겨울의 춤"을 익혀 기억해야 겠다.

아름다운 발레리나의 모습에서, 난 죽은 배우 장자연을 읽었다. 언젠가 손석희 앵커가 말했다. "날아갈 듯 가벼운 매혹의 순간은 물론이고 무대 뒤 고단한 모습의 무희들은 오늘날의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묘하게도 드가의 그림에 등장하는 무희들에게서는 아련한 슬픔과 고통이 묻어납니다." 그것은 화려한 무대 위의 모습과는 다르게 가려진 그들의 삶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 시절의 발레리나들은 주로 빈곤한 집안의 소녀들이었다. 혹독한 훈련과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무대 위에 오를 수 있었지만, 삶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심지어 공연 관람객의 일부는 생계를 미끼로 그들을 성적으로 착취하곤 했다.

드가의 작품 속 무희는, 그저 아름다운 무희가 아니라 고통과 슬픔을 가진 인간의 모습이다. "30~40대가 되어서도 '장자연은 배우다' 라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서른을 앞둔 젊은 연기자의 꿈은 이러했다.

겨울의 춤/곽재구

첫눈이 오기 전에
추억의 창문을 손질해야겠다
지난 계절 쌓인 허무와 슬픔
먼지처럼 훌훌 털어내고
삐걱이는 창틀 가장자리에
기다림의 새 못을 쳐야겠다
무의미하게 드리워진 낡은 커튼을 걷어내고
영하의 칼바람에도 스러지지 않는
작은 호롱불 하나 밝혀두어야겠다
그리고 춤을 익혀야겠다
바람에 들판의 갈대들이 서걱이듯
새들의 목소리가 숲속에 흩날리듯
낙엽 아래 작은 시냇물이 노래하듯
차갑고도 빛나는 겨울의 춤을 익혀야겠다
바라보면 세상은 아름다운 곳
뜨거운 사랑과 노동과 혁명과 감동이
함께 어울려 새 세상의 진보를 꿈꾸는 곳
끌어안으면 겨울은 오히려 따뜻한 것
한 칸 구들의 온기와 희망으로
식구들의 긴 겨울잠을 덥힐 수 있는 것
그러므로 채찍처럼 달려드는
겨울의 추억은 소중한 것
쓰리고 아프고 멍들고 얼얼한
겨울의 기다림은 아름다운 것
첫눈이 내리기 전에
추억의 창문을 열어젖혀야겠다
죽은 새소리 뒹구는 들판에서
새봄을 기다리는
초록빛 춤을 추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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