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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미래를 거머쥐는 방법은 '건너가기'이다.

4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지난 금요일 새통사에서 서보광 교수님의 매우 좋은 강의와 이순석 부장의 그보다 더 잘 정리 한 <강의 후기>를 읽고,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여러 사유들을 정리하였다. 그걸 네 번에 걸쳐 공유하고 있는데, 오늘이 그 세 번째이다. (3)

미래를 거머쥐는 방법은 '건너가기'이다.

예리한 시각의 확보는 예민해야 한다. 문제는 그 예민함은 중요하다는 것이다. 몸이 느끼는 감각의 지평이 확장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예민함이 자기가 싫어하는 것 쪽으로 가면 좋지 않다. 예민함은 좋은 것, 아름다운 것, 위대한 것을 발휘하는 능력이어야 한다. 자기 주위에 벽을 쌓는 쪽으로 그 재능이 쓰여선 안 된다.

후기에 이런 말이 있다. "예리한 시각의 확보는 세상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자신이 어디로 어떻게 가야하는지를 정확히 알게 해준다. 아인슈타인이 말하는 일반상대성이 말하는 공변환을 통하여 우리가 중심을 잃지 않는 생태에서의 변화를 추구할 수 있게 해준다." 생태계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 같다. 나는 아인슈타인의 공변환이라는 말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인문학적으로는 중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같다. 이건 우리 모든 영역의 삶에서 밑천이 되는 것이다.  중심 이야기만 나오면 외우는 문장이다.

"인심유위(人心惟危)하고,  도심유미(道心惟微)하니,  유정유일(惟精惟一)하고, 윤집궐중(允執厥中)하라." 사람의 마음은 위태롭다. 즉, 금방 이랬다 저랬다 하며, 조금 있으면 또 바꾸고 바뀐다. 그래서 위태롭다. 반면 도(道)의 마음은 사람 마음의 반대다. 그래서 아주 미미하고, 동요됨이 없다는 뜻이다.

마음이 흔들릴 때 마다, 내가 노래처럼 외우는 구절들이다. 얼마만 벌면 그만 해야지 해놓고 마음이 금방 변한다. 그만큼 인간마음은 보 잘 것 없고 위태롭다는 뜻이다. 그래서 오직 순수하고 오직 한결같이 초발심(初發心)으로 정월 초하룻날 먹은 마음 섣달 그믐날까지 가야 된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도심(道心)은 유약하기 때문에 잘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아주 약하고 미미하고 작다. 도라는 것은 마음을 깨닫고 천지의 마음을 얻고 천지와 하나되는 것은 그만큼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는 뜻이다. 그래서 윤집궐중, 도를 닦고 중(中)을 잡기 위해서는 인간의 그 위태로운 마음을 벗어나 초월하여 도를 이루어서 일편단심으로 한결같이 하라는 이야기이다.

요즈음은 변화가 상수인 시대이다. 이때 말하는 변화는 흔히 외부로부터 우리에게 주어지는 환경 변화이다. 그러나 사람은 그런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는 삶의 원칙과 원리가 있다. 물질적 풍요와 성공의 맹목적 추구보다는 그 이전에 자신만의 삶의 원칙과 원리로 매일매일의 일상을 쌓아간다면 그 풍요와 성공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혁신과 공진화를 위한 변화를 이야기 하지만, 우리의 삶 속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게 고전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고전을 읽으며 '건너가기'를 하는 것도 일종의 여행이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아침 사진은 늘 걷는 탄동천에서 흐린 날 찍은 것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데미안>) 한 번 진짜 삶을 살아보고 싶은 사람은 언제나 한 세계를 깨뜨리면서 '다른 세계'로 진입하여야 한다.

여행 / 박경리

나는 거의 여행을 하지 않았다
피치 못할 일로 외출해야 할 때도
그 전날부터 어수선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어릴 적에는 나다니기를 싫어한 나를
구멍지기라 하여 어머니는 꾸중했다
바깥 세상이 두려웠는지
낯설어서 그랬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나도 남 못지 않은 나그네였다
내 방식대로 진종일 대부분의 시간
혼자서 여행을 했다
꿈속에서도 여행을 했고
서산 바라보면서도 여행을 했고
나무의 가지치기를 하면서도,
서억서억 톱이 움직이며
나무의 살갗이 찢기는 것을,
그럴 때도 여행을 했고
밭을 맬 때도
설거지를 할 때도 여행을 했다.

기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혹은 배를 타고
그런 여행은 아니었지만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는
그런 여행은 아니었지만
보다 은밀하게 내면으로 내면으로
촘촘하고 섬세했으며
다양하고 풍성했다

행선지도 있었고 귀착지도 있었다
바이칼 호수도 있었으며
밤하늘의 별이 크다는 사하라 사막
작가이기도 했던 어떤 여자가
사막을 건너면서 신의 계시를 받아
메테르니히와 러시아 황제 사이를 오가며
신성동맹을 주선했다는 사연이 있는
그 별이 큰 사막의 밤하늘
히말라야의 짐진 노새와 야크의 슬픈 풍경
마음의 여행이든 현실의 여행이든
사라졌다가 되돌아오기도 하는
기억의 눈보라
안개이며 구름이며 몽환이긴 매일반
다만 내 글 모두가
정처 없던 그 여행기
여행의 기록일 것이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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