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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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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가리지 않는다. 2724.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5월 18일)어제도 말했던 요한 하리의 책 >에 따르면, 책이 아니라 화면으로 글을 볼 때 사람들이 내용을 훨씬 적게 기억하고, 대충 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분명한 건 인터넷으로 글을 읽을 때 팝업처럼 튀어나오는 광고나 뉴스에 간섭을 받으면 집중력이 부서진다는 것이다. 특히 알고리즘 때문에 범죄, 주식 폭락, 정치 스캔들 같은 분노와 불안을 자극하는 기사가 더 눈에 띄다 보니 세상이 양극단으로 나뉘어 갈등하는 모습이 더 부각된다. 이 책을 읽다가 다른 의견을 가진 타인에 대한 공감이 급속히 줄어든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소설을 많이 읽을수록 사람들의 감정을 잘 읽는다는 연구 결과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비소설 독서가 정보를 얻는 데 용이하지만, 공감 능..
사유의 시선을 높이면, 우리는 삶을 운용하는 실력도 좋아진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5월 15일) 나는 스승의 날마다, 소환하는 문장이 있다. "학위인사(學爲人師) 행위세범(行爲世範)"이다. '학문은 다른 사람의 스승이 되어야 하고, 행실은 세상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공자가 사랑했던 제자 안회의 삶을 묘사했던 말로 알려져 있다. 북경사범대학의 교훈이기도 하다. 내가 나온 사범대학의 '사범(師範)'의 어원이다. 좀 더 현대식으로 해석하면, '배워서 남의 선생이 되고, 배운 바를 실천하여 세상의 모범이 되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나도 실천하고 싶다. 교육자는 학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행실에 있어 모범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말이라 생각한다. 인성(人間性)을 갖추지 못한 교사가 나가면 지식 전달자이지 선생이 아니다. 말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우리는 봄비를 '먼지잼' 또는 '는개비'라 부른다.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내가 아는 곡인무영 스님의 담벼락에서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을 만났다. "나는 오늘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어" "대신 … 애써 해" 콩나물을 다듬으시면서 할머니가 하신 말이라 한다. 그래 실 같은 봄비가 내리는 한적한 월요일 오후였던 어제, 나는 황산벌에 있는 선배님의 별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각자 와인을 한 병 씩 가지고 와, 주님을 모셨다. 밭둑의 검은 비닐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귀를 간지럽게 했다. 황산벌은 논산시 연산면 산양리 일대이다. 영험한 계룡산 줄기가 연이어 둘러싸고 있다 하여 연산(連山)이라 부른다. 우리는 봄비를 '먼지잼' 또는 '는개비'라 부른다. 겨우 먼지가 날리지 않을 정도의 비라는 표현이다. 안개비보다는 조금 굵고 이..
'포공구덕(蒲公九德)' 4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집 주변 햇볕이 잘 드는 공간에는 여지없이 민들레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어느덧 노란 꽃이 보이더니 이제는 탐스러운 씨방들이 제법 보인다. 민들레 씨앗은 바람만 잘 만나면 100km를 날아갈 수 있다. 씨앗과 씨앗은 머리카락보다 가는 줄로 서로를 붙잡고 있다가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이제 바람의 힘을 빌려 민들레 씨앗은 ‘제2의 탄생’을 꿈꾼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사진처럼, 민들레 씨방에서 마지막까지 가는 실로 연결되어 버티던 씨앗들이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위해 길을 떠나고 있다. 나도, 민들레 씨앗처럼, 어디선가 희망의 바람이 불어와 나를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데려다 주었으면 하고 바랬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
누구에게나 ‘빚 감정’이 있다.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누구에게나 ‘빚 감정’이 있다. 어떤 부채는 평생을 두고 갚아도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살아 있음이 죄가 돼서 빚은 그 크기를 자꾸 늘린다. 늘 삶의 가장자리로만 조심히 걸었다. 그 날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고인다. 신은 죽었고, 하나님은 거리의 죽은 얼굴들 속에서만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 (김준태 시인) 그 때 난 대학교 3학년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SbLhf7n2bE 바위섬/배창희 작사·작곡 김원중 노래 파도가 부서지는 바위섬 인적 없던 이곳에 세상 사람들 하나 둘 모여들더니 어느 밤 폭풍우에 휘말려 모두 사라지고 남은 것은 바위섬과 흰 파도라네 바위섬 너는 내가 미워도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해..
소설을 많이 읽는 사람은 오래 산다. 2722.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5월 17일)독서가 동영상 시청보다 인지능력 향상에 더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책 대신 유튜브 보는 습관이 들면 당장은 단순 명료하게 가공된 지식을 얻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장기적으론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자칫하면 궁금한 주제를 짧고 흥미롭게 만든 영상만 골라 보고, 그마저 메뚜기 뛰듯 띄엄띄엄 보거나 ‘세 줄 요약’에만 익숙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세상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단순화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은데 영상 제작자가 주관적으로 편집한 지식에 길들여지면 흑백 논리에 잘 휘둘리고, 가짜 정보에 대한 분별력도 떨어지기 쉽다. 독서는 시간이 걸리지만 그 정도 노력을 들여야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우리에게 준다. 얼마 전 발표된..
신록이 초록으로 짙어 가며, 자연의 풀잎들은 현재에 안주하는 법이 없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5월 14일) 제25장의 ""大曰逝, 逝曰遠, 遠曰反(대왈서, 서왈원, 원왈반)", 말 그대로 하면, '큰 것은 가게 되고, 가면 멀어지고, 멀어지면 되돌아 온다'는 문장을 설명하면서, 도올 김용옥은 "노자의 언어는 대(大, 큼)에서 '반(反)으로 끝난다. 시작과 끝이 없다"고 요약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모든 것이 원초의 시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것은 유대교, 기독교적인 특수한 사유의 소산일 뿐"이라는 거다. 그러면서 "역사는 진보하지 않는다(History does not progress)"고 했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본다. "역사가 진보한다는 것은 역사 그 자체가 불선(不善)에서 선(善)으로 나아간다는 것인데 이것은 가당치 않은 독단(獨斷)..
삶의 달리기에서도 단출함, 즉 단순한 삶이 필요하다.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 오늘 아침은 욕심(慾心) 이야기를 한다. 에리히 프롬은 "욕심은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을 소진 시키는 바닥 없는 구멍"이라 했다. 배철현 선생은 욕심을 "만족을 모르는 채 헛것을 갈망하는 괴물"이라 했다. 그러면서 배 선생은 "성공한 사람"이란 "스스로에게 만족할 줄 아는" 사람, "자신에게 만족스러운 한 가지를 찾았거나 찾는 과정에 있는 사람이며,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또한 이러한 성공의 방해꾼을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보았다. 첫 번째 방해꾼은 부러움이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수렴을 한 적이 없고, 자신을 우주 안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로 대접하지 못하는 사람은 대개 남을 부러워 한다.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