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일주일만에 밭에 갔다. 아카시아, 찔레꽃 그리고 온갖 풀꽃들이 반겨주었다.
상추도 키가 쑥 자랐다. 오고 가는 길에 건들거리며 혼자 즐겼다.
어린이 날인데, 어린이가 없어 혼자 논다.
혼자 논다/구 상
이웃집 소녀가
아직 초등학교도 안들어 갔을 무렵
하루는 나를 보고
ㅡ 할아버지는 유명하다면서?
그러길래
ㅡ 유명이 무엇인데?
하였더니
ㅡ 몰라!
란다. 그래 나는
ㅡ 그거 안좋은 거야!
하고 말해 주었다.
올해 그 애는 여중 2학년이 되어서
교과서에 실린 내 시를 배우게 됐는데
자기가 그 작자를 잘 안다고 그랬단다.
ㅡ 그래서 뭐라고 그랬니?
하고 물었더니
ㅡ 그저 보통 할아버진데, 어찌보면
그 모습이 혼자 노는 소년 같아!
라고 했단다.
나는 그 대답이 너무 흐뭇해서
ㅡ 잘 했어! 고마워!
라고 칭찬을 해 주고는
그날 종일이 유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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