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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어깨와 허리를 펴고, 당당하게 똑바로 앉고, 서거나 걷는다'

인문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9월 19일)

지난 주 금요일에 이어, 조던 B.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12 rules for life)>> 중 첫 번째 규칙, '어깨와 허리를 펴고, 당당하게 똑바로 앉고, 서거나 걷는다'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서열 구조 이야기를 더 한다. 서열이 낮은 바닷가재의 세로토닌(신경 화학물질) 수치는 비교적 낮은 편이다. 서열이 낮은 인간 역시 그렇다. 세로토닌 수치는 패배할 때마다 더 낮아진다. 세로토닌 수치가 낮다는 것은 자신감이 없다는 뜻이고, 스트레스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뜻이다. 육체적으로 더 힘들다. 서열구조가 낮을수록 수시로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런 사건은 대부분 좋지 않은 일이다. 인간이나 갑각류나 세로토닌 수치가 낮으면 행복감이 떨어지고, 고통과 불안이 증가하며, 질병에 걸릴 위험도 커지고, 오래 살 확률이 낮다.

서열 구조 상위 집단은 세로토닌 수치가 높고, 질병과 고통을 겪을 확률이 낮으며, 수명도 길다. 절대 소득이나 음식물 섭취량 등 다른 변수가 같아도 서열과 세로토닌 수치에 따라 양상은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서열 구조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서열이 높으면, 남성의 경우 구성원들이 환심을 사려고 경쟁할 것이고, 마음에 드는 배우자를 만날 확률도 높다.  그리고 여성의 경우도 현재의 위치를 유지하거나 더 높은 지위로 올라가기 위해 치열하고 무자비하게 경쟁한다. 흥미로운 것은 여성은 폭력을 쓰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 대신 경쟁자를 하찮은 존재로 만들 수 있는 언어적 속임수와 전략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여성은 상대적으로 언어 기술에 능하다.

우리가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서열을 차지하고 있는지 정확히 추적하고 관찰하는 장치가, 생각과 감정이 감지하지 못하는 인간의 뇌 가장 깊숙한 곳에 있다.  그 장치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대우를 받는지 관찰한다. 그렇게 수집한 증거를 근거로 뇌는 우리의 가치를 결정하고, 우리에게 지위를 부여한다. 그러나 그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수면과 식사가 불규칙할 때 그렇다. 특히 같은 시간에 잠을 깨는 습관이 중요하다. 그리고 지방과 단백질이 풍부한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괴롭힘을 당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싸울 '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인의 세계에서는 이런 힘의 차이가 없어진다. 체격이 어느 정도 비슷해 진 이유도 있지만, 성인이 된 후 물리적인 위해(危害)를 가하는 사람은 엄한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괴롭힘을 당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맞서 싸울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초기부터 단호히 거부하고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 가해자는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행동에도 제약을 받는다. 폭력성은 한 번 나타나면 거침없이 확대되는 특성이 있다. 능력이 없고 힘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자신의 영역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 역시 쉽게 착취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우리가 느끼는 억울함은 다름 아닌 화가 난 상태이다. 화가 난다는 것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신호이다.  그 때는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더라도 말 로라도 자신의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 상황은 끊임없이 바뀐다. 만약 우리가 축 늘어진 자세로 다니면, 사람들은 우리를 지위가 낮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도 자신의 서열 순위를 낮게 평가할 것이다. 그러면 뇌에서 나오는 세로토닌의 양이 줄어든다. 행복감이 떨어지고, 불안감과 슬픔은 커진다. 상황이 끊임 없이 바뀌듯, 우리도 변할 수 있다. 일단 하나를 얻는 데 성공했다면,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예를 들어 몸짓 언어 변화에 따른 심리 변화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감정은 대체로 몸으로 표현되고, 그 표현 때문에 증폭되거나 줄어들 수 있다. 우리는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울다 보면 슬퍼지고, 기분이 좋아서 웃는 게 아니고, 웃다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사회적인 영역에서도 그렇다. 자세가 나쁜 사람들은, 예를 들어 가슴을 웅크리고 고개를 숙인 채 다니는 이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왜소하고 자신감 없는 것으로 보일 뿐 아니라, 자신도 의기소침하고 무기력한 느낌이 들게 된다. 문제는 주변 사람들 반응 때문에 무력감이 더욱 증폭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세와 겉모습으로 상대를 평가한다. 따라서 패배자의 자세를 하고 있으면 사람들도 우리를 패배자로 취급한다. 반대로 허리를 쭉 펴고 당당한 자세를 하고 있으면 사람들 역시 우리를 다르게 보고 그것에 맞게 대우한다.

여기서 몸을 똑바로 하라는 말에는 정신 역시 똑바로 하는 요구가 들어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똑바로 선다'는 것은 존재의 부담을 자진해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우리가 삶의 요구에 발적으로 응답하면 신경계가 완전히 다른 식으로 반응한다. 잘적인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재앙 앞에서 얼어붙지 않고 적극적 도전하게 된다. 더 높은 서열을 차지하기 위해 당당하게 앞으로 나서고, 자신의 영역을 지키고 키우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다시 한 번 더 말한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선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것들을 의미한다.
① 두 눈을 크게 뜨고 삶의 엄중한 책임을 다하겠다.
② 혼돈을 질서로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
③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인간의 유한성과 죽음을 모르던 어린 시절의 낭만이 끝났음을 인정하겠다.
④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현실을 만들기 위해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겠다.
⑤ 방주를 지어 홍수로부터 세상 사람들을 지키고, 폭정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이끌고 사막을 건너겠다. 안락하고 편안한 집을 떠나겠다는 뜻이고, 과부와 어린아이를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예언을 전하겠다.
⑥ 옳은 것과 편한 것이 충동하는 지점에서 십자가를 짊어지겠다.
⑦ 폭압적이고 엄격해서 죽은 것과 다름 없는 질서를 원래의 출발점인 혼돈으로 되돌리고, 그 결과로 닥치는 불확실함을 견뎌 냄으로써 궁극적으로 더 의미 있고 더 생산적이고 더 좋은 질서를 만들겠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자세부터 반듯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면 세로토닌이 신경회로를 타고 충분히 흐를 것이고 그러면 두려움도 사라질 것이다. 그 결과 자신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유능한 실력자라고 생각하게 된다. 최소한 그 반대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긍정적인 반응 덕분에 불안감이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그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남길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그 결과 우리에게 좋은 일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지고, 실제로 좋은 일이 생기면 자신감도 커진다.
① 구부정하고 웅크린 자세를 당장 버려라.
②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라.
③ 바라는 것이 있으면 그런 권리를 가진 사람처럼 당당하게 요구하라.
④ 허리를 쭉 펴고 정면을 보고 걸어라.
⑤ 좀 건방지고 위험한 인물로 보여도 괜찮다.

그러면 자신감과 용기를 찾은 우리는 자신의 약점과 강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좁고 험한 길이라고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삶에서 피할 수 없는 무거운 짐을 기꺼이 짊어지면서도 그 속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삶의 지혜이자, 규칙이다. 어깨와 허리를 펴고, 당당하게 똑바로 앉고, 서거나 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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