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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관계가 힘들면 사랑을 선택하라!"

스토아 철학자이자 정치가였던 세네카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간다. 그는 친구 루킬리우스에서 <<도덕적 편지들>>이라는 편지를 보냈다. 그는 네로 황제와의 불화로 자신에게 죽음이 다가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편지들은 루킬리우스에게뿐만 아니라 인생의 안목을 구하는 우리에게 보내는 그의 유언장이다. 이 <편지-12>에서 인생의 황금기, '노년'에 관한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세네카는 최근 자신의 별장을 방문한 이야기로 글을 시작한다.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가 별장 보수로 많은 돈을 지불한 것을 지적한다. "주위를 돌아보니, 나는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다는 증거들을 봅니다. 최근 나는 시골에 있는 별장을 방문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허물어져 가는 건물에 많은 돈을 지불한 것에 관리인에게 뭐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내 별장의 비참한 상태는 자신의 무관심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모든 조치를 다 취했습니다. 다만, 그 집이 너무 오래됐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세네카는, 이 말을 듣고, 자신의 처지를 생각했다. 현자는 일상의 사소한 사건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오래된 건물과 같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인가를 숙고하였다. 관리인의 반박할 수 없는 주장을 듣고, 세네카는 자기 삶의 마지막 구간인 노년에 자신이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숙고한다. 그는 노년을 농익은 탐스러운 과일과 비교한다. 과일은 잘 익었을 때, 가장 맛있다. 마찬가지로 인생의 가장 매력적인 순간은 젊음에서 노년으로 향하는 그 마지막 순간이라고 여겼다. 세네카는 삶의 마지막 구간인 노년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인생은 내려가는 비탈길에 가장 신이 난다. 그 길이 아직 갑작스러운 퇴장(죽음)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네카는 갑작스러운 퇴장, 즉 죽음이 인생의 즐거운 구간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죽음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이 퇴장을 다시는 일어날 수 없는 잠으로 해석한다. 그는 운명이 그에게 정해준 여정을 마칠 때, 기쁜 마음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외치고 싶다고 말한다. "나는 (이렇게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 나는 매일 아침 일어나 하루를 덤으로 선물로 받아왔다."

세네카는 우리 모두가 매일 아침 맞이하는 하루를 '덤으로 받는 선물'이라고 말한다. 나도 아침마다 이렇게 생각한다. 최근에는 여러 가지 일들이 한꺼번에 밀려와 좀 길을 헤맸다. 아침 글쓰기도 소홀했다. 오늘 아침 글은 세네카에 대한 많은 정보들은 배철현 교수의 <매일 묵상>을 읽으며 모아 두었던 것들이다. 배철현 교수는 "나이가 듦은 죽음이 가까이 왔다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그저 그렇게 보이던 사소한 것들이 특별하고 소중하게 보이는 지혜를 작동시키라는 신호다"라고 말했다.

배교수는 자신의 <묵상> 글에서 자주 이렇게 말한다. 운이 좋은 인간은 부모와 사회로부터 '괜찮은' 교육을 받은 후, 자신 개선이 자신 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그리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위한 최선이란 사실을 깨닫는다. 그런 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소홀히 여기는 사람은, 자신을 개선하는 수고보다는, 제어할 수 없고 만족을 모르는 욕망의 노예로 살거나, 타인의 인정을 받으려고 안달하며 연명한다. 나는 어떤 가?

현대의학의 획기적인 발전 덕분에, 인류는 장수를 누리게 되었다. 철학자 김형석은 인생을 세 시기로 구분한다. 첫 30년은 사회에서 활동하기 위한 자기교육, 그 후 30년은 가족의 생계와 사회를 위해 봉사, 그리고 60세 이후의 삶을 자신을 위해 진정한 투자라고 말한다. '인생은 육십 부터'라는 말이 있듯이, 60세는 자신을 위한 삶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배교수에 의하면, 지혜는,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간접 정보'가 아니라, 자신의 삶, 특히 희로애락을 통해 자신의 몸에 체득한 '직접정보'이다. 책을 달달 외워 배우는 사람은 타인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싶어한다. 그는 타인과 경쟁한다. 이제는 그런 교육의 가치가 떨어졌다. 인터넷 공간에는 무한한 지식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 사람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지식의 깊이다. 지식의 가장 심오한 경지는 안목이며 지혜다.

"인간이 지혜롭다는 말은 무엇인가? 어떤 사람이 안목을 지닌 것을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안목은 하루에서 우리가 수없이 마주치는 사물과 사람,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 내는 상황을 허투루 흘려 보내지 않는다. 그것들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우리가 사물을 소중하게 여기면, 그것을 아끼고 절약하고 감사한다. 우리가 사람을 소중하게 여긴다면, 그(녀)를 자신의 기분과 욕망대로 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 그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모색한다. 이런 모색이 사랑과 자비다."(배철현) 오늘도 나는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과 자비로 대할 생각이다. "관계가 힘들면 사랑을 선택하라!"는 헨리 나우웬의 말을 잊지 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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