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말하고 싶은 것은 한국 사회의 도를 넘는 소비주의 문제이다. 온통 소비만 강조한다. 소비를 해야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가 발전하고, 잘 사는 나라가 된다는 논리가 우리 사회에 지배적이다. 소비주의와 물질주의 논리가 지배적이다. 생태적 상상력, 환경 윤리 의식을 찾아 보기 어렵다. 야수 자본주의가 판을 친다.
성에 대한 죄책감 문제도 소비주의 문제로 접근할 수 있다. 우리는 성을 나쁜 것, 비도덕적인 것으로 악마화 하거나 부끄러운 것으로 은폐한다. 그러니 성에 대해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김누리 교수는 독일의 성교육을 소개했다. 흥미로운 것은 성교육의 첫 번째 원칙이다. "성과 관련해서 절대 윤리적 평가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성은 생명과 관계되고 인권과 관련된 중요하고 예민한 영역이므로, 성과 관련하여 충분한 책임 의식을 갖도록 가르쳐야 하지만, 그렇다고 성을 악마화해서 아이들의 내면에 죄의식이 생기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서 독일에서 성 범죄에 대해서는 우리 보다 훨씬 더 엄한 처벌이 내려진다고 한다.
김교수가 소개한 아도르노의 다음 말이 나에게도 많은 통찰을 주었다. "민주주의의 최대의 적은 '약한 자아'이다." 그러니까 약한 자아를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진 공동체는 민주주의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내 평소 지론이 '위대한 사회는 위대한 개인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하려면 구성원 하나하나가 강한 자아를 가진 성숙한 시민이 되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강한 자아는 주체적이고 자유롭고 독립적인 자아로 나는 해석한다. 김교수는, 이를 위해, 학교에서 우리는 학생들을 강한 자아를 가진 학생들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교수에 의하면, 그런 측면에서 독일에서의 성교육은 가장 중요한 정치교육으로 여긴다고 한다.
이 주장을 이해하려면 프로이드의 이론을 알아야 한다. 프로이드에 따르면, 자아, 에고(ego)는 수퍼에고(super ego)와 리비도(libido) 혹은 이드(Id) 사이에 있는 존재이다. 사회적 규범이나 도덕을 의미하는 슈퍼 에고와 본능과 충동의 세계인 리비도 혹은 이드 사이에서 흔들리고 동요하는 불안한 존재가 바로 에고이다. 그런데 자아, 즉 에고가 형성되는 시기는 곧 리비도가 발현되는 시기이다. 바로 이때 인간은 처음으로 리비도와 슈퍼 에고 사이에서 분열된 에고를 체험하게 된다. 그리고 리비도는 자연적인 현상이므로 인간이 일정한 나이가 되면 이런 생물학적 충동을 느끼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거다. 성의 본능에 대해 억압적인 사회일수록 슈퍼 에고가 리비도를 윤리적으로 공격하고 '악마화'한다. 쉽게 말해, 성적 본능을 사회적으로 억압하고, 윤리적으로 나쁜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그렇다.
문제는 리비도를 공격하면 리비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에고가 점점 더 강한 죄의식을 내면 화한다는 것이다. 이 죄의식이 정치적인 의미를 갖는다. 내 안에 살아 있는 것을 악으로 공격하면, 인간의 자아는 죄의식을 내면 화할 수 밖에 없다. 깊은 죄의식을 내면 화한 인간일수록 권력에 굴종 적인 인간이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성 정치학'이 탄생한다. 죄의식을 지닌 자아는 약한 자아이다. 따라서 강한 자아는 심리학의 문제에서 정치학의 문제로 넘어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강한 자아는 성교육과 깊은 관련을 갖는다. 성적 본능을 다루는 방식이 자아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요약하면 인간의 성을 억압하면 할수록 그 개인은 권력에 굴종 적인 인간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권위주의 성격' 이론이라 한다. 이해 하기 어렵지만, 다시 요약하면, 민주주의 는 강한 자아를 가진 개인을 전제로 하는데, 그런 개인은 권위주의적 성격을 극복한 개인이어야 한다. 그런 개인은 바로 올바른 자아 교육, 즉 성교율들 통해서 길러진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권위주의적 성격 이론에 따르면, 성교육은 가장 중요한 민주주의 교육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유럽은 성교육을 강조한다. 그러니 독일에서의 성교육은 가장 중요한 정치교육으로 여긴다고 말이 이해된다.
자아를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고 죄의식을 내면 화하면 권위주의 적인 성격의 인간이 된다. 그 뿐만 아니라, 그런 인간은 자아가 약하다. 죄의식에 짓눌린 그런 약한 자아는 부당한 권력이 압박할 때 이에 맞설 내적 자아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성에 대한 억압이 자아를 약화 시키고, 약화된 자아는 권력에 굴종한다. 여기서 독일의 성교육 첫 번째 목표가 '성을 윤리적으로 비판하는 않는다'는 것, 즉 성을 악마 화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라는 말을 이해하겠다. 학교에서 성은 생명과 관련된 문제이고, 동시에 인권과 관계된 민감한 영역이기 때문에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가르치지만, 결코 윤리적으로 악마 화하지는 않는다. 68혁명이 없는 한국의 상황, 그 세 번째 특징 이야기는 다음 주 월요일로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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