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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자제력 없음", 또는 "방탕"

아리스토텔레스의 대표작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아들에게 들려 주는 '행복해지는 법'이다. 나코마코스가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아들 이름이다. 치 책에서 말하는 행복이 비결은 중용이다. 과도하면 더 이상 미덕이 설 자리가 없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가 꼽은 사람의 가장 나쁜 품성이란 "자제력 없음", 또는 "방탕"이다. 이를 '아크라시아(akrasia)'라 한다. 이 말은 '힘'을 뜻하는 '크라토스(Kratos)'에 '박탈'을 뜨샇는 접두사 '아(a)'가 붙어서, 누군가를 통제하고 지배할 수 있는 '힘이 없음'을 가리키며, '자제력 없음'을 의미한다. 반재를 엔크라테스(enkrates)라 한다.

'아크라시아'는 자신에 최선의 행동이 무엇인지 알면서 이에 반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건 대개 무지로부터 비롯된 행동이 대부분이다. 누구든지 그 일이 좋은 것인 줄 알면, 행한다. 행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좋은 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알면서도 행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제력이 없어서 가 아니라, 그가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알면서도 행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몰랐기 때문에 행하지 않는 거다.

"자기가 현재 하고 일보다 다른 것이 더 좋으며, 또 실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거나 생각한다면, 어떤 사람도 (현재 하는) 그 일을 계속하지 않을 거다."(플라톤, <<프로타고라스>>) 그러니까 모든 윤리적인 문제는 의지나 자제력의 문제가 아니라, 참된 지혜(sophia)와 지식의 문제이다. 그러니까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러나 공부의 양보다 중요한 것이 '방향'이다. 그러니까 문제는 '얼마나'가 아니라, '어떤' 공부를 하느냐 이다.

2022년 대선 후보로 나온 일부 정치가들이 제대로 알기만 한다면, 제대로 행할지도 모른다. 그들이 제대로 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스스로 안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니까 먼저 올바른 행동을 위해서는 알아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앎은 학문적인 인식(episteme)과 기술적인 지식(techne)과는 다른 실천을 위한 지혜(phronesis)와 관련되어 있다. 실천적 지혜란 특정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무엇이 좋고 나쁘며, 유익하고 해로운가를 판단하는 일과 올바른 의견을 형성할 줄 아는 것과 관련된다. 이것이 없다면, 누구나 아크라시아에 빠질 수 있다. 아크라시아에 빠진 '자제력이 없는 사람'은 자기가 하는 행동이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감정(pathos) 때문에 그것을 하는 반면, 자제할 줄 아는 사람(enkratos)은 자기가 품은 욕구가 나쁘다는 것을 알면, 이성에 의해 그것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다.

그래 최근에  계속되는 코로나-19나 무더위보다, 사회적 분위기가 더 심각하다. 그래 몇몇 정치가들은 국민들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지 정말로 올바른 일이 무엇인지 공부를 하고 나왔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멈추어야 한다. 적어도 몽떼뉴의 <<수상록>이라도 정독을 했으면 한다. "한 마리 준마의 힘은 그 말이 적당한 때에 딱 정지할 수 있는가를 보는 것으로 밖에는 더 잘 알아볼 것이 없다. 분수 있는 사람들 중에도 줄기차게 말하다가 그만 끊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을 본다."(몽떼뉴, <<수상록>>) 노자도 말했다.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知止不殆, 지지불태)라고 말이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 본다. "정치는 쉬워 보이지만 쉽지 않다. 우리가 축구를 보는 안목은 프리미어 리그지만, 실력은 동네 축구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성한용) 뭐든 오래해야 잘하는 법이다. "정무 감각은 모든 사안을 선거 유불리로 계산하는 얄팍한 능력이 아니다.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관심이요,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는 애국심이다."(성한용) 그런데 선거 유불리로 '막말'을 하고, 네거티브 공략을 한다. 보는 국민들은 속상하다.

그런 측면에서 몇 대선후보는 자격미달이다. 그런데 더 속상한 것은 그 자격 미달 후보들에게 몰려드는 국회의원들이다. 정치 문외한을 정치 지도자로 받드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우습다. 어떤 캠프의 모습에서는 먹을 것 보고 본능적으로 달려드는 동물들의 냄새가 난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이들의 잔치가 벌어질 것이다.

"좋은 정치인은 갑자기 솟아날 수 없다."(김택근, 시인, 작가) 정치는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정치인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 나쁜  정치는 민중의 삶을 피폐시키고 역사를 후퇴시킨다. 그래서 정치인은 시대정신과 균형감각을 지녀야 한다. 이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부단히 민심을 살피고 현실을 직시해야 가능하다.

시인다운 멋진 표현이다. "차를 오래 몰다보면 운전은 머리가 아닌 몸 전체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치도 그럴 것이다. 노련한 정치인은 현안을 머리로만 이해하지 않는다. 가슴으로 느낀다. 정치인은 물음에 답을 하기 전에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그 배경을 살핀다. 답은 있으되 세상일에는 정답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인은 최선을 찾되 최선에 이르기 어려우면 차선을 선택한다.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면 차악을 모색한다."(김택근)

몇몇 대선 후보는 왜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소양과 식견은 날것 그대로여서 비린내가 진동한다. 실언과 망언은 듣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이다. 이를 나무라면 정치를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으니 부족한 면은 차차 채워가겠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속성 과외로는 결코 시대정신과 균형감각을 체득할 수 없다. 정치는 여기(餘技)가 아니다. 국운을 좌우하는 숭고한 기술이다. 그리고 국민은 실험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냉소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럴수록 정치를 무조건 증오해서는 안 된다. 정치가 더럽다고, 정치인이 썩었다고 정치판에서 눈을 떼면 더 나쁜 정치인들이 활개를 친다. 좋은 지도자를 원한다면 부드러운 후원자, 매서운 감시자가 돼야 한다. 왜냐하면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인이 나쁜 정치를 해도 그것들을 바로잡는 일은 역시 정치를 통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좋은 정치인은 갑자기 솟아날 수 없다.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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