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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행복은 풍선 같으면 안 된다.

자신이 되지 못하게 하는 상황에 놓이면, 우리는 불행하다고 느낀다. 실제로 자기 자신이 될 수 없게 되면 우리는 불행하다. 그리고 자신이고 싶은 자신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안다 할지라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신의 삶, 아니 자신의 인생이 있을 수 없다. 외부의 자극이나 환경에 의해 나의 행복이 영향을 받는다면, 나는 불행하다. 그러니까 불행이란 자신의 행복을 유지할 수 없고 휘둘리는 상태이다. 나만의 '맞춤형 행복'이 필요하다. 만일 행복을 내가 조절할 수 없고, 내가 개선할 수 없는 외부에 있다면, 나는 영원히 불안과 초조 안에서 헤매며 살게 될 것이다.

행복은 풍선 같으면 안 된다. 행복은 비바람이 도달할 수 없는 내 마음 속에 고요히 존재한다. 삶 속에서는 항상 문제의 연속이다. 이 연속적인 사건들에 일희일비하는 경솔한 마음과 반응이 불행이다. 행복은 내가 조절할 수 없는 것에 기대지 않는 것이다. 자신이 짧은 인생동안 반드시 성취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고 그것에 온전히 몰입하는 일상의 수련이 행복이다.

조심해야 할 일은 행복을 환경이 가져다 주는 상품만으로 본다면, 불행하다. 자신의 행복을 방해하는 존재는 제거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자신이 해야 할 한 가지를 숙고를 통해 발견하는 자는 언제나 부자이다. 그는 미래에 이룰 자신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자신을 숙고(熟考)한 적이 없고, 행복을 자신이 아닌 외부에서 찾아 경쟁에 몰두하는 사람은 항상 가난하다. 그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자신의 소유에 만족하지 않기 때문에 가난하다. 그 뿐만 아니라, 그는 자신을 독립적이고 고유한 존재로 보지 않고, 타인과의 가치를 비교한다. 그런 사람은 늘 타인을 부러워 한다.  부러움은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지 못할 때,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헛된 바램으로 정의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부러움이 시간이 흐르면, 시기(猜忌)로 변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고유함을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는 행위가 대개 시기이다. 시기하는 사람은 자신이 내뿜는 나쁜 기운으로 자신도 죽게 된다. 그건 풀의 향기와 다르다.

살면서 나만의 "맞춤형 행복"을 만들 필요가 있다. 조연경 작가가 든 예는 이런 식이다.

"음향 시스템이 완벽한 대극장에서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을 감상할 때 행복하다. 그런데 현실은 육아와 살림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아직 미혼으로 나이에 맞는 자유를 누리는 친구를 보며 너무 일찍 결혼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며 우울증에 걸릴 것인가? 집에서 오디오로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을 들으면 된다. 오디오를 살 때 좋은 소리를 위해 조금 호사를 부려도 괜찮다." 나도 그렇게 산다. 최근 Youtube로 원하는 음악을 거의 다 들을 수 있어 행복하다.

"하필이면 아르바이트를 이름 있는 리조트 앞 편의점에서 하게 되었다. 또래들이 신나게 여름휴가를 즐기는 걸 바라보며 삼각김밥과 우유로 점심을 때우고 있다. 왠지 자신의 처지가 참 서글프다. 행복의 가장 큰 방해물은 상대적 위화감이다. 어느 날 친구가 잘 익은 김치를 갖고 왔다. 삼각김밥에 김치 한 조각을 얹어 먹는데 너무 맛있어 갑자기 행복해진다. 행복이 이렇게 쉬운 것이었나? 마음을 바꿔 먹는다. 리조트 출입문을 바라보지 않고 편의점 안에서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기로 한다." 내 딸이 이런 생각을 해 늘 행복해 한다. 불행의 시작은 남과 비교하는 데서 시작된다.

"자식들이 손자손녀를 앞세우고 내 집에 와서 함께 저녁식사를 할 때 행복하다. 그런데 자주 오지 않아 서운하고 괘씸하다. 행복을 위협하는 것 중 하나가 다른 사람 손에 내 행복이 달려 있을 때다. 내 마음도 내 마음대로 안 되는데 하물며 타인의 마음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겠는가? 자식도 타인이다." 늘 불평 불만하는 내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복합와인문화공간_뱅샾62